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독(多讀)을 결심하기까지 [문화전반]

글 입력 2019.02.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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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꾸준히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 정말로. 나처럼 독서가 몸에 배지 않은 사람은 계획적으로, 의무적으로, 꾸역꾸역 책을 읽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아무튼, 책을 읽어야 한다. 기록과 공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스스로 진지하게 독서에 대한 다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내가 독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무튼, 책을 읽어야 한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를 검색해보니, 총 10가지로 정리한 글이 보였다.


콘텐츠 개발을 위한 정보 수집

전문 지식 이해

작문 능력 향상

사색과 상상, 지식 쌓기,,,


내가 생각하는 독서의 목적도 비슷하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포함하자면,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함이다.

 

평소에 책을 많이 사는데 비해 독서량은 매우 떨어지는 점이 고민이었다. 생활 패턴을 분석해보니, 이동할 때는 스마트폰, 앉아있을 때는 노트북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문제는 폰이나 노트북을 쓸 때 딱히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SNS 눈팅, 인터넷 서핑 등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한다는 점이었다. 이에 해결책으로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는 스마트폰을 보지 말고 책을 읽자고 결심했고, 한동안 책을 갖고 다녔다. 며칠 갖고 다녀 보니 상당히 무게가 나가고, 은근히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였다.


대체수단으로 e-북을 선택했지만, e-북까지 결제하며 보기에는 지출이 부담스럽고 종이책을 읽는 것보다 피로도가 높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착한 것이 기사 읽기다. 평소에 인터넷 서핑이나 SNS를 보면서 흥미로운 기사나 칼럼을 찾으면 특정 어플에 모으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읽는다. 마치 독서를 미루듯이 기사 읽는 것도 미루는 버릇이 있는 나에게 좋은 습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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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용하는 어플은 문장을 하이라이트하고 따로 모으는 기능이 있다. 어느 날 그동안 읽은 기사에서 줄을 친 핵심 문장을 다시 읽어보니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낯설었다. 이 때 디치털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단발적 소비는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기사를 읽을 때 전문을 읽기는 하지만, 쓱 훑어보고 하이라이트 표시를 할 핵심 문장을 찾게 된다. 이 버릇은 종이책을 읽을 때도 나타났다. 순수 문학을 읽으면서도 묘사하는 부분은 건너뛰고 정보성 문장만 찾아 읽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해지면서 이런 버릇이 생겼을 거라고 추측한다. SNS를 많이 하다 보니 언어 구사력이 나빠지고, 속독하며 핵심 정보만 찾으니까 지식을 습득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즉 디지털 콘텐츠의 정보 축약적 특성은 유해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집중시키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는데, 대개 이런 콘텐츠는 분량이 적다. 예를 들어 영상의 경우, 3분 안에 마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쉽게 질리고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광고도 3분이 아닌 5초 안에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짧은 시간 내 정보를 전달하려면 당연히 맥락이 생략되고 핵심의 핵심 정보만 노출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 정보를 보고/읽고 자신의 것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이해 없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정보는 곧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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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문화 예술을 소개하는 디지털 콘텐츠가 많이 보인다. 영화, 책 등을 리뷰하는 콘텐츠는 이미 굉장히 많고, 얼마 전에는 아예 문화 예술 담론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도 봤다.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어떤 책이나 영화가 궁금해도 직접 보지 않게 된다. 요약된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앞에서 언급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같은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까? 내 생각은 No다.


다른 사람의 리뷰를 참고하는 건 괜찮지만 내가 직접 보지 않는다면 그건 남의 생각일 뿐이다. 직접 체험하고, 느끼고, 사색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게다가 유투브 등에 리뷰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들은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발언을 쏟아내기 때문에, 더더욱 참고하는 정도로만 소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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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이런 콘텐츠는 문화 예술 생태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게임 실황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게임 업계가 부흥할 거라고 예측했지만, 정작 사람들은 실황만 보고 직접 소비하지 않았다. 영화나 책 등의 문화 예술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 영화 리뷰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보다 영화 내용을 전부 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리뷰를 보고 과연 사람들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할까? 나 역시 한 번 어떤 애니메이션이 궁금하여 리뷰 콘텐츠를 찾아봤다가, 내용을 다 얘기해버려서 영화에 대한 흥미가 떨어져 결국 볼 생각을 접었다. 이런 콘텐츠는 오히려 문화 예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피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다만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얻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의 말로 정리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타이핑보다는 직접 손으로 쓰는 게 기억력과 이해력에도 좋다고 한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예전보다 집중하기 어렵고 머리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느꼈다. 하지만 꾸준히 읽으니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더욱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올해는 다독(多讀)의 해가 되도록 노력해보자.





[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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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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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하는스누피
    • 잘 읽고 가요 :)
    •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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