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금 더 탐내도 된다. [도서]

글 입력 2019.04.1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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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란 단어를 조금 순화해본다면 도전정신이 아닐까.


파울루 코엘류의 책 '11분'을 읽고 들었던 생각이다.


사실 저 생각 속에는 나의 가치관이 완벽하게 투영되어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저 생각 속에 투영된 나의 가치관이 명확히 드러난다. 첫 번째로는 주인공 '마리아'의 삶을 '욕망으로 가득 찬 삶'이라고 생각한 점,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런 그녀의 삶을 이해하고 감싸기 위해 이를 '도전정신'이라고 바꾸어 말한 점이 그것이다.


'마리아'는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해왔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의 삶을 '욕망 어린 삶'이라 표현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를 꼽으라면,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주겠다며 함께 떠나자는 남성의 말을 따라 새로운 곳(심지어 다른 나라였고, 심지어는 처음 보는 남성이었다.)으로 훌쩍 떠난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이 밖에도 마리아는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마리아를 이해하고 싶은 이유는 그녀가, 그리고 그녀의 생각이 참 '멋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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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은 브라질 소녀 마리아가 '매춘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라는 다소 모순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그녀는 짧은 휴가를 받아 리우데자네이루로 떠난다. 휴가를 즐기던 중, 한 남성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마리아는 그의 말만을 믿고 그와 함께 스위스로 훌쩍 떠나버린다. 그러나 스타가 되기 위해 떠났던 스위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매춘이었다. 충분히 그곳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찾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놓인 상황을 그대로 감내한다.
  

돈을 벌기 위하여 감정 없는 잠자리를 업으로 삼은 그녀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사치였다.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에 진정한 사랑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로부터 멀리한 채 살아온 그녀였기에, 사랑이란 감정은 애초부터 '그녀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에서 잠시 벗어난 하루의 오후, 한적한 카페에서 이상의 시간을 즐기고 있던 그녀에게 찾아와 그녀로부터 '빛'을 보았다는 한 남성에게 그녀는 마음을 빼앗긴다. 많은 남성과 몸의 대화를 나누며 남성에 대해 통달했다고 스스로 생각해왔지만, 그녀에게 대화다운 대화를 건네는, 전혀 속을 알 수 없는 남성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마리아는 사랑하는 그의 곁에 남을지, 아니면 스위스에서 번 돈을 가지고 브라질의 고향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그의 곁에 남는다 해도 영원히 그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든다. 결국, 그녀는 그에게 이별을 고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지만, 도착해서 내린 그녀의 앞에는 그녀를 마중 나온 그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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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인생은 욕망으로 가득했다.


눈에 띄게 예쁜 외모와 매혹적인 몸매로 남성들의 마음을 훔치고 그 사람 중 가장 자신을 편안하게 살게 해 줄 남성과의 미래를 욕망했다.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 주겠다는 남성에 의해 스타의 삶을 욕망하기도 했다. 매춘을 업으로 삼아 큰돈을 벌기를 욕망했고, 사랑이란 감정은 사치스럽고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사랑하는 그에게서 영원한 사랑을 받기를 욕망했다.


그녀의 모든 선택은 그녀의 욕망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자신의 욕망 때문에 벌어진 상황을 있는 그대로 감내하려고만 하는 마리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욕망 어린 선택 때문에 벌어진 모든 상황들을 의미있다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마리아를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설령 그 욕망 어린 선택으로 인한 결과가 좋지 않아도, 이를 통해 무언가를 '얻었다'고 기록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라는 말에 길들여져서일까, 좋지 않은 대가가 따랐을 때 나는 내 선택을 '잘못된 선택'이라 정의했고, 그 이후로는 무언가를 선택하기도 전에 내가 앞으로 겪게 될 대가에 대해 두려워했다. 그렇기에 대가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리아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돈을 벌고자 하는 욕망으로 평범하지 않은 삶을 택했다. 일순간 나는 그녀의 선택을 '욕망'이라 칭하며 이해할 수 없는 삶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정말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고 잘못된 욕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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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실현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꿈을 실현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욕구불만 사이에서 망설이며 세월을 보낸다.'


적어도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따금 내 자존감을 갉아먹는 주범이 이 두 가지임을 확신할 수 있다. 늘 선택의 기로 앞에서 망설인다. 이것이 달콤한 초콜릿일까, 쓰디쓴 초콜릿일까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늘 욕망을 드러낼지 말지에 대해 망설인다. 혹여 '내 것'이 아닐까 봐, 혹여 '남의 것'을 탐내고 있는 것일까 봐 말이다.


욕망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저것이 '내 것'일지, '남의 것'일지 전혀 알 수 없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드러내지 않는다면 '남의 것'으로 남을 것이고, 드러낸다면 '내 것'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을 하든 불분명한 대가들의 연속일 거라면,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이를 알면서도 선택의 기로에서 앞으로도 수없이 더 망설일 나 자신을 안다. 그렇기에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없는 불분명한 대가들의 연속에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은 그녀가 대단하게만 느껴지는 것이겠지.


모든 선택과 결정은 'CAN'과 'CAN NOT'이 아니다. 'DO'와 'DO NOT'일 뿐이다.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남은 생 더 열심히 욕망하고, 탐내 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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