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키스해링전

Life is Art. Art is Life.
글 입력 2019.01.2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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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중개자일 뿐이다."



키스해링의 말이다. 이런 그의 가치관이 참 좋았다. 사실 그의 그림들은 참으로 통일성이 없다. 어쩔 때는 굳이 제목을 보지 않고도 무슨 그림인지 바로 와닿을 정도로 단순명료한데, 어쩔 때는 제목을 보고 다시 그림을 보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도 당최 뭘 의미하는지를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의미를 잘 모르겠다면, 굳이 작가의 의미를 생각하려고 애쓰지 말고 나만의 의미를 만들어 보면 되는거다. 해링 자신조차 사회적 메세지를 담은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린 그림이 대부분이라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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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키스해링 전>을 보기 위해 찾은 DDP 전시장은 그야 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족 단위 관람객부터 유치원에서 온 단체 관람객까지. 덕분에 입장까지만 20분 가량 기다려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확실히 키스해링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작품을 보러 왔다가 예상치 못한 작품에 반해버리는 경우도 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의 건강한 사고방식에 마음을 뺏기는 경우도 많다. 나를 포함한 모든 관람객이 그런 식으로 얻어가는 게 있었으면 했다. 물론 나 또한 그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키스해링은 80년대 당시 유행하던 팝 문화와 비트 세대의 예술이 녹아 있는 그래피티 문화에 매료되어 뉴욕 지하철역에 그래피티 작업을 시작했다. 결국 그는 경찰이 제지해도 몰래 몰래 작업을 이어갔던 그래피티 아트로 인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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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고자 하더라도 단 하나의 비결은 자기 자신을 믿고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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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런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낸 그림이 아닐까 싶다. 그림 속 인물들은 자세히 보면 누군가는 눈을 막고 있고, 또 누군가는 귀를,  입을 막고 있다.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뚝심있게 행동하길 바랬던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그림이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실천하는 것.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키스해링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을 그림 속에 투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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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South Africa>라고 적혀 있는 이 그림 속에는 각각 백인과 흑인이 있다. 유난히 작게 느껴지는 백인은 흑인에게 올가미를 사용해서 가둬버리려고 하지만, 흑인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위협하는 자를 밟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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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 Sex !>라고 쓰여 있는 이 그림은 또 어떤가. 키스해링은 에이즈 예방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도 올바른 성 관념을 위한 캠페인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다. 이 그림은 피임 도구를 반드시 사용하는 것이 성병을 막을 수 있음을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다소 민망할 수도, 지나치게 사실적일 수도 있는 주제도 그만의 아이콘을 통해서 밝은 분위기로 그려냈다는 것. 키스해링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안녕, 앤디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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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은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캐릭터인 미키마우스와 자신의 친구이자 멘토, 우상과도 같았던 앤디워홀을 합쳐서 <앤디마우스>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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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미키마우스에 익숙한 우리에겐 다소 충격적인.. 강렬한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이 캐릭터야 말로 해링의 예술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의 우상과 현재의 우상을 합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잘은 몰라도 매우 벅차오르는 경험이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창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겠다는 해링의 정신이 담겨있는 것만 같다.


 


그가 하면 상업예술도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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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꽤나 친숙한 보드카, 앱솔루트다. 그가 상업적인 예술에 발을 들인데에도 앤디워홀의 영향이 꽤 컸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해링은 예술이 특정인들만의 전유물이 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예술이 예술가들만의 리그가 되어야 하는 것이며, 왜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별한 경험이 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 그는 누구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예술을 하고자 했다.

 

누군가는 상업미술을 안 좋게 보는 경우도 있지만, 내 생각도 해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앱솔루트 포스터를 통해, 병을 통해 대중들이 새로운 디자인과 마주하고, 예술과 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술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여러 장 복사하기도 했고, 비슷한 그림을 많이 그리기도 했다.


해링과 같은 예술가들이 '친숙한 예술'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면, 과연 미술을 전공하지도, 해박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예술에 대한 미약한 관심이라도 가질 수 있었을까.

 



해링코드, 심볼과 아이콘



아무래도 키스해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다섯개의 아이콘, 즉 '해링코드'일 것이다. 오늘날 사용되는 이모티콘의 시초가 되는 해링코드는 정말 단순명료한 다섯개의 캐릭터로, 해링의 그림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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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을 나타내는 아기 아이콘. 해링은 평소에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의 순수함을 사랑했다. 자신의 서명으로 아기 아이콘을 사용할 만큼 그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 실제로도 전시장 곳곳에서 아이들을 향한 그의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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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만큼이나 유명한 개 아이콘. 아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세속적인 이미지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이 역시 해링의 설명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추측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확실히 강렬하디 강렬한 붉은 색감과, 짖는 듯한 모션은 아기 이모티콘과 함께 있을 때 정반대의 느낌을 자아낸다.

 



Fill your head with fun ! Start rea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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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나는 이 그림이 제일 좋았다. 말랑말랑한 뇌 속에는 온갖 상상력이 들어 있다. 이 모든 즐거운 상상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책이다.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 창의적인 삶을 위해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이 해링에 의해 또 한 번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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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아는 예술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내가 아는 삶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자신의 전 생애를 통해서,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확고한 예술 철학을 증명해 냈던 키스해링. 삶이 곧 예술이요, 예술이 곧 삶이었던 그의 작품과 인생관을 알아보게 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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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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