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 출판저널 [도서]

글 입력 2019.03.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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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도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권의 책 안에 드러나지 않는 많은 이들의 이름과 마음이 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tvN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클립 영상에 나오는 대사이다. 나는 이십여년간 철저하게 독자의 입장으로 살아왔다. 내가 들고 있는 한 권의 책이 어떻게 기획되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내 앞에 놓이게 되었는지, 고민해본 적 없었다. 나는 책을 무척 좋아하지만 내가 책을 보며 고려하는 것은 오직 소비자로서 나의 취향뿐이다.


이를테면 어떤 작가가 썼고 표지가 얼마나 예쁜지 가격은 얼마인지 같은 고민들. 어떤 책도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문구에 끌린 것은 그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하는지 궁금해졌다. 이렇게 출발한 호기심으로 <출판저널>을 읽었다.




특집좌담-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⑩ 출판산업의 가치와 미래



출판저널 509.jpg
 


<출판저널> 509호는 책 문화, 출판 트렌드 전망, 도서관발전종합계획, 신간도서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이슈를 다룬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책문화생태계의 모색과 대안에 관한 특집좌담에서 중고서점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중고서점이 있어서 신간들이 안 팔리게 되고, 신간이 안 팔리니까 저자들 또한 인세를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출판사는 그만큼 계속 책이 안 팔리니까 점점 위축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책문화생태계가 건강하지 않게 될 것이고, 출판산업 또한 축소되는 문제가 있을 거라고 봐요.


p. 95


나는 평소에 중고서점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책을 중고로 팔아본 적은 없지만, 구매해본 적은 많다. 필요한 책들을 전부 새 책으로 사기엔 경제적인 부담이 큰데, 중고로 구입하면 상태가 양호한 책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판사 입장에서는 중고 시장의 존재가 신간 판매의 방해물이라니. 그런 관점은 단 한 번도 고려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불현듯 작년 민음북클럽 패밀리데이 때의 이벤트가 떠올랐다. 읽지 않는 헌 책을 가져오면 책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을 포인트로 반환해주고, 이 포인트를 책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벤트였다. 이 이벤트가 당시에는 기증이나 중고책 판매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출판시장에서 중고책이 가지는 문제점을 알고 나니 혹시 신간 도서 판매를 어렵게 하는 중고책을 파쇄하기 위해서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기업이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 채널로 제품 공급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해요.


p. 103


특집좌담에서 흥미롭게 읽은 또다른 부분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와 1인 가구의 증가와 관련하여 출판산업의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한 부분이다. 김광석 박사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추어 기업이 적절한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하는 것과 1인 가구나 2인 가구 중심의 독서 환경 제공이 출판이 앞으로 주목해야 할 방향이라고 지적한다. 나는 이 두 가지의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는 대표적인 예가 전자책 시장의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 등 월정액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서 시장으로 확장되었고, 이북리더기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자책 스트리밍 서비스가 콘텐츠 부족 등의 원인으로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고, 아무리 전자책이 발달해도 종이책만 못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1인 가구 중심의 생활 패턴에서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공간의 활용이나 편리성에 있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사례로 들자면, 나는 최근 독립을 하면서 종이책의 소비를 대폭 줄였다. 그리고 이북리더기를 새로 구입했는데, 혼자 생활하는 환경에서 종이책을 구입하고 보관하는데 드는 비용과 불편함이 장점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도서 스트리밍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넷플릭스를 처음 한국에 선보였을 때, 콘텐츠 규모나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 대한 파괴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 달리 넷플릭스는 국내 사용자 100만 명 이상의 주류 콘텐츠로 부상했다. 물론 도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막강한 자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거대 콘텐츠 기업인 넷플릭스와 같은 큰 성과를 거두리라는 예측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콘텐츠 부족이라는 한계를 보완하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추천 서비스, 리딩북 서비스 등 다양한 2차 콘텐츠를 활용하며 점점 지분을 넓혀갈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새로운 태도가 필요한 시기이다. 출판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늘 나온다. 하지만 뉴미디어 등장 이전의 기존 매체들 중 그런 위기에서 예외가 되는 안전 지대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자연과 생태’ 출판사의 조영권 대표는 개성 있고 다양한 콘텐츠들로 반짝이는 지금이 출판의 전성시대라고 말한다. 늘 힘들다고만 들었던 출판산업의 미래가 다양성으로 빛나기 때문에 전성기를 맞았다는 말은 신선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콘텐츠와 아이디어가 다양해지는만큼 출판시장이 더 다채로워지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활자와 문장은 변화의 물살에 쉽게 휩쓸려 내려가기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 글보단 이미지에, 이미지보단 영상에 친숙한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는 한 출판산업에 희망이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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