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왜 쓰는가 [도서]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읽고
글 입력 2019.02.0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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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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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들과 함께 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만났다. 『나는 왜 쓰는가』라는 제목의 조지 오웰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조지 오웰의 책은 『동물농장』과 『1984』다. 둘 다 너무 유명해 내용은 익히 잘 알고 있지만, 사실 직접 읽은 적은 없다. 따라서 나는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만 알지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랐다. 그래서 책 표지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를 유심히 읽고, 인터넷으로도 찾아봤다.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1903년 6월 25일 인도의 벵골 주 모티하리에서 하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8세 때 사립예비학교에 들어갔으나, 이곳에서 상류층 아이들과의 심한 차별을 맛보며 우울한 소년시절을 보냈고, 장학생으로 들어간 이튼교에서의 학창시절 역시 계급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1922년부터 5년간 미얀마에서 대영제국 경찰로 근무했으나 점차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파리로 건너가 작가수업을 쌓았다. 유럽으로 돌아와 파리와 런던에서 부랑자 생활을 하고 잠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거쳐 영국 노동자들의 삶에 관한 조사 활동에 참여했다.


전체주의를 혐오했던 그는 스페인 내전에도 참여했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출간한 『동물농장』(1945)과 『1984』(1948)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오웰은 악화된 병으로 인해 1950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예스24 조지 오웰 소개 참고



오웰은 생계를 위해 오랜 세월동안 엄청난 분량의 에세이와 칼럼, 서평을 썼다. 『나는 왜 쓰는가』는 그 중에서도 29편의 에세이를 골라 발표된 순서대로 엮은 책이다. 책의 제목인 ‘나는 왜 쓰는가’는 1946년에 발표된 동명의 에세이 제목을 따온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그에게 경외감이 들었다. 그는 동시대 삶을 낱낱이 날카롭게 기록 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보면서 느꼈던 본인의 감정을 솔직하고 자세하게 묘사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70년에서 90년 전에 쓰인 글들 임에도 불구하고, 현시대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 읽으면서 지금 상황과 비교도 해보고 공감도 하며 흥미롭게 읽었다.


상황에 대한 그의 묘사방식이나 수식어구 등을 보며 이 사람이야말로 천생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번역이 잘 된 덕분인지, 글을 읽는데 전혀 무리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어 굳이 읽을 생각이 없었던 『동물농장』과 『1984』도 궁금해졌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대했던 이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나는 왜 쓰는가>는 역시 인상 깊었다. <나는 왜 쓰는가>는 그가 작가가 된 이유부터, 그가 글을 쓰는 동기를 자세히 풀어낸 글이다. 그의 작가론과 정치론이 한데 녹아있으며, 작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짧은 자서전이기도 하다.


오웰은 작가가 글을 쓰는 동기를 크게 네 가지로 추렸다.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본인은 전체주의에 맞서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정치적 목적으로 글을 쓴다고 했다. 동시에, 어린 시절에 갖게 된 미학적 열정 또한 그에게 중요하다고 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순전한 이기심



오웰이 자신이 글 쓰는 이유를 명확하고 분명하게 밝힌 것을 보고 나니,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어진 주제의 글(학교 과제, 자기소개서 등)이 아닌, 내가 스스로 적은 글들은 이렇다. 다이어리, 블로그, 작년 독립 출판했던 단편소설, 그리고 지난 세 달 동안 기고하고 있는 아트인사이트의 오피니언.


다이어리와 블로그에 적는 글들은 내가 내 삶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꾸준히 적고 있다. 주로 내 일상을 적은 일기로, 사소한 내 생활부터 여행기, 어떤 상황에 대한 내 생각과 감정 등을 정해진 형식 없이 적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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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꽃> 삽화


작년에 출판했던 내 생에 처음이자 하나뿐인 단편소설 <비꽃>은 주인공이 트라우마로 인해 꿈을 포기하고 방황하는 내용이다. 완전한 창작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혹시 자전적인 글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청년이라는 설정부터가 나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쓴 문체에서 내가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소설을 쓰던 당시에 방황하던 내 모습을 나도 모르게 쓴 것 같기도 하다.


아트인사이트에는 주로 영화에 관한 글을 적고 있다. 문화예술 전반에 자유 주제라지만,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인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쉬우면서도 즐겁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알겠다. 조지 오웰이 정리했던 작가가 글 쓰는 동기 네 가지 중, 나는 ‘순전한 이기심’ 때문에 글을 쓰고 있다.



순전한 이기심. 똑똑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어린 시절 자신을 푸대접한 어른들에게 앙갚음을 하고 싶은 등등의 욕구를 말한다. 이게 동기가 아닌 척, 그것도 강력한 동기가 아닌 척하는 건 허위다. 작가의 이런 특성은 과학자, 예술가, 정치인, 법조인, 군인, 성공한 사업가 등, 요컨대 최상층에 있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되는 특성이다. 사람들 절대다수는 그다지 이기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서른 남짓이 되면 개인적인 야심을 버리고(많은 경우 자신이 한 개인이라는 자각조차 거의 버리는 게 보통이다) 주로 남을 위해 살거나 고역에 시달리며 겨우겨우 살 뿐이다. 그런가 하면 소수지만 끝까지 자기 삶을 살아보겠다는 재능 있고 고집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작가는 이 부류에 속한다. 나는 진지한 작가들이 대체로 언론인에 비해 돈에는 관심이 적어도 더 허영심이 많고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한다.


- 조지 오웰 <나는 왜 쓰는가> 中



내가 쓰는 글들은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글 뿐이다. 그래, 인정하자.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 자신을 위해서다. 똑똑해 보이고 싶고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욕구. 나는 그런 욕구로 인해 글을 쓴다.


얼마 전,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했던 글들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꼈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이 또한 순전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앞으로는 여기에 ‘미학적 열정’을 추가할 것이다.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또는 낱말과 그것의 적절한 배열이 갖는 묘미에 대한 인식을 말한다. 이야기의 리듬이나 산문의 견고함  뿐만 아니라 글꼴이나 여백에서 느껴지는 매력까지 포함한다. 취미로 가끔 독립출판을 할 예정인데, 내 글에서 부족한 표현력 부분과 출판에 필요한 디자인까지 신경 써서 내 글을 예술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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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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