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이 힘들다고? 정말? - 출판저널 [도서]

'출판이 어렵다는 말은 조금 지겹다'
글 입력 2019.03.1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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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 어렵다는 말은 조금 지겹다. 출판업에 발을 담근 이후 지난해보다 더 낫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요즘이 출판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출판이 빛나는 것은 다양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색깔 있고 발랄한 소규모 출판사나 1인 출판사가 늘어나 반짝이기 때문이다. 책이 많이 생산되는 것보다 주제와 시각이 다양한 책이 늘어나는 게 중요할 텐데,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다.

40쪽


한때 나의 꿈은 작가였다. 책 좀 좋아해봤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가졌던 꿈이 작가 혹은 등단이었을 터다. 나도 그랬다. 글자를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책을 좋아했고, 입시 핑계를 대며 잠깐 책과 소원해지기도 했으나 입시를 마친 지 오래인 지금은 다시 책과 친해지는 중이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작가는 하지 마. 책으로 돈 못 번다.’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어 온 탓인지 작가의 꿈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사장해버렸다. 머리가 조금 굵어진 후에는 ‘칭찬 받을 만한 재능’과 ‘밥값을 할 재능’을 구분할 줄 알게 되어,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은 로망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작가의 꿈은 로망으로 남기자며 나와 타협하는 데 성공했는데, 책을 만드는 일과는 도무지 타협이 힘들다. 출판사에 가서 교재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누구나 기함을 토하며 출판사는 비전이 없으니 어서 다른 진로를 알아보라고 학을 뗀다. 이쯤 되면 출판사에 전망이 생기는 날이 오기는 할지 궁금해진다. 더불어, 그렇게 전망도 비전도 없는 사업체들이 어떻게 지금껏 명을 유지해오고 있는지 그 비결도 조금 궁금해진다. 혹시 출판사의 비전을 논하는 사람들이 책을 사 본 적이 없어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닐지, 약간은 비뚤어진 생각도 품어 본다.



출판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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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은 출판의 현재 위치와 미래 진로에 대해 논한다. 도서 정책부터 소규모 출판사와 유래 깊은 서점까지, 이 매거진이 아우르고 있는 범위는 단순히 책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 출판의 미래는 어두운가, 정말 종이책의 시대는 무너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출판의 앞날은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 등 다양한 질문과 폭 넓은 대안을 제시한다.


언론 보도가 나가고 서울도서관 관장과 주무관 두 사람이 왔다. 책방 풀무질이 50년이 넘었으면 ‘미래유산’ 선정 자격이 되는데 안타깝다고. 그럼 내가 앞으로 17년을 더 책방을 하라는 이야긴가. 그럼 난 이곳에서 죽는다. 책방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으로 출판사에 줄 돈을 주면서 책무덤이 되었다.

48쪽


성균관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책방 ‘풀무질’은 은종복 대표가 25년 동안 역사를 이어 왔지만, 경제적인 이유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 탓에 풀무질의 수장이 바뀌게 되었다. ‘책방’하면 떠오르는 푸근하고 정겨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현실은 상당히 차갑고 잔인하다. 은종복 대표의 칼럼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후 책값이 올랐다는 푸념을 품기도 했던 과거의 내가 너무나 부끄러웠다. 책을 사 본 적도 손에 꼽으면서 출판사는 비전이 없다고 훈계를 늘어놓던 사람들과 내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게 아닌가, 하며 반성 아닌 반성도 했다.

출판의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심지어 대규모 출판사도 아닌 소규모 서점의 사정은 굳이 말을 덧대지 않아도 그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동네 서점 가판대에 왜 점점 책은 줄어들고 문제집이 늘어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서점은 책을 파는 ‘가게’이지, 사람들이 추억을 공유하는 놀이터가 아니다. 책과 서점에 대한 지나친 낭만화도 그다지 좋을 건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본을 주고 재화 혹은 그 가치를 들이는 것, 이것이 자본주의의 가장 큰 원칙이자 규칙이다. 심지어 활자 하나하나에 무궁무진한 세계와 지식이 품어져 있는 책은 충분한 자본을 들일 가치가 충분한 물건이다. 우리는 책을 조금 더 귀하게, 조금 더 가치 있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출판의 현재를 어둡게 만드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우리, 소비자가 아니었나, 싶다.



출판이 비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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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이 ‘비전 없다’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지만은 않았다. 익히 알고 있는 전자책이나 오디오북뿐 아니라 요새는 소비자 맞춤형 도서 추천을 위해 큐레이션 기술도 조금씩 정교화 되는 추세다. 수많은 책 가운데서 내가 좋아하는 책을 찾는 것도 참 힘든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출판에만 닿지 않았을 이유도 없다. 종이책이 저문다고 하여 도서가 저물지는 않으며,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여 활자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작년 여름쯤 전자책 리더기를 구매했다.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을 내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 두꺼운 책을 들고 읽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책은 읽고 싶고. 실물 책보다 전자책의 값이 훨씬 싸다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아예 사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어 리더기까지 구매해버렸다. 그리고 그 리더기는 1년 동안 내가 산 물건 중 가장 잘 산 물건 1위에 올랐다.

나는 하루에 적게는 2시간, 많게는 4시간 넘게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하루의 꽤 큰 부분을 소모할 터다. 나도 휴대폰과 이어폰을 벗 삼아 시간을 죽이던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리더기를 산 후로 그 시간 동안 책을 읽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3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1년에 많아야 5권을 읽던 내가 약 8개월 동안 30권을 읽었다는 것은 꽤나 큰 발전이었다. 이제는 ‘어렸을 때는 책 참 많이 읽었는데’하며 과거를 반추하지 않아도 된다.


영상에서도 디지털카메라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기존의 비디오가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는 이러한 현상들이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고 봐요. 중요한 것은 전개되는 그 흐름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대응해야 할 방법들을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95쪽


내가 책과 소원해졌던 가장 큰 이유 두 가지는 첫째,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책은 너무 무거웠고, 둘째, 활자보다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매체가 너무 넘쳐났기 때문이었다. 전자책 리더기를 사면서 첫 번째 이유는 자연적으로 사라져 책과 그나마 더 친해질 수 있었던 듯하다. 리더기에 푹 빠진 후에 나는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왜 전자책 리더기를 사지 않느냐고 물었다. 실물 책이 더 좋다는 대답은 손에 꼽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이라는 단어에 미적지근하게 반응해왔다. 아마 책과 소원한 사람들에게는 후자의 이유가 꽤 크게 작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 하여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거스르고 기계를 파괴하며 유튜브를 차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보수적인 교육계에서도 이젠 태블릿PC로 수업을 진행하는 시대다. 책의 본질을 종이에 두지 않고 활자에 둔다면 출판의 미래도 그다지 어둡지만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저 책을 애호하는 1인이기에 출판 업계의 상황과 앞날을 예측하거나 분석할 능력은 없지만, 작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 본 활자의 군집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또한 ‘출판저널’을 통해 바라 본 출판계의 미래는 막막하다기보다는 가능성이 넘쳐 보였다.

*

일개 소비자가 문화 정책이나 도서 정책에 대해 논하기는 어렵기에, 나는 소비자의 몫에 충실하기로 했다. “책 왜 사? 빌려 보지.”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곤 하지만, 훗날 출판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지도 모를 내가 공짜로 책을 본다는 게 조금 모순적으로 느껴져 오늘도 책을 결제했다. 소비자가 나타낼 수 있는 최고의 경의와 사랑은 소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소비자도 아니다, 라며 훈계질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도서관이 출판 업계를 조금 더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정책과 사회가 디자인되는 동안, 나는 나의 몫에 집중하고 싶다는 말이다. 책으로 밥값 못 버는 세상이라는 말이 드물어질 세상도 언젠가 당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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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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