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광해와 사도세자와 양만춘을 만드는 사람들 [전시]

아라아트센터, <영화의 얼굴창조 展>
글 입력 2019.01.2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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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왓슨. 엠마왓...슨...?


‘우와, CG 쩐다!’ 필자가 영화 <신과 함께>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아마 많은 분들께서 필자와 유사하게 생각하셨을 듯하다. CG가 많이 사용된 영화, 대표적으로 판타지나 SF 장르의 영화를 볼 때 우리는 CG의 수준에 대해 이런 저런 담론을 벌이곤 한다. CG가 진짜 정교하더라, 혹은 CG가 너무 티 나더라, 등등 말이다.

헌데 묻고 싶다. ‘우와, CG 쩐다!’가 아닌 ‘우와, 분장 쩐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 분장기술의 수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적 있으신가. 솔직히, 필자는 없다. 그만큼 분장은 일반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영역이다. 아니, 이미 너무나 친숙하지만 그저 눈치를 채지 못할 뿐인 영역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배우가 분장 아티스트에게 ‘나’를 맡긴 다는 것은 영화 속 인물이 되기 전 나를 버리고 영화 속 ‘나’로 다시 창조되는 것이다.


사진출처 ⓒ (광해, 왕이 된 남자_조태희)영화의 얼굴창조전.JPG
 

분장의 결과물은 티가 잘 안 난다. 아니, 나면 안 된다. 뒤주에 갇혀 죽어가는 사도세자가 사실은 어이없어하던 배우 유아인이라는 것이 티가 나면 안 되고, ‘내게는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곱절 천곱절 더 중요하다’던 광해가 사실은 ‘나한테 왜 그랬’냐며 불각목을 휘두르던 배우 이병헌이라는 사실이 탄로 나면 안 된다.

관객이 유아인을 사도로, 이병헌을 광해로, 송강호를 영조로, 조인성을 양만춘으로 인식하고 온전히 감정이입 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인간에서 한 명의 캐릭터로 넘어가며 발생한 변태의 흔적이 보이면 안 된다.

한 마디로 분장이라는 것은, 한 명의 배우를 그의 전작 캐릭터들과 2019년의 세상으로부터 떼어내 온전히 그 배경, 그 상황에 살게 하도록 만드는 고도의 영화 기술이다. 단순 메이크업을 넘어 주름과 상처를 만들고, 비녀와 가발을 씌워 하나의 캐릭터를 시각적으로 창조해내는 작업인 것이다.

결국 분장은 가장 잘 보이기에 가장 잘 안 보여야 하는 작업이다.


사진출처ⓒ (역린 한지민  봉황비녀, 첩지)영화의 얼굴창조전 (1).jpg
 

영화 속 한 인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특수 가발은 물론 수염, 장신구, 분장도구들까지, 단순한 메이크업이 아닌 캐릭터를 완성시키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기에 우리는 그의 작품으로 인해 그의 이름보다 그가 만든 캐릭터로 더 익숙하다.


‘영화의 얼굴 창조展’은 <광해>부터 <사도>, <안시성> 등 사극뿐만 아니라 <변산>, <완벽한 타인> 등의 현대극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의 작업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사실적으로 메워낸 분장감독 조태희의 전시이다. 국내 최초의 분장콘텐츠 전시로서 영화를 보면서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교묘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변화의 흔적들이 비로소 대중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_BJH8174.jpg
 

‘분장’이란 기술이 영화 한 편에서 얼마나 크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 알려주고 싶었다는 조태희 감독. 그의 작품을 스크린에서 벗어나 실물로 직접 만나 그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17년 노하우를 직접 목격하게 된다.


가장 좋은 CG는 ‘했는지조차 몰랐던 CG’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가장 좋은 분장 역시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분장’일 것이다. 관객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뽐내지 않고 묵묵하게 자리를 지켜준 분장 아티스트들. 전시장을 나설 때는 그들의 숨은 프로 의식에 마음껏 박수쳐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얼굴창조展
- 한국 영화 분장의 방대한 기록 -


일자 : 2018.12.29 ~ 2019.04.23

시간
11:00~20:00 (19:00 입장마감)

*
연중무휴

장소
아라아트센터 B1~B4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초중고교생 10,000원
(미취학아동 무료입장)

주최
㈜하늘분장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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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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