[Review]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데, 안 보면 분명 후회할 전시

글 입력 2019.05.1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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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데,

안 보면 분명 후회할 전시.



정말 간만에 혼자만 두고두고 알고 싶은 곳이 생겼다. 바로, 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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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는 시간 순인 ‘아침-낮-저녁-새벽’으로 진행된다. 마치 우리들의 일상처럼 말이다.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우리의 일상을 곱씹어보는 시간 속 느꼈던 여러 감정과 문득 문득 들었던 생각들, 그리고 관람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동반자인 노란 포스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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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처음 들어서자마자 눈이 둥그레지는 동시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바로 작품 설명 옆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노란 포스트잇 때문이었다. 노란 포스트잇에는 미리 전시회를 관람한 관객들의 코멘트가 하나씩 적혀있었는데, 하나하나가 정말 주옥같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전시회를 어떻게 관람하는지 참 궁금하다. 같이 온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아니면 오디오 가이드 혹은 작품 설명해주시는 가이드 분을 따라?


필자는 혼자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떨 땐 같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작품을 해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접근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는 그럴 걱정을 덜어주는 동시에 신선함을 엿 보게 해준다. 작품 설명 매 옆마다 노란색 포스트잇이 항상 있으니 마치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며 전시회를 관람하는 듯 한 기분을 들게 해주기 때문이다. 노란 포스트잇들은 굉장히 다양한 시각으로 작품을 보기에 미처 보지 못한체로 지나쳤던 것들을 알려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은 더 걸렸지만, 발걸음을 되돌리며 작품들을 다각적인 면모로 다가가는 좋은 기회였다.


이 점이 전시회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 중 하나이며, 앞으로도 많은 전시회들이 이처럼 진행하는 바람이 있다. 더불어, 나의 전시 코멘트도 그들 옆에 붙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Flo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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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게임중독’을 일종의 질병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즉 게임을 일종의 위험 요소로 취급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게임의 편파적인 면모만 보았지 않았나, 라고 생각된다.


전시회에서 ‘낮’으로 넘어오면 마운틴스튜디오의 게임 ‘Florence’를 체험할 수 있다. 이 게임은 한 사람의 인생을 그려나가는 짧지만 굵직한 스토리 게임이다. 게임에는 별 다른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사용자가 게임 속 나오는 주인공을 이해하며 하나하나씩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방식이다.


게임을 하고 있다 보면 마치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별다른 설명도, 대화도 없지만 잔잔한 음악소리와 사용자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게임은 마음 속 한 편을 푸근하면서도 뭉클하게 만든다. 분명 게임 속 주인공은 게임에서 처음 마주한 낯선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사용자와 감정을 교류하게 되면서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닮았다’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총을 쏘거나 긴장감이 있는, 흥미진진한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Florence’게임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기대하는 유형의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게임은 사용자에게 일상에서 잠깐 숨 한 번 돌릴 틈을 준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우리 일상에서 쉬어갈 여유를 주는 ‘게임’을 통해 우리는 위로와 치유를 받기도, 힐링 할 수 있다. 그것을 이 'Florence'를 통해 느꼈으며 최근 이와 비슷한 게임이 많이 나오는 추세이기도 하다. 따라서 게임의 어두운 면 보다는, 반대로 개발 가능성과 사용성(혹은 접근성), 성장 가능성과 같은 밝은 면모도 봐주고 더 시선을 두었으면 한다.




책 표지도 예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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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서 책을 고르는 기준이 무엇인가? 줄거리? 후기? 추천? 필자 역시 이 모든 것을 고려하지만 가장 마음에 이끌리는 데로 책을 고르다보면 ‘책 표지’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이러한 책 표지도 ‘예술’에 속할까?


이 질문에는 마지막 새벽 부분, 전시회 한 쪽에 쓰여 있는 문구로 대답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표지가 견고하고 예쁘면 나도 모르게 그 책을 애지중지하게 됩니다. 때로는, 책 표지에 이끌려 책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말이죠. (중략)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열린 책들의 책표지들은 단순한 그래픽 조합이 아닌, 디자이너들의 고뇌와 감성이 담긴 일러스트 원화로 완성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별적이고 가치있는 것을 소자하고자 하듯이, 미술 작품 뿐 아니라 책 표지도 이제는 소장 욕구의 대상이며,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예술품입니다.”


 


마지막까지 한 눈 팔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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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마지막까지 둘러보고 나가고자 계단에 올라서던 중, 아쉬움이 남아 잠깐 뒤를 돌아보았었다. 그런데 때마침 눈에 들어오는 하나의 숨겨진 작품이 있어 올라가던 발걸음을 다시 되돌려 밑으로 내려왔다. 바로 이 작품은 ‘낮’에 있었던 ‘드롤’ 아티스트의 <PORTATIONS>이다.


드롤 아티스트는 우리의 일상 공간인 ‘갤러리와 거리’, 서로 다른 두 공간에 교묘한 눈속임으로 유쾌하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는 옛 프랑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 리옹(Lyon)의 신비로운 문을 촬영하고 이를 실제 크기로 출력한다. 이렇게 출력된 사진을 일상 속 평범한 길에 설치한다. 언뜻 보기엔 진짜 문인 것처럼 자연스럽지만 필자가 이상함을 눈치 채고 다시 발걸음을 되돌렸던 것처럼, 지나가는 행인이 이를 발견하는 순간 문은 작품이 되고 평범했던 거리는 한 순간의 예술 공간이 된다.


이는 지나가는 일상도 한 순간의 발견으로 예술이 되어 가득 차게 된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사례였으며,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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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 마디



사실 이밖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척이나 많다. 그리고 여기에다 쓰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러면 너무 이야기가 길어질까 봐 각 시간별로 가장 생각나는 작품 혹은 생각들을 써내려갔다.

 

마지막으로 관람 포인트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작품설명 옆의 노란 포스트잇과 소통할 것. (엄밀히 말하면 작품을 먼저 보며 자신만의 감상을 떠올리고선-작품설명 보고-노란 포스트잇 보고-다시 작품 보는 것을 추천한다.)


2. 자신만의 일상을 곱씹어보며 천천히, 누구도 아닌 ‘나’의 속도에 맞춰서 관람할 것.


3. 게임 ‘florence’는 꼭 해볼 것.


4. 중간에 있는 영상들은 끝까지 관람하며 쉬어갈 수 있는 의자들이 있으니 잠깐 쉬면서 갈 것.


5.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가 끝나고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있으니 가볼 것.


6. 티켓을 구매하면 그 한 달은 무료로 전시회를 또 가볼 수 있으니 가볼 것. 왜냐하면 여러번 경험을 하다 보면 매 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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