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 이대로 영원히 괜찮을 수 있는거야 – Dear Evan Hansen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4.0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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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Dear Evan Hansen>은 Steven Levenson의 원작 소설과 Benj Pasek & Justin Paul 듀오의 음악이 만나 탄생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2017년 토니어워즈에서 6관왕을 달성했으며 지금도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히는 <Dear Evan Hansen>을 대표적인 넘버와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

아래 글은 뮤지컬 <Dear Evan Hansen>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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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사회 불안 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에반 핸슨이 갑작스럽게 자살한 동급생 코너 머피의 친구로 오해 받게 되면서 시작된다. 에반은 처음에는 유가족을 위해 자신이 코너의 단짝 친구였다고 거짓말하지만, 점차 그 거짓말을 통해 주변과 관계를 맺고 위로를 받게 된다.




Waving Through A Window






‘Waving Through A Window’는 극의 초반, 사회 불안 장애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에반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방백의 형식으로 풀어내는 넘버이다.



No slipping up if you slip away
피해버리면 실수할 일이 없어


So I got nothing to share
그래서 난 나눌 수 있는 것이 없어


No, I got nothing to say
그래, 난 할 말이 없어


최악의 모습을 보이기 싫어 처음부터 모든 것을 회피하고 외면했다는 내용의 가사는 누구나 청소년기에 겪어봤을 불안감에 대한 에반의 고백이다. 실패로부터 멀리 도망치며 자신을 보호해온 에반은 자신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고독과 두려움을 끌어 안고 있다.



When you’re falling in a forest, and there’s nobody around
네가 숲에서 쓰러질 때, 곁에 아무도 없다면


Do you ever really crash, or even make a sound?
정말 쓰러진 게 맞을까? 아니, 소리가 나기는 했을까?


Did I even make a sound? It’s like I never made a sound
나는 소리를 내긴 했을까? 소리조차 내지 않았던 것 같아


Will I ever make a sound?
내가 소리를 낼 수나 있을까?


에반은 나무에서 떨어졌던 경험을 회상하며, 다쳤을 때조차 곁에 아무도 없었던 자신이 정말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지 의심한다. 이 넘버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한 번쯤은 고민하는 외로움과 무력감을 진솔하게 풀어내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For Forever





And I see him come to get me
그 애가 달려오는 게 보여요


He’s come to get me
나에게 달려오고 있어요


And everything’s okay
이제 모든 게 괜찮아요


갑작스럽게 자살한 코너의 유품으로 에반이 자기 자신에게 썼던 편지가 발견되고, 에반은 코너의 유일한 친구로 오해를 받게 된다. 아들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유가족을 만난 에반은 자신도 모르게 거짓으로 코너와의 추억을 꾸며내고, 나무에서 떨어져 홀로 누워있던 기억까지 다시 쓰게 된다.



All we see is light
우리 앞에 빛이 가득해


‘Cause the sun burns bright
밝은 햇살이 우리를 비춰


We could be alright for forever this way
우리 이대로 영원히 괜찮을 수 있는 거야


에반은 코너의 가족을 위해 지어낸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친구 관계를 그려낸다. 그리고 어두운 기억 위에 꿈 같은 상상을 덧그리며 스스로도 위로를 받게 된다. 에반이 아름다운 멜로디에 가장 외롭고 무서웠던 순간에 누군가 달려와 줬다면 모든 것이 괜찮았을 거라는 상상을 노래하는 이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You will be found





Even when the dark comes crashing through
어둠이 들이닥친다 해도


When you need a friend to carry you
의지할 친구가 필요할 때


When you’re broken on the ground
네가 다쳐 쓰러져 있을 때에도


You will be found
누군가는 너를 찾아 낼거야


코너를 기억하기 위한 코너 프로젝트에서 에반은 연설을 하게 되고, 그 내용이 SNS를 타고 전세계에 퍼지게 된다. 에반은 연설을 통해 세상에 애초부터 없었던 존재가 되어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전세계에 큰 감동을 준다.


하지만 사실 에반 본인은 괴로운 순간 홀로 남겨져 있었으며, 코너는 의지할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판타지 뒤에 감춰진 현실이 감동과 동시에 씁쓸함을 느끼게 만든다.
 



Words fail





There’s nothing I can say
할 말이 없어요


I guess I thought I could be part of this
어쩌면 제가 여기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I never had this kind of thing before
이런 적은 처음이었거든요



계속해서 불어나는 거짓말로 인해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결국 에반은 코너의 가족에게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나를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꿈 같은 현실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아서 모든 것을 꾸며 냈다고 고백하며 에반은 무너지듯 노래한다. 모두를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던 환상은 한순간 깨져버리고, 위로는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 속으로 파고든다.




So Big/So Small





I will never forget how you sat up and said
그 날 밤 잠 못 들던 네가 한 말을 잊을 수 없어


Is there another truck coming to our driveway?

A truck that will take mommy away
다른 트럭이 또 오느냐고 이제 엄마도 나를 떠나느냐고


(…)


There’s not another truck in the driveway
다른 트럭은 절대 오지 않아


Your mom isn’t going anywhere
엄만 아무데도 가지 않아


Your mom is staying right here
여기에 항상 있어


No matter what
무슨 일이 있어도


I’ll be here
네 곁에 있을 거야


에반은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모든 일을 털어 놓으며 괴로워하고, 엄마는 그런 에반에게 지나간 힘든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트럭과 함께 에반의 아빠가 떠나간 이후, 에반과 단둘이 남은 현실이 버겁게 느껴지던 엄마에게 어린 에반은 엄마를 데려갈 트럭도 오느냐고 묻고, 어린 에반의 손을 붙잡고 엄마는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에반의 엄마 하이디가 에반의 손을 잡고 언제나 너의 곁을 지키겠다고 노래하는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터뜨린다. 거짓말로 얻은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진 에반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존재를 마주하면서 위로를 얻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


<Dear Evan Hansen>은 단순히 힘을 내라는 공허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이 뮤지컬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길지 않은 서사 속에 인간의 외로움과 불안, 또 사랑에 관한 깊은 성찰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구원은 판타지에 불과하고, 사랑은 밉도록 서툴지만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무사해 진다.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밝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풀어낸 <Dear Evan Hansen>을 언젠가 또 다시 보게 될 날을 기다리며 소개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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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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