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세월호 5주기,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 [공연]

글 입력 2019.03.29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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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0명이 바다에 잠겼다. 그날의 산란한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 고등학생 때, 학교에 있어 상황을 알지 못했던 나는 친구들과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전해주는 소식에 대충 돌아가는 형편을 가늠할 뿐이었고 그들이 그랬듯이 모두가 금방 구조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학교가 파하고 집에 돌아오니 저녁이었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거의 다 잠긴 선체, 구조되지 못한 탑승객들, 쏟아지는 오보, 한 박자 느린 정부의 대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희망을 놓지 않고 구조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다른 재해나 사고처럼 무언가가 침투하고, 부딪치고, 폭발하는 데에서 오는 충격과는 달랐다.

이미 있던 것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의 공허함과 무기력감이었다. 당연히 혹은 막연히 우리를 보호해줄 것이라 믿었던 근대적 장치들은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고 신뢰를 전제로 유지되던 암묵적 약속들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제자리 / 본래 있던 자리


세월호는 평화로운 마을에 갑자기 들이닥친 재앙이 아니다. 인간을 초월하는 자본주의 원리에의 지나친 의존과 더불어 완화된 규제, 본질을 잊고 이목 끌기에만 급급한 언론, 무책임한 정부, 가만히 기다리라고만 말하는 어른들은 원래부터 있었다. 학생들을 내버려 두고 홀로 탈출한 선장처럼 그들은 침몰하는 배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 ‘가만히’ 있었다. 세상은 잘만 돌아갔다.

그 사이 겉만 멀쩡하게 유지됐던 사회의 속은 썩을 대로 썩어버렸다. 세월호 사건은 붕괴라기보다 오랜 시간 진행된 균열에 가까운 모양으로 사회의 속을 가르며 부패된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성과 합리로 완벽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였던 사회의 구조물은 같은 맥락에서 수없이 강조되던 효율성이라는 명목 하에 쓸모를 잃었고, 그동안 사회를 지탱하던 것은 다양한 경험으로 구축된 개개인의 주체적인 신뢰가 아닌 결과주의에 눈이 먼 집단적 맹신이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끝없이 불거졌다. 국가마저 불신의 대상이 된 국민들에게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세월호 트라우마’. 허무감은 엄청났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약 한 달 후, 지하철에서 추돌사고가 일어나자 승객들은 안내방송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문을 열고 탈출했다. 본래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것은 세월호의 희생자들뿐이 아니었다. 실제든 허상이든 사회적 동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기반이 되었던 규칙은 무너졌고 국민들은 방향을 잃었다.

그 후로도 수년 동안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했다. 아니,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도 알지 못했다. 가만히 있었던 그 곳이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자리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제자리 / 위치의 변화가 없는 같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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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 당시 대통령은 탄핵되어 정권이 교체됐고 배는 인양되었다. 그러나 다섯 명의 미수습자가 남아 있고 진상규명은 아직도 실체가 요원하다. 세월호의 책임을 특정 인물에게만 지운다면 우리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추모의 의미로 교실 베란다에 노란색 리본을 달자 정치적으로 편중된 견해로 보일 수 있다며 제재한 교감 선생님을 기억한다.

애도하는 순수한 마음마저 저만의 원리로 환원하여 편을 갈랐던 주체는 다수였다. 자본주의, 실용주의, 진영 논리… 대부분이 이면을 모른 체하고 맹신했던 원리들이 아니었던가. 고민하지 않고 원리를 받아들여 제 욕심대로 물고 뜯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침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제자리 /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


김기일(엘리펀트룸), 송정안(프로젝트그룹쌍시옷), 신재(0set 프로젝트), 윤혜숙(래빗홀씨어터), 이재민(잣프로젝트), 임성현(쿵짝프로젝트)으로 이루어진 혜화동1번지 7기 동인은 오는 4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기획초청공연 <2019 세월호 [제자리]>를 통해 우리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무대에 풀어놓는다. 세월호 유가족극단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을 포함한 총 7그룹이 각각 다른 연극으로 끝나지 않은 세월호 사건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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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1번지 7기 동인 단체사진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


매년 4월 16일에는 무거운 책임감과 애도의 심정이 섞여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진다. 내년에 또 이러한 4월 16일을 맞아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스러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호라는 참사로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방관해온 문제들이 가시화된 이상 이 감정은 영원히 지속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세월호를 잊지 않는다는 말은 단순한 추모의 메시지가 아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겠다는 다짐이다. 올해 4월 16일은 예년에 느꼈던 허무감과 우울감에서 한 발짝 물러나 함께 제자리를 탐구하고 대화하며 그 다짐을 이어나가고 싶다.





공연기간

제목

공연단체

연출

4.4-14

겨울의 눈빛

잣프로젝트

이재민

4.18-28

디디의 우산

쿵짝프로젝트

임성현

5.2-12

아웃 오브 사이트

엘리펀트룸

김기일

5.23-6.2

바람없이

0set프로젝트

신재

6.6-16

어딘가에, 어떤 사람

프로젝트그룹쌍시옷

송정안

6.20-30

더 시너(The Sinner)

래빗홀씨어터

윤혜숙

7.4-7.7

장기자랑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김태현



2019 세월호 - 제자리
- 혜화동1번지 7기 동인 기획초청공연 -


일자 : 2019.04.04 ~ 07.07

시간
평일 8시
토/일요일 3시
월 쉼

장소 :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티켓가격
전석 15,000원
전작품 패키지 : 48,000원

주최/주관
혜화동1번지 7기 동인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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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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