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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빈 종이만 보면 무조건
그 텅 비고 하얀 종이를 글씨나 그림으로
아주 빽빽하게 채워야만 했다.

글씨가 날아가는 것도,
앞뒤 문장이 전혀 말이 안되더라도
그런 것쯤은 나에게 결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게 있어서 그 순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조건 종이를 빽빽하게 채우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무나 불안해져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

어린 시절의 작은 버릇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입니다.

무슨 연유에선지 빈 종이를
가득 채우지 않으면 이상하게 불안하고
도무지 편안한 기분이 들지 않아
글자를 빼곡하게 적곤 했습니다.

거의 집착에 가까웠는데,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인 습관이기도 합니다.


illust by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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