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음식을 먹는다는 것 [문화전반]

글 입력 2019.02.0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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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오랫동안 머무를 때면 항상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한국에 가면 먹을 음식 리스트 만들기’와 ‘한국음식점 찾기’, 이 두가지다. 평소 음식을 가리는 편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 적응하고, 잘 먹고, 건강히 잘 지낼것이라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끝없이 한식을 그리워헀다.


*

 

해외를 나가면 한 명 이상은 꼭 음식으로 인해 고생한다. 처음에는 평소에는 내색하지 않다가 폭발하듯 "더 이상 못 먹겠어!"라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해외에 도착한 날부터 한식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캐나다에서 홈스테이를 하던 시절, 음식을 가리지는 않았지만, 일주일이 지나자 김치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김치가 있어도 잘 먹지 않았는데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듯 일자일만에 김치가 그리워졌다. 그리고 김치만큼 따뜻한 흰 쌀밥이 그리웠다. 홈스테이 가족들은 나를 위해 쌀을 사와 밥을 해주었지만, 그 쌀밥은 내가 원하던 한국의 맛이 아닌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먹는 안남미였다. 후 불면 날아갈 것같은 목으로 넘어가지 않고 계속 입안에서 맴돌았다. 한국에서는 매끼 당연하게 먹었던 쌀밥은 타국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음식이 된 것이다.


해외에서 잘 적응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생각도 들었지만 식사시간만 되면 한국이 그리워졌다. 나를 생각해 항상 정성스럽게 저녁을 차려줬던 홈맘의 음식은 항상 감사했지만 그럼에도 식사시간이면 한국과 한식을 잊을 수가 없었다. 외국에 나가면 음식때문에 고생하던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던 홈스테이도 밥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점점 식사량이 주는 내 모습을 보며 홈맘이 걱정이 되었는지 나를 위해 한식을 준비해주었다.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한식을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나를 위해 김치를 사다주었고, 식사시간마다 흰 쌀밥을 준비해 주었다. 안남미로 시작됐던 쌀 밥은 홈맘이 아시아마트를 뒤져가며 사온 다양한 나라의 쌀들로 한국의 밥을 만들기 위한 여러 시도 끝에 가장 한국쌀과 비슷한 쌀을 찾을 수 있었다. 일명 "sticky rice"를 찾게 된 것이다. 김치와 흰 쌀밥이 함께하기 시작한 후로 식욕을 되찾아 어떠한 음식이든 잘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식사시간마다 한국을 그리워했던 향수병도 점차 사라졌다.




음식은 문화의 덩어리




무엇보다도 우리가 몸서리치게 그리워한 것은 음식이었다. 먹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체득한 ‘문화의 덩어리’를 삼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희로애락을 나눴던 시간과 그 시간 속에 스며있는 기억과 정서를, 그리고 있는 줄도 몰랐던 무의식의 습관까지 삼키는 일이었다.


- 도서 <엄마니까> p.74



그렇다면 고향을 떠나면 집과 가족을 포함한 많은 것들을 그리워하지만 유독 음식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책 <엄마니까> 작가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음식은 그저 먹기 위한 것이 아닌 ‘문화의 덩어리’이기 때문 아닐까?


우리가 지금까지 먹어온 음식은 우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있다. 음식은 그 나라의 기후와 지리적인 특성 등에 따라 재료부터 조리방식까지 달라지며 그 나라의 특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음식은 문화의 집약체이자 덩어리라 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 문화의 덩어리를 태어나서부터 체득하게 된다. 그렇기에 낯선 곳에서 적응해나가는 과정 중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계속 먹었을 때 더욱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과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태어나 어떠한 음식을 먹으며 컸는가에 따라 음식에 대한 거부감과 친금감이 정해진다고 한다. 그렇기에 나이가 든 뒤 처음 접하는 음식을 먹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아무리 외국에 오랜시간 지낸다고 해도 조국의 음식을 잊기는 힘들 것이다. 거기에 음식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더해진다며 더더욱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낯섦에 익숙해진다. 처음에는 전혀 먹을 수 없을것만 같던 식재료나 음식도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해지며 때론 즐겨먹는 음식이 되어있기도 한다. 희로애락을 나눴던 시간과 그 시간 속에 스며있는 기억과 정서를, 그리고 있는 줄도 몰랐던 무의식의 습관까지 함께 삼켜 우리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은 그저 입을 통해 음식물을 먹는 것만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문화와 환경과 같은 모든 것들이 압축되어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밥 한 숟가락에 모여있는 오늘을 한 입에 넣어 내 몸 속에 기억시킨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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