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잘 가, 소중한 내 친구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글 입력 2019.01.30 17: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잘 가, 소중한 내 친구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Review 민현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포스터_0919.jpg
 


리뷰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새롭게 생긴 문화 취향이 하나 있다면, 바로 뮤지컬이다. 뮤지컬은 애초에 나와 거리가 멀었고, 그래서 잘 모르는 장르였고, 사람들이 ‘지킬앤하이드’나 ‘라이온킹’등에 열광할 때도 그러려니 할 뿐이었다.


그러나 몇개 되지 않는 뮤지컬을 보고나서 이 매력적인 장르에 완전 푹 빠져버렸다. 어쿠스틱이나 힙합 등 대중가요만 사랑하던 나에게 뮤지컬 음악은 또다른 충격이었고 가사를 쓸 때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내가 뮤지컬에 빠질 수 있도록 도와준 기타 동아리 동기이자 열렬한 뮤지컬 팬 2명을 이끌고 백암 아트홀에 모였다. 흡사 고대 그리스 건축물의 기둥을 옮겨놓은 듯한 건물이 조금은 소심하게 서있었다. 주위에 번쩍번쩍하고 높은 빌딩들 때문인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백암 아트홀은 훨씬 더 눈에 잘 띄었다.


1시간정도 일찍 도착해서 이전 공연이 마무리되는 상태였다. 몇 사람들이 웅성웅성 로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가 했는데, 이전 공연에서 연기를 펼쳤던 배우가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이 그저 행복한 기분을 가지고 가라는 말과 미소와 함께 내가 들어왔던 문을 열고 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뮤지컬 배우의 삶이란 극장 문을 열고 나가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되고 표를 받고 자리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니, 큰 막과 연단으로 이루어진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뒤로 책장같은 것들의 실루엣만 가볍게 보였고 뮤지컬은 이 대사와 함께 시작했다.



‘우린 오늘 엘빈 켈리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연습실3_조성윤.jpg
 


이 뮤지컬에서 수차례 반복되는 토마스의 이 말과 함께 토마스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엘빈과 함께 이야기는 시작된다. 7살 어린 시절 엘빈과 토마스는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며 함께하는 시간을 쌓아간다. 지극히 일반적인 토마스와 지극히 유별난 엘빈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듯 퍼즐의 두 조각처럼 잘 맞았다. 나비에게 감명을 받은 엘빈과 이를 지루하게만 여겼던 토마스는 점차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둘의 우정, 엘빈이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책방에서 골라준 책 ‘톰 소여의 모험’이라든지, 왜 엘빈이 그렇게 유별날 수밖에 없었는지 아는 토마스의 깊은 마음이라든지, 그런 것들은 그들의 마음에 계속 남아있다. 토마스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엘빈과 자신의 이야기 ‘나비’를 지어 엘빈에게 보여주었을 때, 아마 그들은 직감했을지도 모른다. 둘은 그때부터 조금씩 다른 길을 걸어가고 말 것이라는 걸. 이 뮤지컬의 주제를 담고 있는 노래의 가사를 조금만 엿보자.



Butterfly


나는 나비야 작고 중요치 않아

세상의 거대함 앞에 난 티끌과 같아

팔이 저릴 때 날개를 펴 춤추며 만족해

나는 나비야 중요치 않아

너는 강한 나비야 나의 힘이야

네가 춤출 때 난 하늘 위로 날 수 있단다

네 몸으로 공기를 흔들며 그 춤을 출 때면 

네 날갯짓에 이 세상이 변해



이후 토마스는 작가로서 성공한 삶을 걸어가고, 엘빈은 아버지의 책방을 이어받는다. 나비는 토마스, 나비가 날아가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준 바람, 그리고 나비의 날갯짓에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그 바람이 엘빈이라고 생각하니 ‘나비효과’를 노래한 저 노래가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런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쉽게 일어나는 이야기다. 나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고, 난 그 고마움을 미처 생각하지 못할 수 도 있다. 그러나 내 날갯짓 자체가 그 사람에게는 행복이고 꿈임을, 그 마저도 알지 못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구성



뮤지컬 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흠이 없는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봤던 ‘번지점프를 하다’의 주연을 맡았던 강필석 배우의 연기력과 가창력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그 주위를 맴돌며 극에 활기를 더하는 엘빈을 연기한 이창용 배우도 또다른 매력으로 잘 어울렸다. 그렇기 때문에 2인극임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풍성한 무대를 꾸몄다. 막의 전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운 연결이라고 느껴졌다.


타임라인이 현재, 과거를 오가며 진행되지만 암전이 되지도 않고 배우들이 퇴장하는 일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쉽지 않은데, 두 배우는 그걸 손쉽게 해냈다. 열심히 7살 어린 아이 연기를 하며. 결국 이 모든게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두 배우의 케미때문이다. 핑퐁을 주고 받는 배우들은 너무 잘 어울리다 못해, 눈을 살벌하게 던지며 노는 장면에서는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6_강필석, 이창용.jpg



무대 구성도 눈에 띄었다. 기억의 조각들이 펼쳐진 무대 공간이자 전체적인 분위기를 구성하는 ‘신비로운 책방’은 엘빈의 서점을 상징하기도 하고, 토마스의 기억이 꽂혀 있는 내면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 기억들을 빼내어 토마스에게 건내고 다시 던지고, 다시 펼쳐들고 하는 과정에서 종이가 어지럽게 흩날리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바닥에 쌓여있는 종이들 역시 엘빈과 토마스의 추억과 그 이야기를 상징하며 무대를 구성한다.


상당히 관객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무대때문에 맨 앞줄에 위치한 사람들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쓰는 역동적인 장면이 많으며 '나비'를 쳐다보는 장면에서는 거의 관객과 30cm 거리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생각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엘빈같은 친구인가, 토마스같은 친구인가. 사실 우정 앞에는 너무도 많은 벽이 놓여져 있다. ‘사랑’이라는 큰 벽, 그리고 가족이라는 큰 벽, 현실이라는 큰 벽 등 우정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정은 그 벽들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지치고 힘들 때 돌아보면 항상 나를 따라오고 있다. 너와 내가 친구가 된 이유는 사실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클라란스 천사를 네가 알고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우연히 집에 가는 길이 같은 방향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의 벽에 막혀 힘들고, 벽을 넘어서 기쁠 때마다 나와 함께 슬퍼해주고 토닥여주고 기뻐해준다.


그렇게 내 주변에 공기처럼 살아가는 내 친구들, 생각해보면 그 소중함을 잊고 산다. 언제까지고 내 옆에 있을 것만 같고 늘 반갑게 날 맞아줄 것 같기 때문이다. 20대의 반환점에 서있는 지금 나는 머리로는, 경험으로는 그게 아니라는 걸 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람들은 떠나고, 실제로 누구보다도 가깝던 주변의 친구들은 감정다툼을 하다가 관계를 깨기도 했다. 사랑뿐만 아니라 우정에도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노력없는 관계란 지속될 수 없다고.



[제공_오디컴퍼니]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_공연사진4_강필석, 이창용.jpg



정말로? 나는 늘 그렇게 대답했다. 노력이 필요한 관계는 애초에 우정이 아니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계속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걸 보면 난 토마스와 비슷한 것 같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이야기를 해주던 엘빈과는 다르게 토마스는 엘빈에게 그 어떤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니 바라지 않게 변했다. 엘빈에게 이야기해도 듣지 않을 것임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대신 토마스는 그만의 방법으로 엘빈을 지켜주려 노력한다. 문제는 서로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자신의 일이 바쁜 상태에서 그 노력이 더이상 엘빈에게 닿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토마스가 맡아 썼던 엘빈의 아버지 송덕문이 너무 안타까웠다. 토마스만의 노력이라는 것 자체가 저 성의없는 송덕문과 토마스가 느끼는 죄책감때문에 완전히 묻힐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 이후 얼마 안가 엘빈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토마스가 홀로 남았을 때 느껴지는 왠지 모를 안쓰러움은 그의 노력을 결국 엘빈이 몰랐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결론이라는 것도 남아있는 살아있는 사람에게나 존재한다.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하기 위해서. 떠나간 사람은 그가 존재하기 이전보다 더더욱 말이 없다. 친구의 죽음이라는 소재는 뮤지컬을 보는 내내 유쾌하고 즐거운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떠나보낸 친구가 생각나 마음 한 켠이 쓰라리게 만들었다. 나도 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고 아마 평생 그럴 것같다. 그저 너에게 쓰는 짧은 가사들이 송덕문이 되어 너에게 닿기를 바랄 뿐이다.




공연정보


기간 : 2018년 11월 27일 (화) ~ 2019년 2월 17일 (일)
장소 : 백암아트홀
주관 : 오픈리뷰(주)
요금 : R 66,0000원 S 44,000원




[손민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19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