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세월호라는 상징에서 이야기로, 그 도착지는

글 입력 2019.03.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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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1번지]2019세월호 포스터_웹용.jpg


2018년 4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진행되는 공연 [2019 세월호]는, ‘제자리’를 키워드로 총 7편으로 기획되었다. 특히 키워드 ‘제자리’의 사전적 의미를 과거, 현재, 미래의 상황에 대유하여 이번 기획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잃어버린 누군가의 ‘제자리’, 진상규명을 위한 수많은 시도가 이어졌지만, 여전히 사건의 향방은 여전히 ‘제자리’인 지금, 이 사건과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제자리’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과거 일어난 사건에 대응하는 현주소를 점검하며 미래에 관한 비전을 적극적으로 묻는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그 미래는, 곧 우리가 마주칠 현재가 될 것이기에.

 

한 작품은 전석 15000원이며 전 작품 패키지는 48000원이다. 보통 대학로 공연이 3만원~5만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7편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가격으로 꽤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문화 초대를 받지 않고 전 작품 패키지를 사서 볼까도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직관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도 욕심이 마냥 앞서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보도자료를 읽고 신중하게, 한 작품을 선택했다. 선택한 작품은 임성현X쿵짝프로젝트의 <디디의 우산>이다.



20190330_134037.jpg

 

이 작품의 원작이 황정은 작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이라는 점과 그 내용이 두 가지의 주제, ‘상실의 감각‧진짜 혁명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끌렸다. 이 책은 언젠가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섹션에 있는 걸 보았는데 읽지 않고 스쳐 지나간 기억이 나서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책의 주제로 소개된 내용은, 최근 고민하고 있던 나만의 주제, ‘죽음과 애도, 애도라는 행위의 적극성’과 연관된다고 생각했다.


감상으로만 끝나지 않는 애도는 무엇인가, 아무리 애도는 완성될 수 없는 감정 혹은 행위라 하여도 애도가 계속해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 애도의 올바른 도착지, 행동은 무엇인지 최근 궁금했는데, 이게 어쩌면 ‘혁명’과 연관된 게 아닐까 하는 직감이 든 것이다. 그렇다면 <디디의 우산>에서 말하는 ‘혁명’의 진짜 가능성은 무엇인가, 내 직감처럼 애도의 도착지는 혁명일까? 평소 혁명에 관해 이렇다 할 뚜렷한 관점을 가지지 못한 나였기 때문에 궁금증이 더 커졌던 것 같다. 그래서 진심으로 총 7편의 연극이 모두 다 좋아보였고 그 나름의 의미가 분명하다고 생각했음에도, 이 한 편에 강하게 끌렸던 것이다.


문화초대 선정 후 책 <디디의 우산>을 읽기 시작했다.



그것과 같은 구두는 세상에 없었다. dd의 발 모양으로 늘어났고 dd의 걸음걸이 습관 그대로 굽이 닳았으며 반복해 접혔고 주름졌으니까. (23)

 

그것(세상에 하나뿐인 어떤 사람의 두개골)이 붕괴되었을 때 세계는 유일했던 한가지, 방금 부서진 그 패턴을 상실한다. (35)

 

같은 모델이라도, 그 기기를 다룬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고 여소녀는 말했다. 세상에 그거 한 대뿐이니까, 빈티지를 고치려는 사람들은 고친다고 말하지 않는다. 살린다고 말하지. (145)

 

어쨌거나 각각의 책은 냄새도 다르다.…각각의 책은 그것이 속한 공간의 냄새를 풍길 테니까. (156)

 

- 황정은, <디디의 우산>, 창비



예상과 달리 책에서 발견한 약간 흥미로운 '다른' 주제는, 존재의 유일성에 관한 것이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dd의 신발, 세상에 하나뿐인 사람의 두개골(이 가진 패턴), 세상에 하나뿐인 음향기기, 세상에 하나뿐인 책. 유일한, 단 하나뿐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의도인지 모르겠으나 작가는 이 ‘유일성’의 비유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상실의 슬픔, 상실의 ‘진정한 상실감’은 이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그렇다면, ‘대체할 수 없는 것의 상실’로부터 비롯된 이 슬픔을 진정 대체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기나 한 건가, 이 가능성의 연장선에서 ‘혁명’의 진짜 가능성을 묻는 건가, 하고. 책을 다 읽으면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내용이 연극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풀어질지 기대가 된다.

 

“세월호는 더 이상 사건이 아닌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이 말을 깊게 실감한다. 이제 곧 5주기를 맞는 기간 동안, 더 깊게 실감해왔다. 상징은 이야기가 된다. 치명적인 사건, 상징일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이 수많은 이야기는 조금은 불투명한 방향으로, 그러나 각자의 방식으로 정확히 무엇을 향해 도달하기는 할 것이다. 그 곳이 어디인지, 이번 공연을 통해 조금은 더 분명히 알고 싶다.






공연작품 상세 정보



4월 4일(목) - 4월 14일(일)


겨울의 눈빛 

이재민X잣프로젝트


원작 박솔뫼 『겨울의 눈빛』 (문학과 지성사, 2017) 中

출연 최정현, 마광현, 서재영, 이도경, 원채리, 이신실

연출 이재민

 

"내가 아는 누가 또 누구누구가 지금 무얼하는지를 말하는 것으로 이토록 모멸감이 드는 이유는 무어야.“

얼마간의 무기력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올 때가 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온몸이 두리번거린다. 이 몸이 서 있는 이 자리의 증언과 기억의 연습을 박솔뫼 작가 <겨울의 눈빛>과 같이 시도하고자 했다.


잣 프로젝트 공연예술을 통하여 사회와 연대하며 삶의 사이를 찾아가고자 하는 창작 집단이다. 시대의 사회적 몸과 언어를 관찰하고 고찰하여 다양한 질문을 발생시키고자 하며, 이러한 작업의 실천이 삶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연구한다.  



4월 18일(목) - 4월 28일(일)


디디의 우산

임성현X쿵짝프로젝트


원작 황정은 『디디의 우산』 (창비, 2019)

출연 김은한, 백소정, 양대은, 이은조

각색 신효진 드라마터그 최하은 조명 김진우 의상 임누리 연출 임성현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


소설가 황정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의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엮어 연극화한 작품이다. <d>는 함께 동고동락하던 ‘dd’의 죽음을 기점으로 상실의 감각에 빠져 세상과 단절되었던 ‘d’가 ‘그래도 살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일을 하며 바깥세상과 ‘처음부터 다시’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는 ‘아무도 죽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김소영’이 동거인이자 동성애인 ‘서수경’과 함께 살아가며 1996년의 연세대, 2008년의 ‘명박산성’, 2009년의 용산, 2014년의 세월호, 2016~2017년의 촛불탄핵 등 수많은 사회적 사건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d>에서는 우리가 겪은 ‘상실의 감각’을,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서는 ‘혁명’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누락되고 소외되는 사람들과 ‘혁명’의 진짜 가능성, 그리고 과연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것도 말해질 필요가 없는’ 세상이 ‘혁명’만으로 도래한 것인지, 혹은 도래할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쿵짝프로젝트 2017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예수 고추 실종 사건> <참담한 빛> <아웃스포큰> <삼일로창고극장 봉헌예배> 등의 작품활동을 했다.



5월 2일(목) - 5월 12일(일)


아웃 오브 사이트

김기일X엘리펀트룸


출연 김보은 신주훈 최귀웅

연출 김기일  드라마터그 김민조 


"햇살이 들어오듯 조명이 들어오면, 세 사람 떨어져 앉아 있다. 버스 창가 좌석에 앉아 있는 듯 하다“


평범한 사람이 등장한다. 특별할 것 없고 조금은 고된, 일상의 일을 해나가는 어떤 하루다. 약간의 거짓말과 몇 가지 선택들, 조금의 게으름과 평범한 성실함이 있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 유난히 사람이 적은 그 날의 버스에서 그(그녀)는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오늘의 빈 버스는 왜 비어있을까, 언제부터 비어있었을까. 


엘리펀트룸 극단 엘리펀트룸은 우리가 손쉽게 거리를 둘 수 있는 비판거리들 대신에 연극을 하는 우리들 속에 있는, 우리들 곁에 늘 머물러 있는 문제들에 대해 발언하는 연극을 만들고자 한다. <네 손은 네 뺨을 때리고> <당연한 이야기> <블루스가 불렀어> <깔끔한 혐오>



5월 23일(목) - 6월 2일(일)


바람없이 (LA DOULEUR)

신재X0set프로젝트


원작 마르그리트 뒤라스 『고통』 1985

출연 엠마누엘 사누, 고권금 외

연출 신재

각색/제작 0set프로젝트 


“기다림, 기다림을 멈추지 않는 힘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에 관하여”

사회적 참사의 피해 당사자이자 진상규명을 밝히기 위해 긴 싸움을 이어가는 활동가들의 곁에는 언제나 연대 활동가들이 있다. 참사의 고통과 기약 없는 기다림의 한 가운데에 당사자들이 있다면 당사자들의 곁에는 연대 활동가들이 있다. 당사자들이 앞으로의 긴 시간을 견디고 사회적인 활동을 이어가는데, 다시 말해 당사자들이 고통의 한 가운데에서 한 발짝 나와 자신의 고통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삶을 이어가는데 당사자들의 곁을 지기키는 사람들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들을 통해서 고통의 곁을 바라보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결과로 느리더라도 점차 사회가 변화한다. 고통의 곁에 계속 머물며 그 곁을 넓혀가는 힘을 마르그리트 뒤라스 <고통> 속 이야기와 2019년 한국 사회의 고통 곁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당사자와 연대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찾고자 한다.


0set프로젝트 2017년 “극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활동을 시작했고, 그 질문은 또 다른 질문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질문들에 답하려는 시도로서 조사, 인터뷰, 워크숍, 기록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과정 중 일부를 공연으로 제작한다. <연극의 3요소> <나는 인간> <배우에 관한 역설> <없는 사람>



6월 6일(목) - 6월 16일(일)


어딘가에, 어떤 사람

송정안X프로젝트그룹 쌍시옷


작 고재귀 연출 송정안 


“기억, 눈동자로 부르는 이름, 손끝으로 붙잡는 시간”

우리는 과연 잊지 않았다고, 또 잊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감히 달라졌다고, 바꿀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모두의 분노와 저항을 서늘하게 꺾어내고, 무심히 삶에 감사하며 살게 하는 것은 혹, ‘망각’이 아닐까? 

이 작품은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으며 아직 끝났다고 결코 말할 수 없는 참사 앞에서, 우리가 생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기억’의 자리에 ‘망각’을 들여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프로젝트그룹 쌍시옷 <2016 불신의 힘> <행복한 날들>



6월 20일(목) - 6월 30일(일)


더 시너 The Sinner

윤혜숙X래빗홀씨어터


원작 테스 게리첸 『파견 의사』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

각색 조원재 연출 윤혜숙 


“모든 참사는 과거라 말할 수 없다.”

고요한 그레이스톤 수녀원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한 수녀가 두개골이 부서진 채 쓰러진 것. 한편, 피부가 벗겨지고 손발이 절단된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된다. 리졸리 형사와 마우라 법의관은 끈질긴 추적 끝에 인도의 사라진 마을부터 보스턴의 고풍스러운 수녀원을 가로질러,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추악한 진실을 밝혀낸다. 


래빗홀씨어터 래빗홀씨어터는 작지만 풍성한 연극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시대가 변하여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어떤 것을 무대 위에 돌려주고자 한다. <마른 대지> <아리아 다 카포> <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 <터무늬 있는 연극 X 인천> <후시기나 포켓또> <무언극 이불> <15분> <오레스테이아> <작은문공장> 



7월 4일(목) - 7월 7일(일)

장기자랑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작 변효진 작곡 고수영 연출 김태현 조연출 김영은 

조명 류성국 무대 김지우 음향 변효진 의상 조수연


고등학교 2학년이 된지 일주일이 넘어가지만,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못한 아영이는 자꾸만 먼저 말을 걸어오는 짝꿍 가연이가 부담스럽다. 2-3반의 최대 핫이슈는 수학여행, 그리고 장기자랑. 아영이는 반장이기도 한 가연이의 오지랖 때문에 얼떨결에 수학여행 장기자랑에 나가게 된다. 평소 가연이와 친한 같은 반 아이들도 합세해 다섯 명의 멤버가 꾸려지고, 아영이는 팔자에 없던 춤 연습을 하게 된다. 수학여행과 장기자랑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전에 없던 소속감을 느끼게 되는 아영,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 점점 마음이 간다. 어느 날, 아영이의 엄마는 집안 사정으로 생활비가 빠듯하다며 수학여행 가지 말 것을 부탁한다. 수학여행 디데이는 다가오고, 친구들에게 말 못한 채 춤 연습은 계속 되는데… 아영이의 생애 첫 장기자랑은 성공할 수 있을까?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2015년 10월 연극치유모임으로 시작했다가 2016년 3월 정식으로 창단하게 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2016년~2017년 <그와 그녀의 옷장> 40여회, 2017년~2018년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50여회 공연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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