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 연말정산 [문화전반]

2018년에 담아두기 아쉬운 몇몇 생각들
글 입력 2019.01.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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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2018년에 담아두기 아쉬운 생각들

Opinion 민현



엑셀.jpg
 

작년 한 해의 예산을 점검하고 정리하는 연말정산 아르바이트를 잠깐 맡았다. 2018년을 담아내는 수천개의 엑셀 칸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보니 기억을 담아내는 방법이 참 여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이 지난 지 한참이 되었지만 연말정산도 보통 지금 때 끝나듯, 지나간 가사노트를 하나 하나 점검하며 당시에 썼던 글자들을 정산해보는 글을 쓰고싶어졌다.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를 꿈꾸며 기다리고 있는 단편적인 생각들을 위해 써보았다. 그들도 이대로 19년을 맞이하기는 아쉬울 것 같기도 해서.



첫 번째 생각, '내 일'



1. 난 내일의 ‘내 일’을 글쓰기로 삼았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간에 말하고 쓰는 일은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존재할테고 글을 쓰는 사람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글은 더 이상 쓰이고 읽히는 역할을 맡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시대의 글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 뿐만 아니라 불특정 개인에 의해 ‘타이핑’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뿐이다.

2. 글은 몇 천년 이상 몸 담았던 종이라는 집을 떠나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액정 화면으로 거처를 옮겼다. 더이상 쓴다는 행위가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던 글쓴이가 되는 길은 인터넷을 떠도는 누구에게나 열렸다. 이런 변화를 대학에 와서야 알았다니. 아니, 이런 변화의 세상에 한낱 아직 대학생일 뿐이라니. 만약 이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알았다면 나는 ‘내 일’을 숫자를 계산하는 일이나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 일로 삼았을 것이다.

3. 그래서 ‘내 일’, 글쓰기가 날 불편하게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내일’에 대한 걱정때문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일로 내일을 살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시가 그렇게 쉽게 쓰여진다는 사실을 쓴다는 게 부끄러우셨던 그분이 걱정하신 내일과는 달리 나의 ‘내일’은 별것도 아닌 이유로 불편하다. 내일 필요한 돈도 마련해주지 못하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지도 못하는데 나는 왜 오늘도 글을 타이핑하고 있는가? 만년펜을 사각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새겨졌던 그분의 시와 다르게 내 글은 아무런 거처 없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 뿐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4.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어김없이 나는 노트북을 힘겹게 열고 자판을 사각이며 내 글이 가장 자주 찾아오는 내 마음에 남을 글을 쓴다. 캄캄한 마음에 별처럼 떠있는 생각을 정리하고 은하수를 만들고 나면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걱정도 사라진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 내가 마음 속 한 켠이 불편한데도 내 일, 글을 쓰는 이유는 그 은하수 때문이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캄캄한 마음 속의 생각들을 펼쳐 눈에 보이는 은하수로 만들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그 은하수의 한줄기 빛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닿을 때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고 사랑이 되기 때문에 나는 글을 쓴다. 내 글이 인터넷만을 떠돌지 몰라도 나는 계속해서 쓰고, 그 글과 함께 여행할 것이다.


Voyager


여행자가 도시를 떠다니는 방법

방 안에서도 세계를 누비는 방법

I’m not an air Voyager

길이 필요없는 reality of virtual




두 번째 생각, '역사가와 작사가'



1. 역사와 음악의 공통점이 있다면 남겨놓은 기록을 통해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가와 작사가 모두 자신의 관점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이해시킬 글을 쓴다. 둘 모두 글쓰기의 대상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해야 될 뿐만 아니라, 그 글을 읽을 사람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글을 써야 한다.
 
2. 그러나 그 대상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해가 부재되어 남겨진 부분을 채워 넣는 것, 그 부분이 바로 역사가와 작사가가 계속해서 파고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상상력과 논리, 추론 등 가능한 모든 능력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3. 독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재미 혹은 어떤 목적을 위해서 알지만 ‘비워 놓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나의 그럴듯한 이야기는 활자를 통해,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 신호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 이야기를 자리 잡게 만들고 그 마음속에서 또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4. 가끔은 역사가, 작사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되어 전달되기도 한다. 사실 그 부분이 가장 재밌는 부분이다. 모두가 같은 생각과 마음으로 글을 받아들인다면 역사와 음악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는 정말 단조로운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5.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에 남길 만한 글을 쓰기는 둘 다 너무 어렵다.


작사가

너의 마음을 읽어볼게 

언뜻 보면 부족한 스토리

우린 서로 이해가 필요해

빈 부분은 네가 채워놓게


밤하늘의 구름 밑에 떠있는 별들은

언제나 새까매

난 그 화려한 색감에

어린시절 수채화를 기억하곤 해


너의 마음을 읽어볼게

네가 있어야만 완벽한 스토리

부족했잖아 서로를 이해

하는 유일한 방법은 뻔한데




세 번째 생각, 겨울과 봄



1. 길을 걷다 꽃 향기가 아른거린다. 봄이 아직 따뜻해지기 전, 겨울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날 떠나가지 말아달라고. 내게 말 걸어준 겨울에게 나는 손을 내밀어 보려한다. 아직 우리의 계절은 끝나지 않았다고, 끝나지 않았길 바란다고.
 
2. 이제는 날씨와 맞지 않아서 입을 수 없는 옷들을 옷장에 차곡차곡 쌓는 것처럼 지나간 계절을 떠나보낼 때도 아쉬움이 깊게 남는다. 다시 그 계절의 그 날씨가 되면 그 때가 떠오르겠지.
 
3. 예전에는 이별에 익숙하지 않았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처럼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평생 봄이 오지 않을 것처럼 이별에 힘들어했다.
 
4. 결론은, 물론 지금도 이별에 익숙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겨울과 봄

어느새 봄이 내 앞에

내게 말을 거는 겨울

아직 날 떠나가지 마

나는 손을 내밀어 보았다


비가 오는 어떤 날에

밤 공기를 헤치면서

땅을 적시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그날의 너를 기억하겠지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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