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잘 살려면, 놀기도 잘 놀아야 해 [도서]

뉴필로소퍼 4호: 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글 입력 2019.01.2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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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능한 생산적인 인생을 살려고 애쓰다가

스스로에게 최악의 벌을 내리고 있다.

인생 자체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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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Philosopher>.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잡지는 철학에 대한 잡지다.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망설였지만, 잡지가 다루는 주제를 보곤 마음을 바꿨다. 워라밸의 시대. 워라밸이야 말로 지금 우리 사회 모든 이들이 원하는 것 아닌가. 워라밸이란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말이다. 많은 이들이 그런 삶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오늘도 끝없이 고민하고 타협하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 일에 잡아먹히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향유하는 것. 쉽게 말하면 '저녁이 있는 삶' 이겠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그다지 쉽지 않다. 반복되는 야근, 퇴근 후에도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집에 와서는 그저 피곤함에 지쳐 잠에 드는.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우선순위가 일이 돼버린 것 같다. 잡지는 워라밸을 비롯하여 스포츠, 게임,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며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우리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잠시라도 쉬면 마음이 불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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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 세상 사람들은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고 있으며,

노동이 미덕이라는 믿음 때문에

엄청난 해악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 산업 국가에 필요한 교훈은

지금까지 들어온 것과는 사뭇 달라야 한다.


-버트런드 러셀, <게으름에 대한 찬양> 中



지금으로부터 86년 전에 쓰인 문장이다. 어째 이 말이 아직도 21세기 우리 사회에 적용되고 있는 것일까. 지금은 21세기다. 노동력이 부족한 시대도 아니고, 오늘 일하지 않는다고 당장 굶어 죽지 않는다. 인간이 수행하던 일은 이미 상당수 기계가 담당하고 있다. 현대 기술은 특정 소수가 아닌, 공동체 모든 사람이 여가 시간을 누리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휘말려 몸을 혹사시키고 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일을 하지 않을 때면 불안감을 느낀다. 무언가 하고 있지 않으면 어딘가 불편하고, 향후 해야 하는 일에 미리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우리는 목표 지향적 사람으로서 너무도 오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사회가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걸까?


올리버 버크먼은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살다 보면 우리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순간에만 가치를 두게 된다고. 목표를 달성한 순간에만 순간적인 기쁨을 느끼고, 쉴 틈도 없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해서 전력 질주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향해 열심히 달리다가, 결국 성취를 이루면 그 기쁨도 잠시. 생산적 활동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뒤덮여 또 다른 목표를 찾아 또다시 달렸다. 잠시라도 여유를 부리거나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으면 자책감이 몰아쳤다.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고,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데도.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게임이 아닌데도 그랬다.




놀이는 고귀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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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법을 아는 것은

축복받은 재능이다"


_ 랠프 윌도 에머슨



우리는 놀이의 가치와 중요성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온 세상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가장 진지하게 그 순간에 온 마음을 쏟고 있다. 잘 놀 줄 아는 사람은 일도 잘 한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하던 친구들을 보면 같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공부할 땐 누구보다 집중해서 공부하고, 놀 때는 누구보다 알차고 재밌게 놀았다는 것. 잘 노는 사람은, 훌륭한 성취가가 되기도 한다. 잘 놀 줄 아는 사람은(Player)는 동시에 훌륭한 선수(Player)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재밌고 즐겁게 수행하는 사람이 더 잘 할 수 있고, 훌륭한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




게임과 스포츠에 대한 다양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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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게임, 놀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논의가 이어진다. 특별한 목적 없이 공 하나를 쫓아다니는 스포츠, 축구. 전 세계 많은 이들은 이에 온갖 열정을 보이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양 몰입한다. 스포츠는 매일같이 단조롭게 반복되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건전하게 욕구와 분노, 폭력성을 표출할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다. 스포츠의 순기능인 셈이다. 축구 경기를 볼 땐 상대편을 대놓고 미워하거나 험한 욕설을 퍼붓는 등의 많은 행동들이 모두 용인된다. 그렇기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고, 승부욕을 불태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스포츠는 총성 없는 전쟁일 뿐이라고 말한다. 증오, 질투, 폭력을 난무하는 곳이라고. 실제로 과거에 이어 현재까지도 경기의 승패로 인한 민족주의 싸움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의 야만성이 드러나 집단 폭력이 일어나기도 하고. 스포츠는 고대부터 이어져 왔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스포츠는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우리 사회가 정말 열렬히 관심을 지녀야 할 것은 스포츠가 아니라, 정치와 정의에 관한 문제라는 의견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차별 없이 평등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가 지니는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를 관람하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누군가를 응원하고, 집단의 소속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 우리 모두는 스포츠에 공정하고 평등한 규칙이 적용되는 것처럼 우리 현실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놀고 싶은 욕구는 존재의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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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에겐 노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걸.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나를 위한 투자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편하게 쉬고 있는 시간에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는 걸. 모든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도 실제로 실천에 옮기는 건 맘처럼 쉽지 않다. 주변 환경과 여러 요소들이 이를 가로막기도 하고, 몸이 잘 따라주지 않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이 사실을 알고 있고,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지닌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고민하고, 끊임없이 생각하여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일.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당장 실행할 용기와 가능성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진지하고 충만한 삶을 만들어나가는 핵심 비결은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살려는 태도를 버리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라는 잡지 속 문장처럼,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버리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 보자. 성공해야 하고 모든 것에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삶을 망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노는 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다. 우리의 생각을 환기시키고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만들어 주는 시간이다. 잡지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선 생각했다. 인간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고. <New Philosopher>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맑게 환기시켜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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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s to live a more fulfilling life"


보다 충실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탐구와 논의가 담긴 생활 철학잡지


<New Philosopher> vo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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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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