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키스해링 展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글 입력 2019.01.29 00: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190129_091134973.jpg
 

키스해링 전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토요일 오후, ‘키스해링展’을 보기 위해 DDP로 향했다. 아마 주말에 보는 첫 전시라 사람이 많을 거라고 예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도착한 순간부터 사방에 가득한 사람들을 보고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너도 나도 나들이를 나가는 주말이기도 하고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지긋이 든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니 사람이 많을 수밖에. 내가 전시를 보러 간 날엔 외국인들이 그렇게나 많았다. 북적대는 인파에 불평하던 것도 잠시 온 연령대와 온 세계의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예술을 선보인 한 예술가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도 커져갔다.


여담이지만 정말 다행히도 역과 전시장이 가까웠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전시장을 바로 찾을 수가 있다.



KakaoTalk_20190129_000353939.jpg

KakaoTalk_20190129_002451185.jpg

KakaoTalk_20190129_000423435.jpg



전시의 초입에는 ‘키스 해링’이 단박에 떠오르는 그의 심볼같은 그림의 네온사인이 설치되어 있었다. 바닥과 벽 한켠에는 그에 대한 간략한 영상이 비춰지며 남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시작부터 다채롭고 트렌디하게 느껴졌다. 타계한지 30년이 되어가는 그의 작품이나 전시를 볼 때마다 트렌디하다는 표현을 꼭 잊지 않고 사용하는데, 이는 곧 시대를 넘어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예술 세계를 열어주었던 그의 예술적 위용을 나타내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튼, 전시 자체의 구성만을 따져보자면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다.




까다로운 예술의 틀을 깨다



KakaoTalk_20190129_000448658.jpg

KakaoTalk_20190129_000508472.jpg
 


‘그들을 위한 예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예술’을 향한 첫걸음은 지하철역 광고판에 분필로 그림을 그린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부터 시작된다. 공공장소에 흔적을 남기는 ‘그래피티’는 엄연한 불법행위이지만 키스 해링은 예술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이러한 방식을 겁 없이 선택했다.


실제로 그가 지하철에 그림을 그리던 모습을 보면 경찰과 역무원의 눈을 피하기 위해 스케치도 없이 순식간에 해치워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링은 이어진 작업 활동에서도 스케치 없이 그림을 그려나갔는데, 이는 그의 그림 자체가 정교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노련하고 즉흥적인 자신의 예술세계에 대한 확신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 같다.


물론 그래피티의 특성상 빠르게 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겠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동시에 재미와 메시지를 전달하려한 그의 신념이 드러나는 듯하다. <지하철 시리즈> 중 전시 초입에 네온사인으로 제작되어 있던 ‘빛나는 아기’는 키스 해링이 세상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제목 없음.jpg
 


지하철 드로잉을 통해 세상으로 나온 키스 해링은 타임스퀘어 전광판 애니매이션, 스와치 시계 디자인,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등의 상업미술 활동과 더불어 자신의 그림을 콘서트, 음반 커버, 전시회의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며 대중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를 통해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의 깐깐한 경계를 지우고 모든 이들에게 친숙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우리의 곁에 예술이 언제나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우리 모두의 예술을 위하여



KakaoTalk_20190129_002906999.jpg
 

"예술은 '이해하는 사람'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은 모든 사람의 삶에 존재한다."

- 키스 해링


키스 해링이 남긴 작품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어렵지 않다’는 점이 있다. 복잡하고 정교한 화풍 없이 단순한 선과 색으로 그려져 만화의 한 컷처럼 느껴지고, 보는 이마다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을 만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어 재미를 주기도 한다. 사실 그 속에는 에이즈 예방, 동성애자 인권, 인종 차별, 마약, 전쟁, 폭력, 환경보호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있지만 심오하다거나 난해하지 않고 말 그대로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스며들어 있다.



KakaoTalk_20190129_000722691.jpg

KakaoTalk_20190129_000711668.jpg

KakaoTalk_20190129_085603398.jpg
 

'SAFE SEX!', 'FREE SOUTH AFRICA'가 적힌 상단의 두 그림처럼 담겨있는 메시지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뭘 나타내고자 한 건지 알 수가 없는 그림들도 많다. 심지어 제목이 <무제>인 경우도 꽤 많이 존재하는데, 이는 우리에게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리는 자와 흔히 말하는 상위계층, 귀족의 소유물이었던 예술을 진정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깐깐하고 어려운 ‘그들의 미술’이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모두의 예술’이 되어 우리가 예술의 참여자, 주체자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함께 전시를 관람하던 사람들이 그림에 대해 각기 다른 이야기를 내놓는 것을 보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들의 주체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것을 보며 그가 남긴 ‘의미 없는’ 그림들의 속 깊은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KakaoTalk_20190129_001039218.jpg

 


“나는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예술작품, 주어진 작품에 대해 개인별로 수많은 해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싶다. 어떤 작품도 정해진 의미는 없다. 작품의 현실, 의미, 개념을 창조하는 것은 바로 관객이기 때문에 나는 모든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중개자일 뿐이다.


- 키스 해링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빨강과 파랑의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어린 아이들을 위해 만든 21개의 석판화인데, 제목과 같이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그려진 그림들이다. 간단히 그려진 듯 보이는 20개의 그림(1점은 표지이다)은 귀여우면서도 기묘하다. 해링이 배열한 순서대로 구성된 그림들은 빨강과 파랑이 합쳐진 보라색의 계란 모양의 그림으로 끝이 난다. 그는 어린아이들이 이 그림들을 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길 원했다.



KakaoTalk_20190129_103734312.jpg
 

‘아기가 내 상징과 서명이 된 이유는

아기가 가장 순수하고 긍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 키스 해링



‘대부분의 어른들이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어린아이들은 알고 있다’고 말하던 키스 해링은  아마 어린 아이들의 순수한 직관을 가치 있게 생각한 것 같다. 더불어 훗날 세상에 영향을 미칠 아이들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치관을 통해 틀에 박힌 방식으로 해석이나 철학적인 의미를 캐묻는, 이미 어른이 된 우리에게 학문적이고 복잡한 접근에서 벗어나 어린아이처럼 예술을 쉽게 생각할 수 있도록 그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쉬운’ 방식을 통해 때로는 사회적인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으니, 그의 영향력이 지금껏 대단하게 여겨지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키스해링 展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12.JPG

KakaoTalk_20190129_105010403.jpg
 


이번 <키스해링 전>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예술 자체가 ‘모두를 위한 예술’이었으니까. 꽤나 널찍한 공간에 가득한 그의 그림을 보며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유쾌하고 즐거웠다. 그림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상이나 클럽처럼 꾸며진 전시 공간, 조형물들과 벽면에 기록된 그의 어록들이 더해져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고 그의 예술세계에 걸맞게 역시나 트렌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190129_105159877.jpg

KakaoTalk_20190129_110037690.jpg
 


아쉬운 점은 키스 해링의 생애에 대한 타임 테이블을 전시의 끝부분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작품 초기에 제작한 그림들도 마지막에 나열되어있다. 물론 이를 통해 그의 작품 자체를 쉽게 바라볼 수는 있었지만, 생애에 대한 흐름이 명확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사람이 많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는데, 가능하다면 평일 낮에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KakaoTalk_20190129_090154726.jpg
 


일상 속에 예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으로 여겨진다. 모두를 위한 예술에 힘쓴 예술가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살아 숨 쉬고 있을 키스 해링의 프라이드 넘치는 어록과 함께, 이번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다.



“예술가는 다른 이들의 삶에 감동을 주고

그들의 삶에 살아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나는 죽어도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을 테니까.”


- 키스 해링






키스해링 포스터_빛나는아기.jpg
 

키스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일자 : 2018.11.24 ~ 2019.03.17

시간
10: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주최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김수민.jpg
 


[김수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