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나라에 사는 여인 [도서]

글 입력 2019.04.3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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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책 표지도 예쁘게 나와야 더 잘 팔린다. <달나라에 사는 여인> 또한 감성적인 달 그림과 세련된 글씨가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달을 좋아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밤의 그 서정적인 감성이 달로 잘 나타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아트인사이트 문화 초대 중 ‘달나라에 사는 여인’이란 제목의 도서는 꼭 받아 읽어보고 싶었다.

달나라에 사는 여인. 사실 제목만 보았을 땐 판타지 소설이 아닌가 생각했다. ‘세상 그 무엇보다 그 남자가 좋았다.’라는 책의 소개 글을 보았을 땐 이것이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했다.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5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의 서술자는 할머니의 손녀딸이다. 손녀딸은 당시 할머니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할머니의 생애에선 사랑이 너무나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의 할머니는 이른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여자였다.

할머니는 많은 남성에게 정열적인 사랑의 편지를 썼고, 남자들은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질려 하거나 달아났다. 그의 어머니인 증조할머니는 그런 할머니를 부끄러워하며 폭언과 함께 채찍으로 때리기도 했다.

이 부분이 비교적 초반에 나왔는데, 난 사실 이해가 잘 안 되면서 놀라웠다. 여성이 사랑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 호되게 혼이 난다는 게 신기했다. 시대의 탓인지, 인물의 탓인지는 이야기의 후반부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지만 말이다.

할머니는 집안의 강요로 원치 않는 상대인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할아버지 또한 아내가 있음에도 사창가를 드나들었다. 그러나 할머니 또한 사창가 놀이를 함께 하며 할아버지에게 어느 정도 맞춰주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병을 치료하러 온천에 갔다가 재향군인을 만나고, 일생 일대의 사랑을 경험한다. 말이 없는 할아버지와는 달리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어주고, 예쁘다고 속삭여주는 재향군인에게 할머니는 깊게 빠지게 된다. 비록 헤어졌지만 그는 할머니에게 평생에 하나뿐인 사랑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사랑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독자인 나로서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할아버지는 당시 모두가 이상하다고 하던 할머니를 이해해주는 사람이었고, 아픈 할머니를 돌봐주었다. 단지 할아버지의 방식이 할머니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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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멋진 시간은 할아버지가 침대에서 힘을 쓴 뒤 파이프에 불을 붙이며 스스로 만족해하고 할머니는 맞은편에서 할아버지를 바라볼 때였다. 혹시 할머니가 미소라도 지어 보이면 할아버지는 "비웃는 거요?" 하고 물었다. 하지만 다른 말을 한다거나 할머니를 끌어안는 일 없이 항상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할머니는 사랑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잠자리를 함께 하거나 친절하게 대하고 착한 행동을 해도 찾아오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이 다가오게 만들 도리가 없다는 것도 이상했다.


- 달나라에 사는 여인 中


할머니는 달나라에 있을 법한 이상적인 사랑을 꿈꿨다. 재향군인은 그런 할머니에게 딱 맞는 상대였고, 할머니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뮤즈였던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와 재향군인은 끝내 이어지지 않는다. 사랑은 이상적이기만 할 수 없기에, 할머니가 꿈꾸는 사랑은 현실적으로는 애초에 불가능한 사랑인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완벽한 사랑도 존재할 수 없는 거라고. 난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상당히 공감했고, <달나라에 사는 여인>을 읽었을 때 이 말이 문득 떠올랐다.

그렇다. 우리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재향군인도 마찬가지였다. 재향군인은 할머니의 시선에선 완벽한 인물로 그려졌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누추한 차림이었던 재향군인은 할머니의 상상 속에서 풀 먹인 하얀색 셔츠에 윤기 나는 구두를 신은 자로 탈바꿈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아서, 완벽한 사랑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말이다.

다소 허무하고 뻔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결말이지만 일관성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설정 자체의 힘이 크다. 사랑에 솔직하고 당당한 여자 캐릭터는 널렸지만, 손녀의 입장에서 쓴 할머니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한몫했던 것 했다.

달나라에서나 가능한 사랑을 꿈꿨지만 결국 그런 사랑은 없었던 여인의 이야기. <달나라에 사는 여인>이었다.





달나라에 사는 여인
(MAL DI PIETRE)


지은이 : 밀레나 아구스(Milena Agus)

옮긴이 : 김현주

분량 : 116쪽

정가 : 12,500원

출판사 : 도서툴판 잔

발행일 : 2019년 4월 15일

판형 : 130x195(mm) / 페이퍼백

ISBN : 979-11-965176-6-3 03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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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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