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계는 누구나 구할 수 있다 [기타]

글 입력 2019.02.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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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영화 제작사, 마블(Marvel).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와 같이 이름만 대면 아는 이 히어로들은 모두 마블의 캐릭터이다. 미처 나열하지 못한 히어로도 남아있으니 실로 대단할 따름이다. 이런 마블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마블의 세계관이다. 일명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MCU라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마블의 영화들은 스토리를 비롯한 많은 부분이 서로 연결되어있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영화 <어벤져스>이다. <어벤져스>에서는 MCU의 개성 있는 히어로들이 한 영화에 모여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한 영화에 히어로가 여럿이라니. 관객에게 종합 선물세트를 안겨주는 셈이니 안 볼 수가 없다. 마블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인기를 끄는 것이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마블만의 세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 마블이지만, 그를 둘러싼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비난의 요지는 마블의 영화가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마블의 주요 히어로가 모두 백인 남성이니 마블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백인 남성이 아닌 히어로 캐릭터는 여성 히어로인 블랙 위도우와 스칼렛 위치 정도였다. 물론, 이 캐릭터들은 단독 영화도 없으며 세계관 내에서 중요도도 남성 캐릭터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처럼 마블에서 백인 이외의 인종과 여성 캐릭터는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방식으로 소비되어왔다. 주인공 옆의 감초, 지혜로운 조언자 혹은 아름다운 연인이 그것이다. 마블에서도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건 역시나 백인 남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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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
 


그러나 작년부터 마블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마블이 최초의 흑인 히어로 영화인 <블랙 팬서>를 공개한 것이다. <블랙 팬서>는 주인공 티찰라를 비롯하여 대부분 출연진이 흑인으로 이루어진 데다가 아프리카 문화를 살린 영화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블랙 팬서>는 개봉한 지 4일 만에 2억 달러의 제작비를 회수할 뿐만 아니라 북미에서만 7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2018년 북미 최고 흥행작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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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그리고 마블은 오는 3월 개봉하는 <캡틴 마블>로 또 한 차례의 변화를 예고했다. <캡틴 마블>은 마블 최초의 여성 단독 영화이다. 다시 한번 등장하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캡틴 마블>은 제작 당시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다(캡틴 마블이 <어벤져스4>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식이 한몫하기도 했다). 캡틴 마블의 캐스팅, 코스튬, 능력 등 모든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캡틴 마블 역은 ‘브리 라슨’이 맡았으며 영화는 90년대를 배경으로 하여 기존의 마블 영화와 색다른 분위기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캡틴 마블은 MCU에서 가장 강력한 히어로로 그려질 예정이다.


자세한 건 영화를 봐야 알겠지만, 우선은 안심이 된다. <캡틴 마블>의 예고편을 보니, 적어도 섹시함이 최고의 무기인 여성 히어로가 되진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켜줘야 하는 아름답고 연약한 여성이 아닌 한 명의 강인한 히어로로서 캡틴 마블이 어떻게 세계를 구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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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위도우>


이어지는 반가운 소식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어벤져스>의 원년 멤버인 블랙 위도우의 단독 영화가 제작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것이 별로 없다. 확정된 것은 블랙 위도우 역의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다는 것과 올해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는 것 정도이다. <데드풀>처럼 미성년자 관람 불가 등급으로 제작된다는 소문이 있지만, 확실한 건 앞으로 공식 입장을 통해 확인해야 할 것이다. 어찌 됐든 영화의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마블의 두 번째 여성 단독 영화가 확정된 셈이다.


마블의 변화의 바람은 좀 더 넓은 곳까지 확산되는 듯하다. 마블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앞으로 제작될 영화에서 여성 감독을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 말은 <캡틴 마블>의 메가폰을 ‘애너 보든’이 잡으며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참고로, <캡틴 마블>의 감독은 ‘애너 보든’과 ‘라이언 플렉’으로 총 두 명이다). 이로써 마블의 최초의 여성 감독은 애너 보든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어 블랙 위도우 단독 영화의 감독도 ‘케이트 쇼트랜드’로 확정되며 여성 감독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아직 2명에 불과하고 갈 길이 멀지만, 시작이 좋다.


*


마블은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약 10년 동안 MCU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 등의 히어로와 함께 이루어낸 영광의 10년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이 히어로들을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 이들의 일부는 4월에 개봉할 <어벤져스 4>를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안녕을 고할 것이다. 이제부터 마블은 새로운 히어로들로 세대교체를 하여 MCU를 만들어가야 한다.

 

마블의 주축이 되었던 히어로들이기에 이들이 없는 마블은 상상이 안 가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 많은 마블의 팬들이 이렇게 느낄 것인지라 앞으로의 마블의 행보가 몹시 궁금했다. 마블은 이 중요한 시기의 돌파구 중 하나로 ‘다양성’을 택한 듯하다. 앞서 본대로 마블은 영화에서 유색 인종, 여성의 비중을 늘리며 더욱더 다채로운 세계관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케빈 파이기는 무슬림 여성 히어로인 ‘미즈 마블’이 영화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대로 라면 MCU가 전보다 풍요로워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환영할 일이지 않은가.

 

블랙 팬서, 캡틴 마블, 미즈 마블. 모두 다 새롭고 신선하다. 마블이 앞으로도 이 행보를 이어간다면 언젠가 유색인종 혹은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이 단순한 사실로 영화가 신선해지지 않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기다린다.



[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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