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짭짤한 맛 속에 씁쓸한 기억을 품은 - 연극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

글 입력 2019.04.1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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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은 우리나라에서 빈도 높게 다뤄지는 사회 문제적 요소를 다루고 있다. 폭력(가정 및 군대 내)을 비롯하여 인권(여성 및 성소수자), 무분별한 도시 개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물들의 대사는 주제를 함축하며 내용이 참 무겁다.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굴레를 확인하는 순간마다 그들은 절박해지는데, 그 절박함이 오히려 희극적이다. 등장하는 세 인물이 이끌어 가는 스토리는 너무나 진지하고 간절해 웃음이 난다. 하지만 이들의 무겁고 답답한 상황을 지켜보고 납득하려면 헛웃음이라도 필요할 지경이라니.


재영과 재희 남매는 건강하지 못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어린 날의 상처를 그대로 가지고 성장하였다. 외적으로 재영과 재희를 보기에는 어머니의 가게와 손맛을 물려받은 효녀와 대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는 잘난 아들처럼 보일 수도 있다. 매일 술에 취해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증오해 한때 아버지가 좋아했던 반찬인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에 매일 소량으로 락스를 넣던 어머니.


어느 날부터인가 아들이 아버지의 반찬을 함께 먹었기 때문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어머니의 사정은 딸 재영 밖에 몰랐다.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모를 뿐이다. 어쩌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간다. 자신의 치부를 쉽게 드러낸다고 좋을 것이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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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영과 성진은 서로의 과거(상처)를 보듬어주며 결혼을 약속한다. 성진은 가진 것은 없지만 어촌의 어르신들을 도와 도시의 개발자들에 대항하며 재영의 옆을 지킨다. 어머니의 가게를 팔아 그 돈으로 푸드트럭을 장만해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신혼생활을 하려 다짐한다. 그들에게는 달콤한 계획이지만 서울에서 회사를 정리하고 내려온 재희에게는 못마땅한 계획이다. 왜냐하면 그도 어머니의 가게에 대한 권리가 있으며 무엇보다 본인은 아는 형을 따라 캐나다에 갈 작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일까. 군대에서 재희를 한 없이 괴롭히던 선임이 재영의 약혼자라고 하더라.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를 준 사람이 누나의 남편이 된다면, 가족이 되려고 한다면 용서할 수 있을까? 재희는 재영을 설득하며 결혼을 극구 반대한다. 자신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언제 어디서 성진의 본성이 나올지 모른다며 그의 악마 같은 행동들을 묘사한다.


성진이 재희를 괴롭힌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서 한 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이슈인 군내 폭력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재희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성진은 재영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비롯하여 성희롱도 서슴지 않고 행사한다. 재영이 군대에 다녀온 이후로 그가 제일 좋아했던 반찬인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을 먹지 못하는 이유가 이제 나온다. 성진이 그에게 식폭행을 하며 소시지를 대량으로 먹였기 때문에 재희는 그 날의 기억으로 더 이상 비엔나 소시지를 입에 담을 수 없다.


이를 모두 알게 되었어도 재영은 결혼을 무르지 않기로 계속해서 다짐한다. 오히려 과거 재희의 행동을 문제 삼으며 항상 이기적이었던 동생을 나무란다. 이민 자금 500만원도 보태줄 수 없다며 선을 긋는다. 세 사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정말 무대가 울릴 정도로 배우들의 열연이 눈에 띄었다. 목에 핏대를 서면서 서로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정말 싸우는 것처럼 보여 걱정이 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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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청춘이란 실상 모든 것이 불확실한, 그래서 불안한 청춘을 포장하는 수식어에 불과하다.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그 길로 나아가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실패든, 만족하든 불만족하든,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연극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의 세 주인공들 역시 그렇다. 이들은 현대인들이 가지는 하나의 표상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은 안쓰럽고 애틋하게 보인다. 인스턴트하지만 왠지 고전적인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의 그 맛처럼 말이다.


정말 그들이 떠날 것인지 떠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계속해서 떠나려고 결심하고 계획을 세우고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간 현재가 과거의 연속이듯이 분투하는 현재에는 그들의 미래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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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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