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각을 통한 자신찾기 [기타]

글 입력 2019.02.0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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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사실 생각보다는 고민이 많다고 말하는 것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는 항상 고민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맴돌고 있다. 그렇다고 딱히 결론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다. 이를 입 밖으로 꺼내지도, 글로 써 내려 가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게 있어 혼자만의 시간은 필수나 마찬가지다. 쉬지 않고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걱정과 생각의 목소리들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면 상대방의 목소리와 나의 목소리가 섞여 그 어떠한 것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서로에게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혼자만의 시간 동안 이 목소리들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쉽게 잘 되지는 않는다.


생각을 구체화하고 실체화시키는 것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할 때는 모든 것이 명확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이를 말이나 글로써 나타내려고 하면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머릿 속에 계속 두루뭉술한 생각 덩어리는 있지만 명확한 생각 덩어리는 없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전시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에디터 활동을 시작하고 문화초대를 받고 나서부터는 프리뷰와 리뷰를 작성해 야했다. 초반에는 오피니언을 작성하는 것 만큼 이도 굉장히 힘들었다. 어떠한 것에 대해 명확한 생각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프리뷰와 리뷰를 작성하기 전에는 모든 생각과 느낌이 '좋다, 아니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뉘었다. 어떠한 책을 읽고, 공연을 보고, 전시를 보고 난 후 '좋았다' 또는 '별로였다'로만 나뉘었던 것이다. 이 전시가 왜 좋았고 이 공연이 왜 별로였는지에 대한 생각은 깊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디터 활동을 시작한 후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했다. '지금 왜 이러한 생각을 했지?' '왜 이런 감정을 느꼈지?' '이 공연의 어떠한 점이 좋았지?' 또는 '이 책이 왜 별로였지?'와 같은 질문들을 말이다. 전에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원인을 찾기 위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고 이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일이다. 불분명한 것이 분명해질 때까지 생각해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느낌을 파헤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나고,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도 내 자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이어지는 생각은 내 자신을 알아가는 길로 인도한다. 조금 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고, 내가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되면서 내 자신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시나 공연을 보고 재밌었다, 감동적이었다, 슬펐다, 별로였다 이러한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왜" 그것이 좋았고, 재밌었고, 별로였는지에 대해 생각함으로 인해 문화예술 활동을 더욱더 깊이있게 향유하게 되었다.


'생각'이라는 단어의 뜻은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이라고 한다. 단어의 뜻만 본다면 항상 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회상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한 생각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생각하는 것이 힘든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나를 알아갈 수 있고, 집단사고로 부터 벗어나 온전한 나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지속적인 생각하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내 자신을 더 알아가고 스스로와 더 친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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