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9) 낯선 사람 [연극,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글 입력 2019.04.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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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나는 분열한다, 고로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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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극의 미학적 특징과
심리적 작동기제

낯선 것과 익숙함,
그 사이에서 분열된 나






<시놉시스>


유럽 연합군이 산둥지역을 침략하여 베이징 외곽에 도착했다. 이들은 중국의 의화단과 전쟁 중이다. 오스트리아 연합군 장교 울리히는 이들을 진압하고 있다. 젊은 중국인 혁명가 천샤오보는 자신의 나라에서 유럽 연합군이 곧바로 철수할 것을 요구하며 맞서 싸운다. 결국 울리히에게 붙잡힌 천샤오보는 사형장으로 끌려간다. 하지만 그는 가까스로 살아난다.

시간이 지나 현재, 울리히는 손녀와 리웨이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있다. 울리히는 오페라에서 혁명가를 사형집행 하려는 경찰 스카르피아를 보고, 오스트리아 연합군 장교였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순간 천샤오보가 그의 눈앞에 나타난다. 울리히는 천샤오보를 다시 사형대에 세우고 총살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페라는 멈추지 않는다. 결국 총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무대는 다시 현재로 바뀌고 그곳엔 익숙한 누군가가 쓰러져 있다.





<기획 노트>


*
미완성 소설을 일상 속의 연극으로
: 동시대적 개인과 삶

연극 <낯선 사람>은 1900년대의 역사적 소재를 사용한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미완성 소설 『의화단 운동』을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것은 작품의 역사성을 연극의 일상성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연극은 보다 현실적인 호흡을 하게 될 것이다. 예술은 일상을 재료로서 주변화 시키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예술은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 스스로의 모순을 비판하고 극복할 수 있는 일상적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미완성이었던 소설을 동시대의 연극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결코 완성되지 않을 인간 삶의 고단한 굴레를 삶의 긍정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시도인 것이다.


*
후기 자본주의 사회와 구제도 정신의 충돌
: 익숙해진 공포

역사는 특정한 사건들을 통하여 미래를 예언할 수 있도록 일종의 교훈을 전달해 준다. 또한 반복되기도 한다. 때문에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미래를 준비하는 의지가 반영된 노력의 과정일 수 있다. 작품으로 돌아와 자면, 지난 1900년, 제국주의 열강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일어난 중국의 의화단 운동(북청사변)은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세계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과학적으로 발전된 폭력적 도구들 앞에서 중국인들이 보인 행동은 현재 우리 모두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세계의 역사적 반복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가야하는 지를 암시해 준다. 하지만 역사적 교훈은 동시대 자본주의의 환경과 서로 충돌한다. 이제 동시대 일상에서 작동하는 거대한 공포란 단지 눈에 보이는 것에만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포는 자본구조에 의해 육체적인 것에서 욕망에 따른 심리적인 상태까지 관여하게 되었다. 이제 고민의 지점은 보다 명확해 진다. 개인에게 익숙해진 공포를 제거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지금처럼 익숙해진 채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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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연습사진


*
윤리 문제는 시대를 벗어날 수 있는가?
: 개인과 사회 집단의 윤리 문제, 그리고 연극

개인의 심리는 사회를 구성한다. 그리고 동시에 사회는 개인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개인과 사회 사이의 영향력은 결코 중단되지 않고, 지속적인 연결고리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질문들 몇 가지. 사회 집단의 윤리는 개인에게 속하는 것인가? 전쟁의 책임은 개인에게 있는 것인가? 개인의 윤리는 사회를 윤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의 유효성도 항구적인 것일까? 더불어 연극도 시대와 일상 속에서 윤리적이어야만 하는가?


*
문화와 정체성의 확인
: 연극과 오페라, 그리고 개인의 정신

의화단 운동이 일어난 지 1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인들은 유럽 중심에서 세계화의 주역으로 살고 있다. 이전 중국의 산둥 지역과 베이징 부근에서 문호를 개방하길 바라던 유럽 연합군의 폭력에 대항하며 목숨을 던지던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렵다. 그들은 코카콜라를 마시고, 유럽 음악가의 음악과 오페라를 즐겨 듣는다. 하지만 지난 역사적 흔적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심리 속으로 투영되고 스며든 것이다. 내적 기억은 의식적으로 연결되고 공동의 정서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내적 기억은 문화적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본의 크기와 소비의 자율성은 그 정신의 구성 여부에 관여한다. 그 결과 역사적인 구체성은 동시대 환경 속에서, 일상적인 개인 내면의 심리에 반영된 모호함과 이중성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동시대 속의 우리는 순종의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잡종(hybrid)의 다양성을 그대로 수용할 것인가? 예술의 생산방식들도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해야 하는가? 연극 속의 오페라, 그리고 비재현적인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발견될 때 낯설음이 느껴지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정신은 문화적 정체성은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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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혁명의 관계
: 의화단 운동과 오늘날 5월, 광주

연극 <낯선 사람>은 중국과 독일, 과거와 현재라는 시공간적 특성을 두고 있지만, 우리의 근현대사 속에서도 이와 같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국민에게 허락을 받지 않은 군부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소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했으며, 개인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서는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과거 서양이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중국인의 일상을 파괴한 것처럼, 한때 우리 역사 속에서도 국가가 거대한 통제와 폭력을 앞세워 무고한 시민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연극 <낯선 사람>은 현대 비극의 미학적 특징을 강조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사와 일상을 심리적으로 관찰한다. 이것은 중국의 의화단 운동의 일상과 혁명의 불가능성이 한국의 광주의 5월에서는 동시대적 가능성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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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연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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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초연 아트인사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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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임형진 연출가 인터뷰







낯선 사람
- 나는 분열한다, 고로 존재한다. -


일자 : 2019.05.10 ~ 05.19

시간
평일 19시 30분
토 15시, 19시
일 15시
(월 쉼)

장소 :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주관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공연시간
110분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


사유하는 몸
연대하는 정신
지각하는 연극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jpg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이하 철학하는 몸)은 몸의 감각을 회복하고 사유하는 연극을 지향하는 연극 공동체이다. 2015년 서울, 첫 공식 활동을 선언한 철학하는 몸은 2016년 8월, 브레히트의 <대서양 비행횡단(Der Ozeanflug)>(1929)과 <동의에 관한 바덴의 학습극(Das Badener Lehrstück vom Einverständnis)>(1929)을 결합하고 각색한 작품 <동의에 관한 바덴의 학습극 – 무엇이 당신을 소진시키는가?(Das Badener Lehrstück vom Einverständnis – Warum bist du so müde?)>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브레히트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수용하여 동시대적으로 전환시킨 철학하는 몸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어 2017년 7월에는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동시대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자본주의의 현실을 바탕으로 각색한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 Capital 01.>을 공연하였다. 최근의 작품으로는 2018년 7월, 오스트리아의 대문호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미완성 소설 『의화단 운동 Boxeraufstand』을 새롭게 각색한 연극 <낯선 사람>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선보였다. 이 작품은 동시대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인간 심리 속에서 작동하는 공포의 발생과 원인을 환기시켜 주었다.

철학하는 몸은 연극을 유희의 도구로서만이 아닌, 사유의 통로이자 시대정신의 교환의 장으로서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이것은 이론과 실천의 분리를 지양하고, 모든 요소와 대상의 관계를 개방하며, 일상이 공유된 수행적 미학의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연극에 대한 실천적 의지와 태도로서 정서적으로는 고정된 연극적 가치관을 넘어서고, 지난 경험을 확신하지 않으며, 전복적인 생산성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철학하는 몸의 현재 작업들은 주로 포스트드라마적인 경향과 음악극 개념 위에서 시도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는 다큐멘터리 연극의 동시대성, 음악적인 것의 수행성, 배우의 실천하는 몸, 포스트브레히트적인 것, 동시대의 일상성, 신자유주의 자본의 영향력과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철학하는 몸의 실천 방향은 상임연출인 임형진의 작업 방식과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수행성의 미학과 기호학 이론의 대가 연극학자 에리카 피셔-리히테의 마지막 제자인 연출가 임형진은 2014년 베를린자유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포스트드라마적인 것과 음악적인 것들 사이에서 연극적 실험을 진행 중이다. 퍼포먼스-텍스트의 생산, 사회적 경험의 공유, 동시대적 소리 에너지의 구축과 상호교환의 장의 형성, 이것이 바로 철학하는 몸이 추구하고 있는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특징에 해당한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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