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당신은 강박으로부터 안전하십니까? - 도서 ‘나는 강박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20년간 강박과 싸워온 한 남자가 들려주는 강박장애 이야기
글 입력 2019.04.2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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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서 생각을 뽑아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영원히 반복되는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낯설지만 익숙한 이야기

 



강박과 일상생활


 

‘강박’은 흔한 단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혹은 TV에서 심심찮게 ‘강박행동’이라 불리는 행위를 보곤 한다. 집 안을 항상 청결한 상태로 유지한다거나, 손을 지나치게 자주 씻는다거나, 냉장고 속 음료수를 일렬종대로 정렬해 놓는다거나, 운동선수들이 경기장에 입성하기 전 자신만의 행위를 하는 경우 등이 그것에 속할 것이다.

 

필자 또한 스스로 강박이 있었다고 말하곤 했다. 바로 ‘시간 강박’이었다. 할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이것,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저것을 완료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었다. 당연히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고, 틈만 나면 시계를 확인해야 했다. 계획했던 것보다 일찍 일이 끝나는 경우에는 쉬는 대신 다음에 할 일을 끌어왔다. 아직은 ‘쉬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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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자가 겪은, 그리고 들려주는 다양한 사람들이 겪은 강박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심각한 정신적 질병이다. 하지만 ‘질병’이라고 칭한다면 그에 적절한 치료법과 약물이 있어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다. 물리적인 ‘뇌’의 문제인지, 아니면 추상적인 ‘정신’의 문제인지 원인조차 뚜렷이 밝혀지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제각기 다른 치료법은 환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사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수조차 명확하지 않다. 강박장애 환자에게 찾아오는 ‘침투적 생각’은 주로 말하기 껄끄럽거나,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못하는 생각들이기 때문이다.


 

 

강박의 역설적 관계


 

저자는 자신이 HIV 공포증으로 인한 강박장애를 앓아왔다고 고백한다. 에이즈 감염을 두려워한 것으로, 자신의 몸에 상처가 생기면 혹시 혈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내 몸에 상처를 낸 물건(쇠, 나무 등 어떠한 것이든)에 감염된 피가 있지는 않았는지 불안에 떤다.


이는 내 피를 닦아낸 휴지를 바라보며 이 피가 정말 나의 피인지 의심하는 단계로 이어지고, 그 물건에는 감염된 피가 없었다고, 즉 나는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안심하게 된다.

 

바로 여기서 역설이 발생한다. 강박적 생각은 불안을 키우고, 이는 강박적 행동으로 이어진다. 불안으로 인해 행동을 해야 하는 본인은 참 괴롭지만, (피를 확인하는 등의) 강박적 행동을 통해 나의 강박적 생각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나는 그곳에 피가 없었다는 걸 알지만 확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이렇게라도 해야 나의 불안을 잠시나마 잠재울 수 있으니까. 그러나 정말 ‘잠시뿐’이다. 오히려 강박행동은 더 커다란 강박장애를 데리고 끊임없이 다시 나타난다. 이렇게 악순환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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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장애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듯 치료의 가능성 또한 불명확하다. 뇌에 구멍을 뚫어 강박장애의 원인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을 제거하는 물리적 수술과 그로 인한 부작용이 심해지자 대안으로 등장한 다양한 화학약품, 생각에 관한 대화를 통해 강박장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인지행동치료까지. 모두 효과가 있기도 했고 없기도 했다.

효과가 있다 해도 뇌수술 같은 경우는 부작용이 극심했다. 결국 정답은 뻔하디 뻔한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의지’에 달렸다는 것일까. 저자의 노력을 따라가다보면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 또한 집단치료 등의 다양한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했다. 치료를 결심한 가장 큰 계기는 갓 태어난 딸을 위해서였다. 내가 잘못해서 딸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건 아닌지, 혹시 이러한 강박장애가 유전되는 건 아닌지 등등의 많은 새로운 불안이 찾아왔을 것이다. 저자는 현재 두 아이의 아버지다. 강박장애에 완치는 없다고 하지만 이 책을 쓰던 그때보다는 지금 더 나아졌을까. 그렇다고 믿고 싶다.


 

 

그렇다면 나는?


 

강박장애는 생각보다 흔하며, 이는 있거나 없는 둘 중 하나다. ‘약간 장애’나 ‘많이 장애’ 같은 표현은 없다. 숫자는 이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는데, 필자도 궁금해서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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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예일-브라운 강박 척도)


11점. generally not indicative, 즉 나는 강박장애가 없다. 스스로 축하해야 할까. 하지만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라면서 ‘generally’라는 한 단어가 모호하게 만든다. 실은 테스트의 문항부터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신의 강박장애를 숨기고 싶어 하는데, 질문들은 무엇을 체크해야 나의 점수가 낮게 나올지 뻔히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강박장애를 편견 없이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다.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유난스럽다’고들 말하지만 그 ‘유난스러움’을 평생 지니고 사는 사람은 바로 환자 본인들이다. 유난을 무난으로 바꿀 수 있도록 주변인들의 지지가 꼭 필요하며, 환자 본인의 용기 또한 중요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강박장애를 고백하고 책으로 펴낸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수많은 강박장애 환자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

  


⋅ 지은이: 데이비드 애덤

⋅ 옮긴이: 홍경탁

⋅ 가격: 16,000원

⋅ 판형: 148*218

⋅ 쪽수: 344

⋅ 발행일: 2019년 4월 15일

⋅ 분야: 인문

⋅ ISBN: 979-11-89653-14-9 03180


    


차례


1. 포위당한 심리

2. 나쁜 생각들

3. 내 안에 존재하는 공포

4. 강박증의 등장

5. 강박 장애의 증상들

6. 때로는 잔인해져야

7. 신에 대한 강박

8. 진화와 강박 장애

9. 강박 장애는 유전될까?

10. 도망친 뇌

11. 고장난 뇌를 위한 작은 도우미들

12. 헬리콥터 시선

13. 뇌를 열어 생각을 꺼내다

14. 편견에 맞서다

15. 새로운 시작을 위한 변화

16. 마지막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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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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