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강인하고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프리다 칼로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3.3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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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를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생 때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꼽으라면 그건 바로 칼로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판단이 흐려질 때, 분노해야 할 일이 생길 때,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때 나는 칼로를 떠올린다. 그녀는 삶의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며 분노를 표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매 순간 열렬히 사랑하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삶을 대하는 당당하고 강인한 태도는 나를 충분히 매료시킬 만했고, 특유의 활력이 넘치는 그녀의 영혼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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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간에 수업의 일환으로 봤던 칼로의 삶을 담은 <프리다>라는 영화에서 단순히 한 사람의 기구한 운명에 놀랐고, 다음으로 그 운명에 대항하는 강인한 의지를 가진 칼로의 태도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멕시코의 대표적인 화가로 알려진 프리다 칼로는 얄궂은 운명을 타고났지만, 무엇도 원망하지 않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으며 강한 의지로 삶을 살아갔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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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 9월 17일, 나이 열여덟에 칼로는 남자친구와 함께 버스를 타다 전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비극적인 사고로 쇠파이프가 몸을 관통하면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다행히 기적적으로 생존했지만, 전신을 움직일 수 없어 병상에 누워 수차례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런데도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법이 없었고, 고통을 승화시키기 위해 병실에서 반복해서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강인한 눈동자와 흔들림 없는 표정은 여전했고, 그 모습에 나는 마치 그녀가 비극과 슬픔마저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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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혹한 운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칼로는 남편 디에고의 여성 편력에 시달렸으며, 세 번의 유산을 경험한다. 게다가 발에 생긴 괴저병이 무릎을 타고 올라 발을 절단해야만 했다.


모든 것을 앗아간 하늘이 원망스러울 법도 한데, 칼로는 사람과 세상을 사랑하고 증오하기를 반복하더라도 결코 저주를 퍼붓는 법이 없었다. 자신의 삶이 동정받기도 원치 않았으며,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었다.


그런 강한 영혼의 힘은 칼로가 남긴 일기장에 적힌 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발이 왜 필요하지? 내게는 날개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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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랜 병치레에도 불구하고,

나는 커다란 기쁨을 가지고 있다.

삶에 대해서도 죽음에 대해서도.


- 1953년 1월 금요일 프리다 칼로



‘프리다’, 독일어로 평화라는 뜻이다. 칼로의 일생은 전쟁 같았지만, 그 속에서 그녀는 평화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혁명가로서 식민지배와 독재 정치에 신음했던 멕시코인을 구해내고자 했고,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디에고를 사랑했으며 그를 끊임없이 이해하고자 했다. 또한 길거리에 꽃과 뛰노는 아이들에게 애정을 느끼며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그녀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알았고, 삶을 예술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다. 언제나 사랑과 신념 앞에 당당했고, 부조리한 사회관습을 거부하며 반듯한 자세를 잃지 않았던 칼로는 그 자체로 빛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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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삶은 주어지지만, 누구나 완전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 내가 가진 것과 남이 가진 것을 저울질하며 행복의 크기를 따지는 일이 어리석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습관적인 나쁜 버릇은 고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자신을 불쌍히 여기며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은 내가 가진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며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충만한 삶을 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완전함을 느껴보지 못한 채 부족함을 메우는 일만 반복하는 인생을 살게 된다.


환경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잃은 게 많았던 칼로였지만, 자신이 부드러움과 엄격함과 큰 사랑을 가진 사람임을 알고 스스로가 주연인 완전한 삶을 살고자 했다. 마찬가지로 바꿀 수 없는 일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사소하더라도 지금 당장 내가 가진 것들에 충만한 애정을 쏟는 것이 나를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에 이르게 하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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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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