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도쿄 건축의 ‘깨알 같은’ 멋, 그리고 맛

글 입력 2019.04.2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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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캐리어를 샀다. 아직 구체적인 여행계획은 없다. 하지만 ‘언젠가’ 가긴 갈 거고 캐리어를 사 놓으면 왠지 그 ‘언젠가’가 더 앞당겨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이 미노리의 책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문화초대를 신청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여행지를 정한 건 아니지만, 이 책이 계기가 돼서 그 ‘언젠가’에 일본 도쿄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잖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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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사심을 제외하면,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로 표지 디자인이 결정적이었다. 산뜻하지만 어딘가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노란색 하늘과 검정색 건물 골조의 대비, 건축 관련 책이라는 걸 알려주듯 시원한 대각선의 레이아웃, 하단의 작지만 눈에 잘 띄는 인포그래픽.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한 

건물을 발로 찾아다니고 경험해보면서 

그러지 못한 사람에게 그 매력을 전해주고 싶다.”

 


표지를 넘겨 읽은 머리말에서 저자의 관점이 조금 뜨끔하고 새로웠다. 앞에 선 건축물을 보며 이 건물이 언제까지고 있을 거라는 믿음은 이기적이다. 좋다고 생각한, 혹은 소중한 경험을 안겨 준 건물은 모르는 사이에 문득, 사라질 수도 있다. 겸손한 마음에서 느끼는 위기감. 어쩌면 그런 위기감이 이 책을 만드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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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 것은 정보 배치 방식이었다. 좌우 전면에 큰 사진이 들어간 페이지, 사진과 글이 함께 들어간 페이지, 건축물 소개 후 레스토랑의 음식이나 디저트가 소개되는 페이지등 카테고리마다 일관성 있는 흐름의 디자인 및 레이아웃을 기획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정보를 보더라도 보는 데 시각적인 피로감이 덜했다.


작은 사진들이 한 페이지에 여러 장 들어간 경우, 사진에 관한 설명과 '왼쪽, 위, 아래' 등으로 어느 사진에 관한 설명인지 자세히 나와 있어서 불편함 없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사진에 핀 마크와 함께 덧붙여져 사진을 설명하는 방식이 재밌었는데, 마치 SNS의 ‘오프라인 화’는 이런 것일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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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진은 손톱만한 크기로, 그 모양대로 아웃라인을 잘라 설명한 페이지도 있었다. 일본인의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였고 이렇게 깨알 같은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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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묘미는 책 중간 중간 삽입된 칼럼이다. 총 세 개의 칼럼을 볼 수 있는데, 건축과 미식에 관한 지식 층위를 더 깊게 이끌어줄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건물 설명에서 소개되는 건축가의 이름을 들어도 잘 모른 채 넘어갔는데, 세 명의 일본 건축가를 설명한 첫 번째 칼럼이 도움이 됐다. 미처 다 소개되지 못한 건축물의 소개는 두 번째 칼럼에서 보충한다. 세 번째 칼럼에서는 아쉽게도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일본의 향취가 담긴 그리운 풍경을 저자의 기록으로나마 볼 수 있다.


책에 소개된 도쿄 곳곳에 위치한 건축 명소는 저자의 주관적인 선택일 수 있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된다. 일본 건축계의 세 거장이 공동 설계한 모던한 느낌의 롯폰기의 국제문화회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이 살았던 고풍스러운 느낌의 아카사카 프린스 클래식 하우스, 격자 무늬와 차가운 하얀색 외관이 돋보이는 메구로구 종합청사 등. 용도나 분위기가 서로 다른 도쿄 곳곳의 다양한 건축물이 골고루 소개되어 있다. 건축 연도와 건축가의 이름, 중축 시기까지 자세히 나와있어 관련 정보를 더 알고 싶을 경우 검색하기에도 용이하다.


이 책에 ‘읽는 여행 가이드 북’이란 비유를 하고 싶다. 보통 여행 가이드북은 교통편이나 지도, 명소에 관한 아주 많은 정보가 잔뜩 실려 있는데 이는 읽기 위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은 조금 다르다. 도쿄 건축의 '멋'을 중심 테마로, 맛(레스토랑)에 관한 정보는 덤으로 소개하는 방식이다. 건축 사진의 디테일을 보며 읽기에도 적합한 한편, 실제 여행에서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혹은 ‘이 책의 방식’으로 여행을 해도 재밌지 않을까. 상상해봤다.



‘언젠가’ 나는 어느 여행지 명소에 도착한다. 천천히 건물의 외관을 살핀다. 입구로 다가간다. 문은 아치형인가? 어떤 양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문고리는 어떤 모양인지, 재질인지 한 번 만져본다. 바닥 타일, 벽지 패턴과 색깔도 관찰한다. 조명이나 분수대, 벽에 걸린 장식품이나 가구도 둘러본다.


볼 때마다 나만의 ‘핀’이 하나씩 꽂힌다. 혹은 해시태그.


만약 도착한 그 곳이 우에노의 국제어린이도서관이라면, 카페테리아 벨에 들러 크림소다 한 잔은 꼭 마셔야지!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 미식과 건축이 있는 도쿄 여행 -


지은이 : 가이 미노리


옮긴이 : 강태욱


출판사 : 시그마북스


분야

일본여행

건축교양/건축이야기


규격

148*210*17(무선)


쪽 수 : 214쪽


발행일

2019년 04월 15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9199-83-8 (1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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