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의 포토존화

글 입력 2019.02.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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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한 물건을 벌여 차려 놓고 일반에게 참고가 되게 하는 모임으로, 현대사회에서 전시회는 주로 문화, 예술 창작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작품을 기획해 놓은 것을 의미한다. 전시회는 문화ㆍ예술이 발전하고 일반 공중의 문화 예술적 소양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미술관에 방문하는 일반 대중의 숫자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시회가 이렇게 유행하게 된 요인에는 트렌디하고 대중을 사로잡는 전시 기획과 SNS를 활용한 활발한 홍보가 있다. 3-4년간 전시회의 흐름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예쁨’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술관 내의 예쁜 작품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이를 SNS에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방식이 점차 굳어져 현재에는 전시회가 예쁘고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략적으로 사진에 적합한 공간을 만드는 미술관이 생겨나고 작품 자체가 사진을 남기기에 적합하도록 구성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전시도 비주얼 갑이 뜬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특별한 컨셉의 조형물과 조명,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공간을 구성해 관람객들이 고사양 카메라가 없이도 손쉽게 모든 전시 공간에서 다채롭고 감성적인 인생샷을 담아갈 수 있게 한 이색적인 전시 형태인 ‘비주얼 전시’가 늘어나고 있다. 미술관이 ‘포토존’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대중을 대상으로 미술의 진입 장벽을 낮추었다는 등의 긍정적인 의견과 미술이 상업화되고 작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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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측면- 전시회와 미술에 대한 인식 변화



전시회가 포토존화 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미술작품 관람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이다. 폐쇄적이었던 전시 문화가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대중화, 개방화되면서 전시회에 대한 인식 또한 변화하였다. 예전에는 전시회에 대해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미술을 아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세련되고 트렌디한 전시에 이끌려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한 데이트 코스, 나들이 장소 또는 문화생활의 일부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또는 호기심으로 전시회를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시회에 가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가 자연스러워 졌고 미술은 난해하고 어렵다는 기존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전시회를 홍보하는 문구에 ‘문화생활 즐기러 가자!’는 표현을 넣는 경우도 많아졌다.




전시관 측면- 전시 작품의 형태와 방식의 다양화



전시관 측면에서는 전시 작품의 형태와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볼 것이 많은 전시회라는 소문을 타기 위해 관객이 그저 작품을 관람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직접 참여하거나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는 형태의 전시회가 증가했다. 그동안 예술 작품을 선 밖에서 눈으로만 감상하는 ‘파인아트’ 전시회가 주를 이뤘던 반면 현재는 비주얼 전시가 주를 이루게 되면서 전시관 내부의 작품 형태와 방식이 다양해졌다. 그저 그림과 그에 대한 설명만을 전시해놓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눈을 사로잡는 입체 구조물과 색감, 그리고 빛, 미디어 아트를 활용함으로써 관람객들이 다양한 각도와 색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포토존을 따로 만들거나 사진 찍기 좋은 예쁜 작품들이 있는 전시회들이 생겨나면서 그 미술관이 유행 흐름을 파악하고 있으며 관람객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준다. 이와 같이 오감을 활용하여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늘어남에 따라 미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미술관에 방문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고 최신 트렌드를 적용한 전시회를 개최함으로써 답답하고 고지식해보이던 기존의 미술관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 대중과 소통하고 열려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관람객 측면- 전시 관람 집중에 방해



전시관 내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에 전시 관람에 불편을 겪은 경험이 있는지 물어봤을 때 그렇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한지에 대해 ‘사람도 많고 셔터소리 때문에 시끄럽다.’, ‘작품을 가리고 통행과 관람에 방해가 된다.’, ‘자신이 다른 사람의 카메라에 찍힐까봐 걱정된다.’, ‘줄이 길어져서 기다려야한다.’라는 대답이 많았다. 사진 찍기에 집중하는 관람객이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의 수보다 많을 때도 있으며 그저 작품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잘 나온 사진을 건지기 위해 찍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때문에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매우 긴 편이며 사진을 찍지 않는 관람객은 작품 앞에 오래 서있기 민망한 경우도 종종 있다. 인기를 끌기 위해 포토존을 만들고 예쁜 작품을 추가한 것인데 사진을 찍기 위해 온 사람들 때문에 정작 작품을 관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전시회가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고는 있지만 ‘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전시회’인 만큼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시관 측면- 전시 주제의 질 하락



전시한 작품들의 형태와 방식이 다양해진다는 점이 더 풍부한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지만 변해가는 방향이 예쁘고 분위기 있거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들 위주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사람들의 예술적 소양을 기르는 장인 전시회가 점차 눈에만 예쁜 작품들을 우선시한다면 예술이라는 전시의 본질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반 고흐전’, ‘르누아르전’, ‘김환기전’ 등과 같이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위주로 다루게 되면 대중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유망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기회를 점차 잃게 될 것이다. 또한 블록버스터 전시는 일부 작가의 유명세에만 의존하여 내실 없는 성과 주의 전시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술관은 대중에게 인기를 끌면서 전시의 질 또한 놓치지 않는 전시회를 열기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전시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전시회가 점차 포토존화 되어가면서 인기를 끌고 미술을 대중화 시켰으며 참여형 전시의 증가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장점이 있다. 동시에 작품 관람에 방해가 되고 전시의 질이 하락한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장점과 단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전시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한다. 우선 전시회 에티켓을 관람 전에 언급해주고 전시관 중간 중간에서 도슨트들이 지나친 사진촬영을 제제하고 동선이 꼬이지 않도록 안내하는 것이 관람객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가장 필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기획에 있어서는 각 미술관이 자기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거나 분기별로 흥행을 위한 전시회와 작품성 있는 전시회를 번갈아 개최하는 것과 같이 수익과 질 높은 전시를 모두 꾀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중 또한 예쁜 것에 끌려 인생샷을 찍기 위해 전시회를 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공부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유명 전시회뿐만 아니라 소규모 전시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자주 방문함으로써 신인 작가들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또한 유명 작가들에게 밀려 전시회를 가질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는 미술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현재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 하는 방법을 찾아감으로써 더 나은 예술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윤혜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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