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요새요새 Vol.3 낯선 반가움과 청춘에 대하여 [공연]

청춘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글 입력 2019.03.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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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낯선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거나 신선함을 경험한다. 그것은 단순히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것에서 오는 이질감과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의 경계에서 발현되는 것이며, 어느 쪽에 더 걸쳐있느냐에 따라 그 대상은 반가운 존재가 될 수도, 그렇지 않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요새요새 Vol.3>에서 만난 세 밴드 <공중그늘>, <사뮈>, <다브다>의 음악은 지금까지 내가 듣던 어떤 음악보다 낯설었지만 어떤 음악보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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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이어 최근까지 유튜브를 보다보면 세계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드림팝’ 장르가 매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악도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고, 유행을 탄다고 했던가. 우리나라 인디음악 씬에도 순식간에 몽환적인 느낌을 지향하는 팀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여러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비슷한 느낌의 노래들이 ‘싸이키델릭’, ‘서퍼락’, ‘슈게이징’ 등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채 울려 퍼지고 있다. 비교적 인디음악 시장에 관심이 많고 공연관람의 빈도가 높은 내가(공연을 보기 위해 일주일 동안 5번까지 홍대 라이브클럽을 찾아간 적이 있다), 이러한 시류에 있는 여러 음악들 중에서 세 팀의 음악이 새삼스레 반가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충분한 대중성을 획득한 음악 장르에서 아티스트가 음악적인 차별성을 보여주기란 절대 쉽지 않다. 이미 대중들의 선호에 대해 안정성을 확보했으니 그 안에서의 새로운 변화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드림팝’이라는 장르가 그랬다. <Mac Demarco>, <Homeshake>, <Boy Pablo>, <Mild High Club> 등 몽환적인 분위기의 해외 밴드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확고히 해나가며 입지를 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국내의 인디 밴드들은 그들의 영향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와, 노래 좋아요.

한국의 <Mac Demarco>네요!”

 

 이것은 익숙함이 만들어낸 좋음일 뿐이다. 익숙한 좋음이 판을 치는 씬에서 세 팀의 낯설음은 대중들을 자기들만의 세상으로 데려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냈고, 그 힘은 나를 포함한 대중들에게 너무나도 신선하고 반가운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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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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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늘>은 몇몇 곡에서 장면의 조성이 기괴하다 싶을 정도로 특별하다. 다른 여느 음악처럼 듣기 편하게 진행되다가도 일반적인 음악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곡이 전개되는데, 그게 또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사뮈>는 생전 들어보지 못한 투박한 음색으로 대중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그 낯선 무덤덤함이 평범할 수도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낸다.


<다브다>는 분명 절제된 감정으로 노래한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곡 자체는 절제되어 있지 않은 분위기가 있다. 이 아이러니함은 그들의 음악이 다른 것보다 새롭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3-1. 공중그늘.jpg
 
3-2. 사뮈.jpg
 
3-3. 다브다.jpg



이렇게 자신들의 철학과 세계가 확실한 아티스트들이 <요새요새 Vol.3>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우리에게 주고자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더 나아가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우리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 공연은 더 이상 쉽게 함락되어서는 안 될 새로운 방어선을 찾고, 그곳이 견고한 터전으로 우리와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요새요새'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청춘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있었다.

 

한 때 수많은 라이브클럽들로 국내 인디음악 문화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내는 데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 홍대거리의 꼴이 지금은 말이 아니다. 인디음악의 메카라는 타이틀로 국내에서 가장 큰 문화적 관광지가 되었지만, 돈 냄새를 맡은 댄스클럽들이 무차별적으로 그곳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이는 건물주들이 본격적으로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상황까지 야기했으며, 그 결과 입지를 잃어버린 곳곳의 라이브클럽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 또한 이번 공연이 진행되었던 창동플랫폼을 통해 그 동네를 제 2의 홍대로 만들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디음악 시장에서의 안타까운 문제들이 줄지어 발생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 이들은 자신들이 음악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열렬히 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가 그들이 우리에게 주고자 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4. 공중그늘 첫 EP [공중그늘] 커버.jpg
 


<공중그늘>의 노래 중 첫 EP, [공중그늘]의 타이틀곡인 ‘산책’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겨우 두 줄 뿐이다.


 “우리는 길을 잃었지만 산책이라 부르지.

불안한 매듭을 바라보며 새삼스레 걸어가.”


청춘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여기 또 다른 청춘들의 높은 도약이 우리나라 음악시장에서 잔잔한 호수를 일그러뜨리는 물결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기대해본다.

 


[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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