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회가 씌운 프레임, 피해자다움 [공연]

<7번국도> 공연 프리뷰
글 입력 2019.04.1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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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강원도 속초의 7번국도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사실은 어느 특정한 국도 위가 아닌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피해자가 있고, 피해자와 관련된 가족이 있고, 가해자가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렴풋이 피해자를 아는 사람도 있다. 한번은 슬쩍 지나가듯 만난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같은 공간에 살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그들과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또는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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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홍익대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본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이나, 연극실험실에서 본 <겨울의 눈빛> 연극 등 요즘 들어 보게 되는 연극이 모두 피해자와 사회의 폭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주제다.

특히나, <7번국도>는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의 극작가 배해률 씨가 쓴 극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기대를 받는 연극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하기로, 연극이 상연되기도 전에 남산 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신뢰를 주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해 생각하면 늘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와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딘가에서 말을 잘못했다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싸우게 되고, 그 싸움이 어렵지는 않더라도 확고한 증거가 필요하므로 그런 머리 아픈 논쟁을 피하게 된다.

문제의 해결방안은 원인을 제거하거나, 결과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과를 제거하는 것은 감기에 대한 해결책과 같다. 감기 바이러스는 워낙 종류가 많아서 그 증상을 제거하는 방식의 약물을 처방한다. 그래서 감기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 콧물이 안 나오기도 하지만, 다시 감기에 걸리게 된다.

정확한 원인을 제거하면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 암을 치료하는 것 역시 같다. 암에 걸렸다고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는 것은 결과를 제거하는 것이다. 자신의 근본적인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다시 암에 걸리고 만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이리저리 엮이고 섥혀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고, 그 원인 역시 한 두가지가 아닐 것이기에 우리 사회에서 피해자를 영원히 없애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하지만 그럼에도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감기를 방치하지 말아야 할 이유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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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강원도 속초, 7번국도 위. 동훈의 택시에 군복을 입은 주영이 오른다. 그는 얼마 전 공장에서 일하다 죽은 초등학교 동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 동창의 죽음을 두고, 주영은 안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다.


이 낯선 군인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있는 동훈은 바로 그 죽은 초등학교 동창의 엄마다. 동훈은 오늘도 경기도 수원의 공장 앞 1인 시위를 위해 집을 나선다. 하지만 남편인 민재는 동훈을 막아서고, 시위에 함께했던 용선은 피켓을 내려놓는다.


주영이 동훈의 택시에 다시 오른다. 이 낯선 택시 기사님은 주영에게 말한다. 이제 시위 나가는 것을 그만뒀다고. 때가 됐나 보다고.



사실 이때까지 글에서 주장하는 것을 피해왔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나의 개인적인 감정만으로 어떤 주장을 한다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핑계였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에게서 반박을 받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피해자의 입장에 서면, 가해자의 편에 선 사람들에게서 분노를 받아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어려웠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으면, 그 애의 단짝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이었는데 왜 그동안 그런 눈치를 보며 살았을까?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옳은 말을 했더니 경찰서에 잡혀가고, 별 죄도 없는데 벌금을 몇천만 원을 내고,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인 척 덜덜 떠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에 겁을 먹었던 걸까.


그래서 나는 비겁하게, 피해자의 마음에는 수도 없이 공감하지만, 그들의 편에 서지 않고 중간 즈음에 서서, 저기도 맞고 여기도 맞고 모두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이해심을 선보였던 건가.


그렇다면, 비겁했다. 하지만 그 비겁함마저 사회가 일반인들을 복종하게 하는 '피해자다움'이라면, 나는 그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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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프로그램 -


일자 : 2019.04.17 ~ 04.28

시간
화, 수, 목, 금 19시 30분
토, 일 15시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서울문화재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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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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