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며 가우디 투어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의 독특한 건축 스타일이 드러나는 집들을 시작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까지 보며 처음으로 "건축은 예술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건축물들의 가치는 외부보다도 내부에 존재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계속 사람이 살고 있으며 사람의 생활을 최대한 고려한 설계가 인상 깊었다. 이렇듯 심미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기능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건축의 묘미인 것 같다.

이번 문화 초대를 통해 접하게 된 책,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또한 건축물의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까지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다. 건물의 밖에서 보이는 건축 양식뿐 아니라 내부에서 사람들이 어떠한 경험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중에서도 '맛'을 중점으로 한 경험들을 건축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녹여내었다.

작가는 도쿄를 총 5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건축물을 살펴보는 산책을 떠난다.

책은 건축물에 대한 감상과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들로 가득하다. 글보다 사진이 더 많아 책장이 쉽게 넘어가는 책이었다. 작가가 일본의 건축 양식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글을 썼다기보단 정말 독자들과 함께 건물을 둘러보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느낌이었다.

특히, 사진들 또한 건물 내외부 전체의 전경을 보여준 다음 그중에서도 특별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확대하여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건물을 구경하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 사진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짤막하게 설명하고 있는 주석들도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이 다른 건축 관련 도서들과 갖는 차이는 '멋' 그뿐만 아니라 '맛'까지 담아냈다는 점에 있다. 저자는 각 건물의 건축적인 부분만 설명하지 않는다. 그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건물 자체가 아닌 그 건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음식 사진들 중에서도 디저트의 나라, 일본의 아기자기하고도 독특한 디저트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군침이 넘어갔다.

저자와 함께 도쿄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어느덧 마지막 책장에 다다른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리운 풍경들을 소개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들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니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사라지고 있거나 이미 사라진 한국의 건축물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은 총 25개의 도쿄 건축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엔 최근에 지어진 건물도 있지만 아주 옛날에 지어져 보수와 개조를 통해 오랜 기간을 버티어내고 있는 건물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건물들은 새로운 건물에는 부재하는 조화로움과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종종 접한 기사가 떠올랐다. 옛 가치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건축물들을 밀어버리고 재개발을 하려고 하는 지자체와 그 건물들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런 기사들 말이다. (책을 읽으며 생각났던 것은 과거 양조장이었던 인천의 한 건물의 재개발을 두고 지자체와 주민들이 다투었던 사건이다.)

우리나라도 오래된 것은 밀어버리고 무조건 재개발을 하기보단 옛것을 존중하고 함께 조화를 이루어나가려는 노력을 통해 좀 더 많은 옛 건물들을 보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