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너 휴학하고 뭐했니? [기타]

휴학생활 마무리합니다
글 입력 2019.02.2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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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 아마 내가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 중 가장 빠르게 흘러갔던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시간이 빨라도 될까 싶을 정도로 그랬으니 말이다. 휴학 동안 느꼈던 감정, 일들을 정리해보고 싶어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나의 작은 에세이 같기도 하겠다. 휴학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 하고 싶은 사람에게 큰 방향성을 제공해줄 순 없겠지만 그냥 ‘아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참고?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휴학을 처음 결심하게 된 계기는 쉬고 싶어서였다. 휴학[休學], 학교장의 허가를 얻어 일정 기간 학업을 쉬는 것. 그래, 바로 학업을 쉬는 것이 휴학이다. 대학교 2학년을 편입공부에 쏟았기 때문에 입시가 끝나고 나서는 책을 쳐다보기도 싫었다. 편입을 실패한 상태로 다시 학교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고 그대로 진학한다면 3학년인데 뚜렷한 진로도 없고 내 전공에 대한 확신도 물론 없었다. 1년 동안 쉬면서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좋아하는 일도 찾을 목적으로 휴학을 결심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다. 알바도 해서 돈을 모아야 했고, 영어 공부도 하고 싶었고, 운동, 유럽여행, 국내여행, 대외활동, 토익 등등. 휴학하고 3월부터 앞으로 1년 동안 해야 할 것들을 나열했다. 공책 한 면이 빼곡하게 차있었다. ‘과연 내가 1년 동안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반드시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일단 다 적었다. 누군가 나에게 ‘너 휴학하고 뭐했니’라고 물었을 때 남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놔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초반부터 마음이 급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반에 새운 목표를 다 지키진 못했다. 좋아하는 일은 당연히 찾지 못했고 유럽여행 역시 못 갔다. 분명히 시간이 많지도 않고 많은 걸 하고 있는데 무언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면서도 무엇을 더 할까, 계속 고민했다. 쉬고 싶어 휴학을 결심했다는 초심을 잃게 된다. 계속 불안해하고 다른 사람들은 휴학을 하고 뭐 했는지 검색하고, 궁금해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만큼의 성과는 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생각은 ‘쉬려고 휴학한건데’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열심히 놀고 즐기는 일이 재충전의 시간이 되고 본인이 만족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내 주위만 봐도 휴학=취업 준비인 친구들이 많다. 우리 사회는 쉬는 걸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쉰다고 해도 무슨 성과를 내야하고, 무언가를 부지런히 해야 하고, 자기계발을 해야 하고 그런다. 쉬는 꼴을 못 보는 것 같다. 그렇기에 휴학하는 것에 부담이 되고 그것이 곧 취업에 대한 불이익으로 이어질까봐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다.


나이별로 해야 하는 일들을 정해 놓고 그것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낸다. 20살엔 대학을 가야하고 20대 중반엔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해야 하고 30대쯤이 되면 결혼을 한다. 이 루트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온갖 잔소리들이 시작된다. ‘대학 안 가고 뭐 해’ ‘취업 안 하고 뭐 해’ 등등 말이다. 좀 쉬면 어떠나, 앞으로 살아갈 몇십 년 중 고작 1~2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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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활을 마무리하며



사실 취업, 학교에 관한 고민들을 거의 잊고 살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그러나 진로에 대한 고민들은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여전히 방황 중이고 길을 헤맨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로를 확고히 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방황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20대라면 누구나 그랬듯이, 더 치열하고 열심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1년이라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들을 어떻게 쓰느냐는 본인에게 달려있는 것 같다. 그 기준이 남에게 있다면 후회가 반드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 기간이 끝나고도 후회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나하나 하고 있다. 열심히 놀고 또 열심히 일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기에 학교로 돌아가서도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신예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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