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1명 배우, 11개의 의자가 만든 비극

<보이첵>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
글 입력 2019.02.0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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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첵은 의사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고, 소변량이나 감정의 상태를 점검당한다. 가난하기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밖에 할 수 없는, 삶의 희망도 없는 나약한 인간 보이첵 이야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다. 어느 날, 한 가설무대에서 악대장은 보이첵과 함께 온 '마리'에게 눈독을 들이고 의사들과 중대장은 나약하기만 한 보이첵을 향해 인간으로서 가치 없음을 놀리기만 한다.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보이첵이 경험하고 있는 삶을 공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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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움직임연구소는 매번 색다르고 창조적 공연을 통해 본성의 역동성과 고유한 움직임, 인간 본연 속의 공간과 리듬을 탐구하고 분석한다. 이번 <보이첵> 공연에서도 의자를 통해 보이첵을 억압하는 장면으로 그의 심리상태를 표현, 내적 욕구를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많은 대화가 아닌 내적 심리상태를 표현하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다만 심리상태가 잘 표현하여 보이첵처럼 불안해지고 코러스를 통해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 메아리처럼 들리는 코러스와 내적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 입으로 여러 소리를 낸다.

불안의 심리가 보인다면 <보이첵>과 같지 않을까. 내가 가난에 허덕이고 완두콩만 먹고 사람들에게 가치 없음을 놀림받다 보면 저렇게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불안함에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보이첵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삶이 얼마나 비참할까. 사랑하는 마리마저 악대장과 놀아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괴로워하고. 불안이 불안을 키워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된다. 손을 잡아준 사람 없어 혼자서 괴로움을 견딘다. 보이첵 내면에 있는 신을 믿지만, 결국 그 신마저 그를 버렸다고 생각한다. 절망밖에 없는 그의 삶을 보는 내내 가슴 아프며 희망하나 보여주지 않는 작품이라 꽤나 현실적으로 보였다.

왜 의자로 보이첵 심리를 표현했을까 생각해봤다. 의자로 여러 모습을 만들 수 있고 각진 의자가 틀 안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린 보이첵 심리 안에 갇혀 있고 보이첵도 가난 안에 갇혀서 생활하며 경험하고 있는 불안을 보고 있는 듯했다. 초반엔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의자를 주지만 정작 자신의 의자는 없다. 그 수많은 의자 사이에 갇혀있는 모습만 볼 수 있을 뿐. 11개의 의자 11개의 배우일 때 각 하나의 자아를 의자로 대변했다면 보이첵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원하는 형태를 따라가기만 한다. 의자 없는 그가 오히려 수많은 의자를 관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의자는 자리를 뜻하는 것 같다는 글을 봤다. 그런 점에서 있을 자리도 없이 누군가의 자리만 내어주는 보이첵과 그의 가난이 의자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공연 내내 의자의 움직임이 절제되고 멋있다. 표현력과 감독의 상상력만큼은 예술적이다. 가장 좋았던 건 엔딩 장면이다. 드라마가 끝나면 드라마 촬영했던 현장 스틸컷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첵> 공연 중 보이첵의 중요 장면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하나의 짧은 드라마 같은 공연을 본듯하다. 원래 <보이첵> 공연을 좋아하거나 혹은 사람의 보이지 않는 감정이 궁금한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


[송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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