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 음악 :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도서]

글 입력 2019.04.1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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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우리의 인생과 음악심리학 이야기



이 책은 순전히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되었다. 우리는 삶의 꽤 많은 부분을 음악에게 기꺼이 내어주고 있지 않은가. 쉽게 표현하자면 우리는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이 없는 삶을 상상해본다면, 확신에 찬 이 표현에 반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본인은 음악을 좋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현재 아트인사이트에서 <덕행>을 집필중이다.), 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뺀 거의 모든 시간에 음악을 찾아 듣는 사람이기에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라니. 아마 나처럼 음악에 열광적인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워 하고 궁금증을 가질 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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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음악심리학을 토대로 인간의 발달 심리를 설명하고, 음악과 관련한 궁금증들을 낱낱이 파헤친다.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와, 음악의 존재 이유, 그리고 이것을 우리의 삶과 연결시켜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심리학을 감성적인 학문이라 생각했던 나의 오해와는 달리 수많은 연구와 통계, 수치를 다루고 있어 꽤나 당황스러웠지만, 음악의 본질에 관한 다양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가 있었다.

책은 음악이 우리의 발달과정에 끼치는 영향을 다룬 ‘아이의 음악’, 직장과 일상에서 소비되는 음악에 대해 다룬 ‘어른의 음악’, 기억과 웰빙의 측면에서 바라본 음악을 다룬 ‘시간을 초월한 음악’,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내용을 읽기엔 어려움이 있어서 우선 읽고 싶은 주제를 선별해 읽었다. 그 중 기억에 남았던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음악과 시간의 상관관계

(우선 첫 예시인 이 영상은 책에 기재된 내용이 아님을 밝힌다.)


▲노동요 [영상 출처-유튜브 채널 'sake L']



4년 전 ‘노동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이 있다. 이 ‘노동요’는 오렌지 카라멜의 ‘마법소녀’, 샤이니의 ‘링딩동’, 에프엑스의 ‘피노키오’,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 등의 수많은 아이돌의 댄스곡을 빨리 감기해 만든 50분짜리 영상이다. 영상에 대한 반응은 이랬다.



- 이 노래를 들으면서 시계를 보니 1초에 1칸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초침이 멍청해 보인다.

- 이 노래가 고려시대 때 있었다면 팔만대장경판은 5주 만에 완성됐을 거다.

- 이 영상을 저희 집 시계에게 들려줬더니 시곗바늘이 너무 빨리 돌아 선풍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할머니 집에서 틀어놓고 있으니까 할머니 사과 깎으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짐 ㅋㅋㅋ



단순한 이 영상은 550만이라는 조회 수를 기록할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노동요'에 이어 이마트의 주제곡을 빨리 감기한 5시간짜리 영상 ‘이마트’를 남기고 4년 전 홀연히 사라진 작성자에 대해 ‘이거 올리고 나서 자기 혼자 이 속도로 먼저 미래에 가버린 게 아닐까?’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영상의 제목이 ‘노동요’인 이유는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속도 때문에 다급함을 느낀 사람들이 일 처리를 빨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음악이 노동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인데, 책 속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음악 청취는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초창기 연구들은 음악이 생산성을 높이는 유력한 원인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1) 음악 리듬과 일체화 되면서 일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로 인해 주기적인 생산성 또한 증가한다.


2) 노래나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드는 것처럼 육체는 음악에 맞춰 반응한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154p



같은 맥락으로 1966년 퍼트리샤 케인 스미스와로스 커누의 보고서에는 슈퍼마켓에서 소리의 크기에 변화를 준 경우에 시끄러운 음악 구간에서 사람들의 쇼핑 시간이 크게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는 내용이 있다. (178p) 이러한 결과에 따르면 음악이 움직임을 빠르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공장에서 단순성을 띤 반복 업무를 하던 과거와 달리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현대에는 일의 강도나 개인의 취향, 선호도, 개성, 청취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즉, 케바케(사람과 상황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라는 거다.

어찌됐건 음악은 우리의 시간에 여러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종종 음악을 들을 때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낀다. 이어폰을 ‘통학의 기쁨’이나 ‘출퇴근의 기쁨’이라 명명하는 것도 이 이유일 것이다. 필자 또한 통학의 기쁨(이어폰)을 집에 놓고 왔을 때, 한 시간 반가량의 등하교길이 평소보다 훨씬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 다들 이러한 상황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를 마케팅의 요소로 여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뛰어난 사업가는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충전 기법(filler technique)을 적용해 음악과 서비스를 적절히 배치하고, 이를 통해 손님들은 기다리는 시간이 단축되는 착각을 느낀다. 이것을 마케팅 용어로 시간 마케팅이라고 한다. (176p) 시간과 음악의 상관관계가 결국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인데, 이전까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라 새로웠다. 이러한 내용은 2부 '어른의 음악'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기억 속의 음악


음악은 일생에 걸쳐 우리 존재의 일부가 된다. 음악은 사건과 사람에 대한 우리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조화롭게 짜맞추기 때문이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248p



개인적으로 음악은 시절을 기억하게 한다는 점에 있어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음악을 들었을 때 그 음악을 들었던 과거의 감정과 상황, 행동들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음악의 역할을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 연말마다 음악을 통해 한 해를 돌아보는 을 써오기도 했다.

이러한 음악의 역할은 크룸한슬 박사의 연구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연구에 참여한 지원자들은 음악 관련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이었다. 연구 방식은 ‘1초의 연주를 듣고 음악을 맞추는 것’이었는데, 불과 400밀리 초짜리 블링크만 듣고도 그 노래가 어떤 곡인지 알 수 있다고 주장한 지원자가 거의 30퍼센트였으며, 이들 중 95퍼센트가 정확하게 노래 제목과 가수 이름을 맞추고 심지어는 작품이 발표된 시기도 잘 알고 있었다.(2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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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은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출연자 김희철은 1초보다 짧은 음악을 듣고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 발표 시기, 안무와 앨범 명까지 맞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일화까지 술술 풀어낸다. 이는 순간의 연주만으로도 기억의 연쇄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그 기억 속에는 음악의 단편적인 면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다양한 요소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단순히 '김희철 잘 맞히네..'가 아니라 타임머신과 같은 음악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거다.

과거에 겪었던 일을 다시 경험할 때에 그것을 이미 경험한, 익숙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을 '숙지감정'이라 부른다. 음악이 이러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에 음악은 이야기가 되고 추억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에 관한 이야기는 3부 '시간을 초월한 음악'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이외에도 책 속에는 음악에 관한 수많은 연구와 논제가 담겨 있다. 감상적이거나 서사적인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예상한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한다면 다소 어렵게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음악을 통해 기쁨과 위안, 슬픔과 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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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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