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먼카인드 VOL.6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글 입력 2019.03.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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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다. 머리가 길고 얼굴은 둥그렇다. 출근할 때가 아니면 화장은 잘 하지 않는다. 바지를 입으면 가랑이 쪼이는게 싫어서 가끔씩 치마를 입는다. 사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성별은 이미 너무도 익숙한 부분이라 딱히 신경쓰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소개할 때에도 굳이 내 성별을 밝히지 않는다. 왜냐면 눈으로 직접 보면 알겠거니, 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나의 여성. 최근에는 그리 당연하고 간단하지만은 않다. 나를 여성으로 규정했던 그 많은 요소는 과연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스스로 곱씹어본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증명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하겠지만, 그 외의 것들. 내가 여성이라서 하는 행동이라는게 정해져 있었던가. 굉장히 기본적인 수많은 것들에 대해 고민한다. 페미니즘은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내가 누구인지 여성은 무엇인지 내가 기본이라 생각하던 그 쉬운 모든 것들을 다 어렵게 만든 것이다.

잊고 지내던 것들을 의식하면 어딘가 낯선 기분이 든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피부로 느끼면 참을 수 없이 생소하고 때로는 불편하다. 그래서 더욱 신경쓰게 된다. 이런저런 관련 서적을 읽어볼 때마다 마음이 크게 요동쳤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바라봐야 할지 마음의 답이 잘 서지 않았다. 그런 와중 여성 잡지 우먼카인드를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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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카인드는 패션, 코스메틱 등 기존 여성지가 다루던 내용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담은 '여성'지이다. 계간 형태로 운영되며, 기본적으로 해외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잡지이기에 국내 투고자의 글 뿐 아니라 글로벌하고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또 광고 없는 잡지라고 들었는데 정말 광고가 없다. 대신 문학인들의 격언이나 작품 등 문화예술적 식견을 넓힐 수 있는 콘텐츠가 적재적소에 들어가 읽을거리가 매우 많다.


잡지의 매력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콘텐츠가 한 책에 들어가있다는 점이다. 매번 다른 주제로 진행되는 우먼카인드의 이번 주제는 '지구인으로 살아가기' 였고, 환경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여성의 시각에서 다뤘다. 우주비행사의 인터뷰부터 환경 운동가와의 대담 등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기사 하나 빼놓을 수 없다.

환경 문제뿐 아니라 주제를 넓혀 우주 시대에 대한 이야기, 지구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 소개 등 다양한 내용을 볼 수 있었다. 읽기 전에는 페미니즘이 잡지라는 매체 안에서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몰랐지만 생각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편하게 읽히는 점이 놀랍다.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그런 점에서 우먼카인드 호주판 편집장의 글이 인상깊었다. 이번 호의 주제와 잡지의 정체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우주 캡슐의

관리인이자 우주선 승무원입니다.

이 일에는 어마어마한

책임감이 따릅니다.

서로의 차이에 집중하는 대신

제 할 일을 하도록 이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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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환경과 여성의 관계성에 대해 논하기도 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연결고리를 짚어낸 점이 흥미롭다. 환경 보호 운동과 여성 해방 운동은 그 맥락에서 닮은 점이 있을 뿐더러 실질적으로 여성이 자연재해 등 환경 문제의 피해를 더 크게 겪는다고 한다. 사회적, 물리적 기본 여건 상 그런 상황을 띠기에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는 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먼카인드의 첫인상은 상당히 산뜻했다. 어쩌면 묵직할 수 있는 주제를 일상적인 맥락에서 공감할 수 있게, 동시에 이미 익숙해진 일상을 돌아보도록 이끄는 점이 매력적이다. 잡지라는 형태가 그 흥미로움을 배가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잡지 한 권이지만 그 어떤 단행본과도 비견할 정도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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