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굴레방 다리의 소극'을 보러가기 전 눈여겨 볼 것들

구조부터 스토리까지
글 입력 2019.03.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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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방다리의소극_공연사진2.JPG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연극, ‘굴레방 다리의 소극’의 대략적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서울 북아현동(옛 지명: 굴레방다리)의 어느 허름한 서민아파트 지하.

아버지와 두 아들은 서울로 오기 전 고향(연변)에서 있었던 할머니의 죽음에 관한 일들을 매일 연극으로 꾸미며 일상을 보낸다. 문 밖으로 나갈 기회는 오직 마트에 가는 일뿐. 연극에 쓰일 소품이 도착하면 그들은 먹고, 마시고, 음모를 꾸미고, 태우고, 부수고, 죽이고, 도망치는 잔인하고 난폭한 연극을 시작한다. 어느 날 갑자기 둘째 아들이 매일 가는 마트에서 만나던 종업원이 바뀐 봉투를 들고 집에 찾아오는데...



줄거리만으로도 흥미로운 이 작품은 작가 엔다 월쉬의 <The Walworth Farce>를 지금의 한국의 이야기로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2006년 초연 이후 ‘한 편의 다이너마이트 같은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First Award’를 거머쥔 이 연극은,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움직임으로 한국 사회의 현대인의 모습을 반추하고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앞으로의 글에선, 이 흥미로운 연극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요소들에 대해 언급한다. 구조부터 스토리 요소로의 순서이다.




1. 구조상에서 눈여겨 볼 것들



굴레방다리의소극_공연사진4.JPG
 


등장인물들은 어떠한 행위를 반복한다. 바로 자신의 과거를 매일 되풀이하여 연극으로 재연시키는 일이다. 여기에서 자신의 과거는 또한 '가족사'와 의미를 같이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반복하는 이 과거가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보다 폭력과 그로 인해 남은 상흔에 가깝다.


등장인물, 아버지와 아들 둘이 자신의 과거를 반복하며, 작품은 '극 중 극' 형태로 흘러가게 된다. 등장인물들의 연극 속 연극을 바라보며, 관객들은 연극과 그들의 현실을 구분짓고 이를 비교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연극보다 현실이 더 낫지 못하다는 점이다. 연극보다 못한, 그리고 딱 그만큼 거짓된 인물들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부조리한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2. 스토리적 요소에서 눈여겨 볼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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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두 아들은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 ‘복원’한다. 과거사를 되풀이하고, 또 그것을 일정 부분 변화시킨다. 그들에게 일상은 똑같은 ‘일’들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과거’를 반복하고 변화시키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그것에 가식을 더하고 허울을 더한다. 연변의 사건에서 비롯된 폭력의 상흔은 인간을 얼마만큼이나 자위시키는가. 또한 그것은 그들을 얼마나 비굴하고 비참하게 만들지. 그들이 더해가는 연극에의 ‘가식’을 통해, 인간의 내면의 끝자락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반복되는 행위이다. 바로 자신의 과거를 매일 반복하여 연극으로 재연하는 것. 여기에서 자신의 과거는 또한 ‘가족사’와도 의미를 같이한다. 이러한 흥미로운 설정에서, 관객들은 연극을 관람하러 가기 전 몇 가지의 요소를 눈여겨 보고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혹은 그 산물인 '도시'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고립된다. 사라져 버린 공동체 의식과 차가운 벽과 벽, 층과 층 사이에서 인간은 가족 단위로, 혹은 개별로 분리된다. 이처럼 고립은 현대 사회의 특성이지만, 이 연극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고립은 그것보다도 더 '자발적'이고 '정도가 강하다'는 점에서 그 특별함이 있다. 두 아들은 아버지의 억압과 연극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진실한 삶을 복원하고 싶어하는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다시 한 번 '소극'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모습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들의 자발적 고립은 결국 무엇을 낳는가.




3. 사다리움직임연구소, 그 20주년을 기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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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로고


이 연극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물론 굴레방 다리에서 이루어질 ‘소극들’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창조적 재능을 뽐내며 위상을 높여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또 다른 움직임이기도 할 것이다. 그들의 20주년이다. 기념의 마지막 공연인 <굴레방 다리의 소극>을 보며, 그들의 새로운 20년을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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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03. 09 - 03. 30

두산아트센터 Spaca111

평일 오후 8시 / 주말 오후 4시

월요일 쉼 / 03.27 오후 4시 특별공연

전석 35000원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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