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성의 연대와 해방을 보여준 연극 - 환희 물집 화상

글 입력 2019.05.0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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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사회는 페미니즘이라는 큰 물결 속에 있다. 그 물결 속에서 페미니즘을 까내리거나 페미니스트가 되는 등 다양한 반응이 오가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 또는 광고와 같은 최신 흐름에 민감한 매체에서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아직 여성에 대한 무언의 압박과 차별이 존재하는 이상 페미니즘은 앞으로 더 활발하게 논의될 것이다. 여대에 재학중인 나 또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고 이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연극 ‘환희, 물집, 화상’은 렉쳐 퍼포먼스와 막장 코미디가 공존하면서 어렵지 않게 페미니즘을 알려준다. 연극을 보며 최초의 여성해방운동부터 급진주의 페미니즘, 자유주의 페미니즘, 안티 페미니즘까지 페미니즘의 다양한 갈래를 배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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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대학원 룸메이트였던 그웬은 캐서린의 전 애인인 던과 결혼했고 캐서린은 더 큰 배움을위해 런던으로 떠났다.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유명 학자가 된 캐서린은 어머니 앨리스의 심장발작 소식을 듣고 가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외로움을 느낀 캐서린은 결혼하지 않은 자신의 상황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로서 평등쟁취를 위한 여성파업을 주도하고, 여성의 꽃이 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했던 베티 프리단의 이론을 대변하는 캐서린은 던과의 감정으로 내적 갈등을 느낀다.


그러던 중 캐서린은 자신의 방에서 그웬과 그녀의 베이비시터였던 에이버리와 페미니즘 강연을 한다. 서로 각기 다른 주장으로 20세기 여성의 삶을 대변한 베티 프리단과 필리스 슐레플리의 주장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베티 프리단은 페미니즘의 고전 <여성성의 신화>를 쓴 작가로, 미국 페미니즘의 제2물결을 견인한 여성운동가이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로서 평등쟁취를 위한 여성파업을 주도하고, 여성의 꽃이 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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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필리스 슐레플리는 극우보수의 퍼스트레이디라 불리는 정치활동가다. 1970년대 미국수정헌법이 양성평등조항을 채택하는 것을 저지했으며, 여성은 아내이자 엄마로 집 안에 있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극에서 자유분방한 에이버리와 강의하는 캐서린은 베티 프리단의 이론을, 주부이자 엄마인 그웬과 앨리스(캐서린의 엄마)는 필리스 슐래플리의 이론을 주로 대변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삶과 가치관이 더 맞다고 생각하며 대립한다.


결국 그웬과 캐서린은 남편인 던을 바꿔치기 하기로 한다. 하지만 술, 마약, 포르노에 중독된 채 소극적인 인생을 사는 던은 캐서린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에이버리 또한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되고 캐서린과 에이버리, 그리고 앨리스는 여성의 해방을 위하는 잔을 든다. 캐서린과 에이버리 둘 다 남자와의 관계로 힘들어했지만 결국 그를 바탕으로 성장하여 주체적인 여성이 되었다.

 

전업 주부와 커리어 우먼. 사회에 나가는 나이가 된 여성은 아마 이 두 가지의 위치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남성은 가정과 커리어를 모두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두 가지를 모두 가지기 쉽지 않으며 가정과 커리어를 모두 가지고 있어도 가정과 커리어 둘 중 하나라도 소홀할 경우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는다. 가정에 소홀할 경우 자신의 일에 심취해 가정을 챙기지 않은 여자라는 소리를 듣고 커리어에 소홀할 경우 여자는 일 능력이 떨어지니 집에나 있으라는 소리를 듣는다.


반면 남성의 경우 어느 한쪽에 소홀하더라도 크게 질타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은 그렇게 가정과 커리어 사이에서 고민하고 두 가지를 모두 택할 경우 남성에 비해 두 배로 노력해야 한다. 나 또한 연극에서 결혼생활로 힘들어하는 그웬과 가정을 갖지 않아 고민하는 캐서린을 보며 여성은 어느 한쪽으로도 행복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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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고민은 후반부를 통해 해결되었다. 캐서린은 자신의 외로움과 가정의 부재에 대한 불안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그것은 남성과의 관계가 아닌 여성들간의 연대였다. 캐서린은 던을 떠나보내고 에이버리와 함께 하기로 한다. 에이버리 또한 전 애인을 떠나 보내고 캐서린과 함께 나아가기로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앨리스, 캐서린, 에이버리가 함께 건배하며 앨리스가 말한다. 여성이 가정을 버린 대가는 자유라고.


여성의 경제적 활동이 제한되었던 옛날에는 남성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가정을 꾸리는 것이 필수였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현재까지 남아 ‘노처녀 히스테리’와 같은 표현이 존재하듯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곤 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능력 있는 여성들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었고 여성들 또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보곤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러한 틀을 깨고 나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 여성들이 능력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그렇기에 결혼은 선택 사항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벗어나 여성들은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이를 보편화 시키기 위해 여성들이 연대해야 하며 진정한 여성 해방은 이러한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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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환희, 물집, 화상’은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길 중 가부장제 속의 여성들을 다뤘다. 가부장제 속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던 여성들이 여성들 간의 연대를 통해 해방을 이루었다.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 또한 이 연극을 한번쯤 보고 생각하면 좋겠다.


[윤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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