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멜리에>, 고독할 때도 함께일 때도 늘 행복을 바라왔던 그녀의 이야기 [영화]

마이너에 대한 고찰 03
글 입력 2019.03.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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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초록빛의 배경에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단발머리 여자. 강렬한 빨간색인 아멜리에의 옷과 초록색 배경의 강렬한 색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멜리에의 조금 과장되고 비밀스러운 미소와 구도 때문이었을까, 무언가 신비로운 영화 <아멜리에>의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부터 ‘동화스러움’이 느껴졌다. 언제나 동화 속에는 아름다운 상상력 그리고 풍경과 함께 인생에서 중요한 진리가 있었다.

이 영화가, 그리고 웃음 짓고 있는 아멜리에가 과연 나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무엇일까, 포스터만으로 호기심을 높인 채 영화 <아멜리에>를 마주했다.



발랄한 괴짜 아멜리에의 동화 같은 영화, <아멜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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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웃는 아멜리에의 모습과 상반되게도 그녀는 어릴 때부터 늘 혼자였다. 아빠에게 안겨서 놀고 싶었지만, 군의관 출신인 아빠는 아멜리에의 건강을 진단할 때만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아멜리에의 심장은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과하게 뛰어댔고, 그 때문에 아버지는 아멜리에가 심장병이라고 진단해서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친구들 대신 무뚝뚝한 아빠와 히스테릭한 엄마 사이에서 성장하면서 아멜리에는 늘 혼자 놀았고 혼자 몽상했다. 유일한 친구였던 금붕어마저 자살을 시도하고, 9살 때 엄마도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녀는 더욱더 외로움과 몽상 속으로 빠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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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에의 성장기를 나열해보자면 외로움과 몽상 같은 조금은 우울한 단어들만 떠오르지만, 그녀의 삶이 그렇게 불행하지만은 않았다. 생마르탱 운하에서 물수제비를 하고, 곡식 주머니에 손을 넣는 감촉을 느끼고, 크림 브륄레를 숟가락으로 깨는 일상 속에서 그녀만의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흘러가던 아멜리에의 인생은 하나의 사건으로 뒤바뀐다.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한 보물 상자를 발견하게 되는데, 아파트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 그 보물 상자를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다. 그때 보물 상자를 돌려받은 남자는 너무도 행복해하고, 아밀리에는 남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것으로 인한 넘치는 기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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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고독하다.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지만. 이웃 주민 듀파엘씨는 약한 뼈 때문에 집에서만 지내고, 야채 가게 점원 루시엥은 매일 주인에게 구박을 받는다. 아멜리에가 일하는 카페의 사람들도 마찬가지. 카페 주인 수잔은 사랑하던 이의 배신으로 한쪽 다리를 절고 마음의 상처도 가지고 있다. 단골손님 조셉은 애인에게 버림받은 후로 카페 점원에 대한 스토킹을 멈추지 않고 또 다른 단골손님 히폴리토는 삼류 작가로 자신의 작품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에 상처를 갖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사연이 그렇게 특별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우리 주위에 늘 있는, 혹은 너무 평범한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아멜리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고독을 갖고 살아가는 일부의’ 사람들인 것 같지만, 사실 보통의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다양하고도 많은 고독 속에 관객인 우리의 고독 이야기를 끼워 넣어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사연을 갖고 살아가고 가슴 한 켠에 고독을 안고 살아간다.



고독한 인간에게는 ‘함께’라는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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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중반을 지나고 어느 순간 인물들은 천천히 혼자만의 생에서 빠져나온다. 듀파엘씨와 루시엥은 함께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조제트와 조셉은 서로 마음을 나눈다. 모든 이들은 혼자만의 공간에서 한 걸음 나와서 주위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다. 결국 고독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우리에겐 ‘함께’라는 행복도 함께 존재한다. 주위로 눈을 돌리려는 노력을 했을 때 비로소 무채색이었던 삶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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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공 아멜리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도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줌으로써 행복을 느낀다. 물론 한 번도 ‘함께’ 해보지 못했던 그녀의 방식은 서툴다. 망원경으로 몰래 이웃을 엿보고, 루시엥을 위해 야채가게 주인에게 위험한 복수를 행하기도 하니까.

그러나 조제트와 조셉을 사랑으로 연결하고, 집 밖에 나가기 어려운 듀파엘씨에게는 재미있는 영상을 선물한다. 또한 해외여행 한 번을 가지 않고 집에 틀어박힌 아빠를 위해 계속해서 사진을 보내면서 그의 마음을 움직인다. 조금은 서툴고 엉뚱한 방법일지라도 그녀는 다른 이들의 행복을 찾아준다.

그러나 비슷해 보이는 아멜리에와 다른 인물들 사이에 조그만 차이점이 있다면, 아멜리에는 자신에게 집중한 함께의 방법 보다는 타인을 위한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도 충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멜리에의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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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독특한 방식으로 타인의 행복을 돕는 아멜리에에게도 충만한 행복이 찾아온다. 바로 ‘사랑’이다. 아멜리에의 상대 ‘니노’는 그녀와 완전히 다르면서도 같다. 친구가 전혀 없었던 아멜리에의 과거와는 달리 니노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타인과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지 않고, 그녀도 아멜리에처럼 혼자만의 행복을 갖고 살아간다.

사람들이 증명사진 부스에 버리고 간 사진들을 수집하고 시멘트 위에 발자국을 찍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배경은 다르지만 결국 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는 둘은 둘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고 확인한다.

결국 영화의 끝에서 그들은 한껏 사랑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웃고 안고 서로를 느끼면서. 시작부터 동화 같았던 이 이야기는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와 같은 결말을 주고 끝이 난다.



과연 우리의 행복은 어떤 형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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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끝에서 등장인물들은 ‘고독에서 벗어남’으로써 행복을 찾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고독이라는 것이 나쁘다는 것, 인간은 무조건 함께해야만 행복해야 한다는 다소 폭력적인 메시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결코 혼자인 아멜리에가 불행하게 그려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 안에서도 혼자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 그와 함께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며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고독’이라는 단어는 보기만 해도 그리고 듣기만 해도 우울 속에 빠져버릴 것만 같은 단어이다. 이 단어에 색깔이 있다면 분명 검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고독 속에 한없이 빠져버려서는 안 된다. 고독 속에서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찾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 주위의 누군가가 그 고독 속에 끝없이 빠질 것 같을 땐 한 번쯤 손을 내밀 줄 알아야 한다. 시종일관 독특한 색감과 음악, 그리고 괴짜적인 연출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이 영화 속에는 ‘행복’이라는,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주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이 내포되어 있었다.

삶의 행복이 고픈 사람들에게 가벼운 동화를 펼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생각보다 행복에 대한 답은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김윤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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