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The100dayproject, 나 자신에게 건네는 100일의 약속 -6주차 [문화전반]

Day 36 ~ Day 42
글 입력 2019.01.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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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100DayProject
#100daysofpracticing

지난 40일 동안 그린 그림을 합치면 지난 4년 내내 그린 것보다 많다. 사실 그림을 연습하는 게 목적이라고 해놓고 막상 올리려다 보니 예쁘게 나온 것들만 골라내고 있었는데, 그 탈락한 것들까지 하면 생각보다 더 많이 그렸다. 나는 그게 참 신기했다. 그림을 안 그리는 동안에도 내 머릿속의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림을 그렇게나 안 그렸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신기했다. 생각하는 것과 행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새삼스레 깨닫는다.



Day 36 : 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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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2일.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했다. 심지어 일기조차 쓰지 않았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오늘도 무언가 그려야 하긴 하는데...하며 고민을 시작했다. 새로 온 윤동주 다이어리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윤동주 시인이 그리고 싶어서 몇 장을 그렸는데, 눈매가 부리부리하게 나온 것이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 머릿속 윤동주 시인은 참 선한 인상인데, 왜 그리다보니 이렇게 날카로운 인상으로만 나오는지. 사실 어느정도 이유를 알고 있다.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서 관찰하고, 세심하게 그리기를 귀찮아하니 나오는 그림들도 하나같이 어딘가 맞지 않는 거다.

문득 지금껏 나름대로 다양한 방식의 그림을 그려봤으니, 그림보다는 색다른 도전이 하고 싶어졌다. 일종의 도피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다시 창작 자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다면 잠깐의 도피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마음 가는 대로 맡겨보기로 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게 목공풀이었다. 초등학교 시정 기억을 되살려서 요상한 시도를 해보았다. 목탄색연필의 심을 갈아서 목공풀 위에 뿌려보았는데, 하면서 실실 웃음이 나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내일은 색연필을 이용해서 조금 더 다채로운 그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Day 37 : LA LA 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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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3일. 카카오 페이지에서 크리스마스 특선으로 <라라랜드>를 보여줬다.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영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여전히 재미있고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슬프고, 주인공들의 대사가 나를 콕콕 찌르는 것 같기도 하다. 명장면 중 하나인 탭댄스 신을 그려보았다. 그린다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봤던 기법들을 총동원해 만들고 보니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든다.

며칠전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사장님께서 <라라랜드> OST를 틀어주셨던 게 생각났다.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 걸까? 잘 모르겠지만, 각자의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 세바스찬의 말이 맞다. 잠깐 머무를 수는 있지만, 완전한 종착역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으니. 할 일을 해내며 살다보면 꿈꾸던 풍경들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Day 38 :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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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5일. 동생의 추천으로 애니메이션 하나를 정주행했다. 피아니스트 소년과 바이올리니스트 소녀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었다. 만화에서 들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는 클래식 음악들이 센스있는 연출과 어우러져서, 정말 의외로 보기에도 듣기에도 좋은 애니메이션이었다. 연주 장면들은 모션캡쳐를 이용해 연출했다고 하는데, 정말 멋있었다. 피아노가 너무 멋있게 보여서 피아노를 그려보았다.



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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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처음에는 하루 빠지는 것도 아주 안 될 일 같아서 새벽 늦게라도 그리곤 했는데, 몇 번 은근슬쩍 빼먹고 나니 하루 건너뛰는 게 생각보다 쉽게 느껴진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쉽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도전을 계속하다보니 뿌듯한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고 어렵다.

1. 귀찮아서
2. 왠지 갈수록 실력이 늘어야만 할 것 같고, 지난 회차보다 잘 그린 그림을 내놓아야 할 것 같아서
3. 딱히 그리고 싶은 이미지가 없어서

그림을 그리기 싫은 이유들이 늘어만 간다. 나는 분명 그림 그리기가 좋아서 시작했고, 연습해서 더 성장하고 싶어서 이 도전을 시작했는데. 지금껏 그려온 기록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앞에 놓인 무의 공간을 보면 그 안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가 막막하다. 이 것도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지금의 이 고민도 내 성장의 일부분이다 생각하며 내버려두자니 한없이 쳐지는 것 같다. 그래도 나를 다독여서 무언가를 하자니 억지로 하는 것 같아 그것도 신경이 쓰인다.



Day 39 :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 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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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일러스트레이터 친구의 초대로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다녀왔다. 지금의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창의력 넘치는 곳이자, 온갖 다채로운 그림들이 있는 곳. 세상엔 정말 천재들로 가득하다는 걸 느끼고 온 하루였다. 사람이 공기만큼이나 가득해서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운 복잡함 속에서 어쩐지 응원과 위로를 받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림을 대하는 생각이 조금은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친구의 캐릭터를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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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페에서 산 크레용, 손애 잘 묻지 않고, 어떤 각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이 나오는 신기한 크레용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생각한 것보다 더 마음에 든다.



Day 40 : 유포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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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 놀랍게도 이번에 만나고 온 친구들도 백령 윈드 오케스트라의 인연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친구는 트럼펫, 같이 간 친구 두 명은 각각 유포늄과 클라리넷.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라지만, 참 신기하다. 그리움에 색이 있다면 어떤 색일까.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애정에 색이 있다면.

서울에 올라온 김에 같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던 선배를 만났다. 곧 생일인 그 선배를 위해 2015년 멤버들의 편지를 모아 앨범을 만들었다. 조용한 미소로 편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내 대학생활 중에 얻은 보물은 너희들"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 혹시나 괜한 일을 한 건 아닐까 조금 신경쓰이던 것들이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연말연시는 사람을 감상에 잠기게 만드는 것 같다. 내 몸통보다 큰 악기가 문득 그리워졌다.



Day 41 : 불안감 Insecu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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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0일. 언니와 같은 주제로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다. 첫 주제는 '불안감'.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 건가?
내가 틀렸다면?
나는 한참 부족한 것 같아.
내가 뭘 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겠어.

가끔 이런 의혹, 불안감이 나를 덮칠 때가 있다. 항상 밝거나 자신감 넘칠 수는 없으니까. 그림이 안 그려지거나 공부가 안 되거나, 그냥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자체가 의심이 될 때. 발 밑에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 불안감이 나를 집어삼킨다.

그 때 할 수 있는 건 그대로 그 감정의 출구까지 걷는 것. 좋은 때가 있으면 힘든 때도 있는 법이니까.



Day 42 : 맨디 하비 Mandy Ha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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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feel the way I used to.
The sky is grey much more than it is blue.
But I know one day I'll get through.
And I'll take my place again.
If I would try. So I will try.

12월 31일. TV 대신 유튜브에 빠진 후로 AGT(아메리카 갓 탤런트)와 BGT(브리튼즈 갓 탤런트)의 골든버저 영상들을 많이 보는데, 주로 AGT에 내가 좋아하는 능력자들이 많다. 맨디는 그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고 영감을 주는 싱어송라이터다. 목소리가 정말 예쁘다.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들었던 시절의 기억과 비주얼 튜너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믿고 노래한다는 맨디.

2018년의 마지막날에도 변함없이 휴대폰을 가까이하고 할 일을 미루었다. 맨디의 첫 오디션 영상을 여러번 보고 또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새해에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42일차를 지나며


그림 그리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어떻게 변화되어가는지 요새는 잘 모르겠다. 실컷 그리고 나니 시들해졌다기에는 원없이 그리지 못했다. 그냥 또다시 지레 겁먹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루하루 오늘은 뭘 그려야 하지 하는 고민이 아니라, 정말 내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를 모르겠다. 진지한 고민을 할 때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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