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내가 좋아하는 순간의 감정과 느낌들, 그것들을 기록하는 것이 내 글의 시작점이었다
글 입력 2019.02.2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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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글에 관심이 생긴 것은 아마 고등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여러 가지가 동시에 휘몰아치던 10대 시절의 끝자락이었던 그때 매일 일기를 쓰고 감정을 나열하고 정리하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었다. 동시에 입시 때문에 논술도 하게 되었는데, 정돈된 글을 쓰는 것을 연습했던 것도, 글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안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로 글은 내 일상에 꽤 큰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쓰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마음에서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급하게 메모장을 켜 기록한다. 그냥 내가 좋아서. 내 인생에 내 마음에 도움이 되어서다.


내가 글에 대한 마음이 생긴 이유는 이렇게 지극히도 개인적이고 단순하다. 멋진 소설이나 시의 한 구절을 읽거나, 멋있는 작가들을 보며 생긴 로망이 아니다. 글쓰기는 나에게 있어 일종의 마음 표현 '문'이다. 마음속에 무언가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을 때 글로 그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내고, 예상치 못한 소소한 위로와 감동을 느꼈을 때 그 추상적인 마음을 기록하는 것도 글을 통해서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 글이 향하고자 하는 목표는 한 가지다.

내가 느낀 바를 보다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는 것.

나는 글을 통해 나의 순간들과 그 순간이 마음을 물들일 때를 보다 온전하게 기록하고 싶다.


*


내가 기록하고 싶어 하는 순간들 중 대부분은 꽤나 감성적이고 전형적이다. 그리고 그 순간들은 보통 나에게 예상치 못한 위로나 감동을 주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며 잔잔한 노래를 듣다 황홀하게 이쁜 노을을 보는 순간이라던가, 조용한 도서관에서 창문 밖으로 큰 나무의 나뭇잎들이 가을볕을 받으며 잔잔한 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리는 걸 본다거나, 놀러 간 바닷가 앞 카페에서 조개로 만든 풍경이 서로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잘그락 거리는 이쁜 소리를 가만히 듣는다거나, 좋은 영화를 보고 여운과 생각이 남았을 때 혹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지하철을 힘들게 타고나서 약간의 남는 시간 동안 카페에서 커피를 사며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순간.jpg

위에 적은 가을 도서관 창 밖 풍경 봤던 순간

찍었던 사진과 글



그저 감정과 느낌으로만 존재하는 이 순간들은 불규칙적이고 일시적이다. 그럴듯한 이유 없이도 그 순간 자체가 나에게 의미 있는 순간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기록이 결코 그 순간과 완전히 똑같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가 지금 이 순간 이 분위기와 느낌 혹은 생각을 겪었다는 것을 남기고 싶어 진다. 어쩌면 비슷한 경험을 다시 할 순 있어도 지금 이 순간의 경험은 오직 이 순간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순간들은 언어로 표현해내기에 너무 다채롭고 개인적인 형태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누군가의 이런 순간이 담긴 글들이 나에게 역시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분명 내가 겪은 것이 아님에도, 그 경험을 온전히 다시 할 수 없음에도, 그 사람의 순간이 나에게로 흘러들어온다. 글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 순간들을 온전하게 담아내기 위해 나는 글을 더 잘 쓰고 싶다. 더 많은 것을 글에 표현하고, 담아내고, 정리하고, 기록하고 싶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트인사이트가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4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트인사이트 에디터를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글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오롯이 나의 힘으로 완성한 글을 세상에 처음으로 보여줬고, 완성된 글을 위해 생각을 잡고 늘어지고 언어들을 정돈했다. 그것도 매주 1번씩 4개월 동안 말이다.


내 글쓰기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진 모르지만 뭐가 됐든 아트인사이트는 좋은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트인사이트와 이 과정을 같이 하고 싶다. 나는 나를 기록하기 위해 글쓰기를 하지만, 나의 모든 순간을 더 잘 기록하기 위해 나의 밖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 보다 많은 분야에 대해 보다 많은 것들에 대해. 그리고 나는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그것들을 할 수 있다. 계속해서 글을 써야겠다. 다양하게.


그럼 언젠가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의 감동을 온전하게 글로 담아낼 수 있는 순간이 정말 올지도 모른다.



<선택주제>

- 여러분에게 아트인사이트(ART insight)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신가요?

- 예상치 못한 것으로부터 위로받은 경험이 있나요?





아트인사이트에디터태그_이민희.jpg



[이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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