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 산업의 빛과 어둠을 듣다, '출판저널'

글 입력 2019.03.1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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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트인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의 이름은 ‘에디터’다. 하는 일은 글을 쓰고, 편집하고, 사진을 찾아 올리는 것이다. 당연히 전업 에디터, 종이 책을 출판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간단한 일을 한다. 전업 에디터는 책을 만들고 파는 전 과정에 관여하는 사람이다. 책의 주제를 탐색하는 것에서부터, 컴퓨터의 텍스트를 종이 책으로 발행하고, 홍보하는 일까지 말 그대로 모든 일이 이들의 손을 거친다.

책의 물성을 사랑했기에 당연히 작가나 에디터가 되는 것을 꿈꾸어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아직도 내가 하고 싶은 수많은 일 중 하나이기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성인이 되고 나서, 과제 때문에 읽은 책을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읽은 책은 정말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이다. 얼마 전에 태블릿 pc를 사서, 편도로 한 시간 반 걸리는 학교에 가는 동안 책을 읽어볼까 하고 ebook도 몇 권 결제했다. 하지만 시끄럽고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그것도 출근 시간대에 사람들 틈을 비집고 태블릿을 꺼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책을 꺼내는 데 성공해도, 집중하는 데 실패하고 결국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었던 넷플릭스 드라마를 본다. 능동적으로 머릿속에 의미를 곱씹으며 읽어야 하는 책과는 달리, 직관적이고 심지어 훨씬 재미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을 하면서도, 책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독서에 열망이나 의무감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도 쏟아지는 영상 콘텐츠에 시선을 빼앗기는데, 책에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더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책은 읽지 않으면서도 출판 산업에 대해 걱정하는 나날들이 이어졌고, 그리하여 출판 산업의 미래에 대해 듣고자 출판저널을 읽게 되었다.



2019 연중특별기획 ‘출판이란 무엇인가’와 ‘서점의 미래’, 출판 산업의 빛과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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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란 무엇인가’는 ‘자연과생태’ 출판사의 편집장인 글쓴이가 출판 산업의 본질과 희망적인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글쓴이는 다른 매체에 비해 물리적으로 변화하는 속도가 느리므로, 차별성을 가지려고 네 가지의 출간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고 말한다. 요약하면, 시대와 관계없이 읽히면서도 독특한 주제이고, 수정을 거듭할 수 있는, 현장을 놓지 않는 저자가 쓴 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취향이 점점 더 세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출간 기준은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또한 모두가 출판계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대이기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반면 ‘서점의 미래’는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한다. ‘서점의 미래’를 읽으면서 ‘다큐 3일’의 경리단길 편이 떠올랐다. 2016년 1월 17일 처음 ‘골목의 변신-경리단길’ 편이 방영된 이후, 방송에 출연했던 가게들이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2018년 11월 18일에 방영된 ‘골목의 변신 그 후’를 통해 본 최근의 경리단길은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방송을 통해 경리단길이 주목을 받으면서 임대료가 상승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 기존의 특색있던 가게들이 밀려나고,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들어서거나 황폐해졌다. 책방 풀무질도 폐업 위기에 있었던 서점이 살아났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그것이 얼마나 희망적인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당장은 책방을 운영할 사람들이 나타나기는 했지만, 출판 산업의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책방 풀무질뿐만 아니라 수많은 대학가의 책방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기존에 내가 접해왔던 출판문화 발전을 위한 대책들은 전부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책을 더 많이 읽게 할 수 있을까’에 주목했다면, 이 저널에서는 생산자들의 권리와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생산자와 소비자, 어느 한쪽이라도 포기한다면 산업은 금방 무너진다. 지금이 분명 독특한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라 말하곤 하지만, 최소한의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디어는 탄생할 수 없고,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출판되고 유통될 수가 없다.



대기업 중심의 출판 생태계

도서 품목별 집계가 대형 서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 추세를 작은 서점이 따라가면서 도서 생태계의 다양성이 없어진다는 특집좌담의 내용이 많이 공감되었다. 독립 서점에 관한 관심으로 아나운서 김소영 씨가 운영하는 합정의 ‘당인리 책발전소’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책마다 나름대로 추천하는 이유가 붙어 있었고, 두 부부의 관심사인 인문학 분야가 주로 있었다. 한 권 한 권 읽고, 그 주의 인기도서도 확인하며 한 시간여를 고민한 끝에 두 권의 책을 골랐는데, 고르고 보니 대형 서점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책들이었다.

문화산업은 절대적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동질화된 시스템이라는 아도르노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주장과 대중들을 무기력한 수용자가 아닌 적극적인 창조자로 본 벤야민의 주장은 현재까지 모두 유효하다. 그러나 중간 매체를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현재로써는 전자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고 본다. 방송에 나온 전문가가 쓴 책이 서점 메인 코너를 장식하게 되고,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캐릭터를 필두로 한 ‘힐링책’이 나오는 것을 예시로 들 수 있다. 이제는 대중의 기호를 파악하는 것이 아닌, 직접 생산하고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속 가능한 출판 생태계를 위하여

기존의 자본주의 원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문화산업이다. 많이 소비할수록 한계 효용을 체감하는 대신, 오히려 더 많은 소비를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산업처럼 시장에 맡겨 두면 당연히 제대로 수익을 창출해낼 수가 없게 된다.

아트인사이트의 슬로건처럼 문화는 결국 소통이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소통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정부 정책과도 충분히 소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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