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완벽하게 불완전하게 살겠습니다 - 매일매일, 와비사비

도서 <매일매일, 와비사비>를 읽고
글 입력 2019.04.1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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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 ‘차분한 정취’. 단순함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깨달아 생긴 정서.


사비: ‘고색창연함, 오래된 모습, 우아한 단순함’. 세월이 흐르면서 정제되는 우아한 아름다움.


 

따로 떼어놓고 봐도 제각기 의미가 담긴 어여쁜 단어들이 많지만, 그것들을 합쳐 놓았을 때 시너지를 발하는 말들이 있다. 합성어의 세 가지 생성결과를 고려하면 그 말은 대등일수도, 종속일수도, 혹은 융합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융합합성어를 참 신기하게 여기며 공부했었다. 그 말들은 단순히 단어 그대로의 의미가 아닌 그 단어 속에 배경과 문화가 고스란히 스며 있었으니까.

 

‘와비’와 ‘사비’가 합쳐진 ‘와비사비’는 그 중 어디에 속할까. 대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융합이라고 말하고 싶다. ‘와비사비’는 단순히 ‘와비’의 의미와 ‘사비’의 의미만이 결합된 단어가 아닌, 두 단어가 함께 만나 의미가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깊어지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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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불완전한(perfectly imperfect)


 

한 마디로 와비사비의 핵심을 표현해보자면 ‘완벽하게 불완전한(perfectly imperfect)’이다.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모순적인 말이지만 이상하게도 이해가 된다. 우리 모두는 불완전하다. 그것도 그냥 좀 불완전한 것이 아닌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아마 본인 스스로 자신이 완벽하다고 믿는, 혹은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몇 없을 거라 생각한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완벽함을 추구한다. 이것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일까, 혹은 이미 가졌음에도 더 많이 가지고자 함에 따른 탐욕일까. 각자의 답은 모두 다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완벽함’이라는 단어는 유혹적이다. 어린 시절 영어 시험에서 백 점을 맞으면 선생님이 빨간 펜으로 적어주시곤 하던 ‘Perfect!’라는 한 마디를 위해 우리는 항상 ‘imperfect’한 상태로 꼬리표처럼 달라붙은 ‘im(덜, 불)’을 떼어내기 위해 애쓴다.

 

그렇다면 대체 언제쯤 ‘im’을 잘라버릴 수 있는 걸까. 애석하게도 그런 순간은 오지 않는다. 물론 잠깐은 올 수 있다. 목표했던 시험점수를 넘기거나 원하는 학교 혹은 직장에 들어간 순간, 그 순간만큼은. 하지만 말 그대로 ‘순간’일 뿐이다. 순간은 찰나이지만, 완벽함에 대한 갈증은 영원하다. 또 다른 완벽함을 찾아 헤매게 된다. 그 과정은 반복되는 쳇바퀴처럼 스스로를 옭아맨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라


 

그럴 때 와비사비는 말한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라고. 자연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과거와 현재를 받아들이며, 미래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까딱 잘못하면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자도 몇 번이고 강조하는 듯했다). 현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미래를 그리고, 혹여나 불가능할 미래일지라도 ‘완벽함’으로 인해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유를 갖자. 그렇게 필사적으로 서둘러야 할 일은 많지 않다. 끊임없이 완벽함을 추구할 때 삶의 속도는 빨라진다. 삶의 속도가 빨라지면 성급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게 된다. 와비사비는 잠시 멈추고, 성찰하고, 내 자신을 살피고, 그곳에서 한 걸음 물러나는 법도 가르친다. 그렇게 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p.130


 

‘여유 갖기’. 요즘 실천하려고 노력 중인 것 중 하나다. 쉬는 것조차 노력해야 한다니 슬프지만 나를 포함한 청년들에게는 ‘못 노는 병’이 심심찮게 나타나기에 이른바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 따로 지정됐으면 하는 바람을 품곤 한다.

 

나도 한 완벽주의 했기에 삶의 속도가 참 빨랐다. 사실 그래서 작년 한 해 동안만 해도 이룬 것이 참 많다. 만점에 가까운 학점, 적지 않은 알바 수입(물론 지출로 인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대외활동, 다이어트, 토익 고득점에 어학 자격증 등등. 하지만 뿌듯함은 잠시뿐, 난 또 다른 완벽함을 찾아 떠났다. 그 과정은 끝나지 않았고,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으며, 나를 족쇄처럼 옭아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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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게 와비사비의 시작이라고 여긴다.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충실하며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보면, 어느덧 ‘와비사비다운’ 인생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와비사비가 알려주는 가장 근원적인 교훈은 우리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도, 우리를 둘러싼 세상 모든 것들도 영원하지 않다. 어쩌면 장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삶은 소중하고 덧없다. 지금 있는 바로 이 순간에서부터 모든 삶의 단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자신의 몫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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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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