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파격, 변화를 위한 - 환희, 물집, 화상 [공연]

글 입력 2019.04.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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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철학은 현실의 고민을 기반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철학이 학문으로 연구될 때 그 이상적인 특성 때문에 현실과 유리되기도 한다. 인식론, 형이상학 등 현실 실천과 당장 관계없는 철학 분야는 비전공자들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지 않는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결이 다르다. 페미니즘은 현실의 부당함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된 이론이면서 실천으로 완성되는 철학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매 순간 이론과 현실의 간극에 무너진다. 아예 생각을 멈추기도, 화를 내기도, 비하하거나 무관심하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이 고민을 멈출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잘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이론의 부담스러움을 연극이 한 층 덜어줄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페미니즘 운동이 한국에서 일어났다. 페미니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토론과 대립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이론과 자신들의 현실이 곧장 일치하지 못하는 데서 많은 혼란을 겪는다. 그에 대한 외부적인 비난도 많다. 혹자는 이렇게 불완전한 페미니즘이라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말하기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그렇지만 이러한 페미니즘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대립과 변화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현실이 그렇듯 페미니즘 또한 불완전하다. 문제 해결의 도구로서 현실의 불완전함과 부당함을 해결해보려는 시도가 바로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인정하고 어떻게 잘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역사는 현재에 통찰력을 준다. 이 연극은 20세기 미국 페미니즘의 큰 축을 담당했던 두 개의 이론을 투영시킨 인물을 등장시켜 힌트를 준다. 우리는 연극을 통해 그들이 끝없이 토론하고 고민하며 행동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기서 우리의 방황에 대한 어떤 대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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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대척점에 있는 두 여성의 삶이다. 여성은 가정 주부의 정체성과 자기실현의 삶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선택이란 다른 것에 대한 포기가 전제되는 용어이다. 연극의 두 주인공은 몇 세대에 걸쳐 여성이 선택해야 한다고 여겨진 두 가지 삶을 대표하여 보여준다.

캐서린은 자기실현에 성공한 여성이며 외로움을 느끼고, 그웬은 가정 주부이며 이런 자신의 삶과 정체성이 부정당하지 않길 바란다. 이 극을 쓴 작가인 '지나 지온프리도'는 여성 파업을 주도하며 평등 쟁취를 위해 노력하던 자유주의 페미니스트인 '베티 프리단'을 캐서린에, 미국 수정헌법이 양성평등 조항 채택하는 것을 저지했으며 여성은 아내이자 어머니일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필리스 슐레플리'를 그웬에 투영한다.

캐서린이 자신이 살던 동네에 돌아와 페미니즘 강의를 시작하는 순간, 전혀 다른 지점에 있던 그들의 삶은 충돌하기 시작한다. 각자가 굳게 믿어온 신념의 기반이 흔들리고, 자신의 주장과 다르게 행동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고민한다. 진정 자신이 원하던 삶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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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유쾌한 방식으로 추구하는 방향과 실제 행동의 불일치에서 오는 혼란을 해결해보려 한다. 바로 남편의 양도다. 양도란 물건을 취급할 때 사용되는 말이다. 과거 여성을 물건처럼, 집안의 부속품으로 여기던 시절 집안 간에 결혼할 여성을 교환하는 행위가 모티프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연극에서 제안하는 행위는 파격적이다. 주도권을 가진 자들의 폭력적이던 교환/양도 행위를 여성의 것으로 끌어온 것은 다분히 판타지적이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이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남편을 양도한 이후의 모습이 어떻게 펼쳐지며 그들이 가진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궁금하다.

재밌게도 유명 학자인 캐서린의 페미니즘 강의를 수강하는 인물은 총 두 명이다. 적은 인원 속에서도 그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필요는 각기 다르다. 그웬은 주부로서의 자신의 삶이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베이비시터인 에이버리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기에 강의를 수강한다.

사회 구조 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인정받고자 하는 그웬의 다소 수동적인 태도와, 여성에게 요구되는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욕망을 드러내고자 하는 에이버리의 적극적인 태도가 빚어내는 의견 차이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시놉시스


막장드라마보다 더 막장인
페미니즘 코메디 연극
가정주부 그웬, 성공한 교수 캐서린에게
남편을 양도하다?

대학원 룸메이트였던 캐서린과 그웬은 졸업 후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 캐서린은 더 큰 꿈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고, 고향에 남은 그웬은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룬다. 시간이 흘러, 유명 학자가 된 캐서린은 어머니 앨리스의 심장발작 소식을 듣는다. 문득 불안과 외로움을 느낀 캐서린은 안식년을 맞아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길 결심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캐서린은 그곳에서 페미니즘 강의를 시작하지만 강의를 신청한 이는 그웬과 그녀의 베이비시터인 에이버리 둘 뿐, 전업주부로써 현재 자신의 삶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은 그웬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에이버리는 수업마다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들과 함께 토론하던 캐서린은 문득 자신이 정말 원했던 삶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진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서로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교감을 느낀 캐서린과 그웬은 결국 위험한 자리 바꾸기 게임을 시작하기로 하는데…


<환희, 물집, 화상>

산울림 소극장
4월 17일 (수) - 5월 5일 (일)

평일 8시 / 주말 6시
월요일 공연 없음
* 5월 1일 노동자의 날 8시 공연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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