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는 '쓰는' 것이 두려워졌다. [기타]

그래, 이건 고해성사다
글 입력 2019.01.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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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 사회의 쓴맛이란 한약보다도 심하구나.



취직을 한지 한 달이 지났다. 그 난리도 아니라는 취업난을 뚫고, 최저임금에 준하는 박봉을 주지도, 허구헌날 야근을 시키지도 않는 아주 무난한 회사에 취직했다.


나름 졸업하기 전에 취직을 했다는, 그것도 여러 보기 중에 내가 무려 '골라서' 갔다는 자부심도 조금 있었다. (그래봤자 비슷한 규모의 비슷한 회사겠지만) 하지만 유능한 마케터가 되겠다는 나의 야심찬 계획을 짓밟아 버리기라도 하듯, 나의 일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내 옆자리 동료도, 뒷자리 동료도, 팀에 들어온지 3년이 된 언니조차도 나와 같은 일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하루종일 회사에서 하는 일이란,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글을 쓰는 것, 그게 전부였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의미 없는 글만 쓰고 있다 보니 집에 오면 정신이 멍해졌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고, 노트북을 켜는 것조차 짜증이 솟구쳤다. 나는 점점 생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었다.




악몽을 꿨다.



하루는 악몽을 꿨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는데, 말을 하질 못 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서였다. 꿈 속의 나는 계속해서 '말을 해야해!'라고 외치는데, 정작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거다. 결국 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식은 땀만 흘리다 잠에서 깨어났다. 죽어도 못 잊을, 내게 있어서는 엄청난 악몽이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한 꿈이 이어졌다. 워낙 신경이 예민한 탓일까, 내가 평소에 하고 있는 우려들이 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커피 사진.jpg
 


커피 한 잔, 사색 한 모금.



다소 힘들더라도, 내 능력에 벅찬 일이더라도 배울 게 많은 일을 꿈꿔왔다. 하지만 정반대로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나는 무기력해져만 갔다. 어떠한 것에도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단순히 내 흥미로 시작했던 포토샵 공부도 필요가 없어지니 슬슬 귀찮아지고,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감정을 글로 기록하는 것도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한 달을 살아보니, 이러다 내가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기계가 되어 버릴 것만 같아서 무서워졌다.


무작정 카페로 나왔다. 나는 지금 힐링이 필요했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나에 대한 고민들을 이어가야만 했다. 쌓아둔 책을 읽고, 쌓아둔 글을 써내려갔다. 플랜을 차근차근 세우기 시작했다. A,B,C까지 총 세 가지의 계획이 완성되었고, 이 중 뭐라도 하면 더 성장하는 내가 될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커피 사진.jpg



이 모든 건, 커피 한 잔이 가져다주는 마법의 시간이었다. 한 모금에 생각 하나, 또 다른 한 모금에 생각 하나.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보니 어느새 우울함을 어느 정도 떨쳐낼 수 있었다. 조급해 하지 말고, 후회하지 말기. 프로후회러나 다름 없는 내 성격 상 분명 다른 결정을 내렸다고 할지라도 또 다른 후회를 만들어냈을 터였다.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했다.


한 달의 시간 동안 헤어나오지 못 했던 무기력의 시간들은,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며 비로소 마무리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커피는 단순히 음료의 개념을 넘어서 나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을 의미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굉장히 무모한 말일수도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나 같이 후회를 달고 사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변화를 꾀하자, 어떻게든 되겠지. 좀 더 노력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플랜을 수정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이젠 쓰는 것도 더 이상 두려워 하지 말자, 어떻게든 되겠지.



[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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