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F 창작 뮤지컬 -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글 입력 2019.04.0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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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밀양림은 과일조차 썩지 않는 최첨단 자연환경을 가진 세계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사람이 운영하지 않는 곳, 밀양림. 유울모는 바깥세상에서 밀양림으로 돌아왔다.

바깥세상은 잿빛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생명'이 있는 곳이다. 유울모는 바깥세상을 계속 회상하게 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미아보라, 그녀에게서 '바깥세상'을 느낀 유울모는 사라진 그녀를 쫓기 시작하고, 밀양림을 파괴하려는 자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파괴하려는 공안부!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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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완성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SF 장르의 스테레오타입을 거의 모두 가지고 있지만, 그 재현 방식은 매우 어설프다. 아무런 정보 없이 아무런 고민 없이 가볍게 작품을 본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다. 그저 SF 장르의 클리셰를 답습하지만 그조차 잘 구현되지 않은, 미완성적인 작품이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 티켓과 함께 배부한 해설과 작가이자 연출인 김진우의 글을 읽고, 작품에 대해 약간이라도 고민을 해본다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김진우는 작품 형식 면에서 완결성을 가진 내러티브의 일반적인 관습을 깨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바람은 작품에 충실하게 반영되어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잘 짜 맞춰진 스토리라인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듯한 노래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무대 또한 간단하고 추상적인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에는 크게 밀양림과 바깥세상, 사이버 세상의 세 공간이 등장하지만 가시적인 이미지로는 공간 구분이 어렵다. 2119년의 첨단 과학기술도 배우의 움직임과 약간의 소리에 의해서만 구현된다. 아마추어적인 시니어 앙상블과 촌스러운 의상 및 분장은 작품의 완성도를 해치는 듯 보이기까지 한다.

 

이처럼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작품의 모든 요소들이 불친절하고 일반적이지 않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친절한 설명 대신, 혼돈의 한 단면을 무대 위에 툭 던져 놓는 것이다. 그러나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혼돈은 사실 어떠한 설명 보다 작품의 주제와 기획 의도를 잘 나타낸다.




정답 없는 대립 속 갈등하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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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자연과 반자연, 생명과 기계, 아름다움과 추함 등 다양한 이항대립 구도를 담고 있다. 여러 문화예술 속 대부분의 이항대립적 구도는 어느 한쪽에 우위를 두고 재현된다. 하지만 본 작품의 이항대립 구도는 어느 쪽이 우위에 있는 것인지 직설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자연 상태이며 생명이 존재하는 바깥세상과 반자연 상태이며 기계로 둘러싸인 밀양림 사이의 대립이 이어진다. 더럽고 추한 바깥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밀양림에 가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바깥세상엔 생명이 자라나고, 자유가 있다. 마냥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밀양림이지만 사실 그곳은 과하게 폐쇄적이고 끊임없는 감시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주인공 유울모는 바깥세상에서 밀양림으로 돌아와 행복해하면서도 그곳을 그리워한다. 심지어 밀양림을 파괴하려 하는 미아보라를 돕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밀양림을 끊어낸 후, 결국 다시 밀양림의 사과를 깨문다. 자연과 반자연, 생명과 기계, 아름다움과 추함 등의 대립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것이다.


바깥세상과 밀양림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울모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우리는 어느 것이 정답이라 확신할 수 없고, 그렇기에 수많은 선택 앞에서 고민한다. 무언가 확실한 정답을 내리지 않는 작품의 이항 대립적인 구도는 우리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가? 추한 것은 나쁜 것인가?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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