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가정, 그리고 국가의 이야기 [영화]

독립영화 상영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버블 패밀리>를 만나다.
글 입력 2019.01.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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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립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 
늘 새롭고 신선한 독립영화를 관객 여러분께 선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역사가 응집되어 있는 그 곳, 종로. 서울극장 건물에 함께 있는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를 만났다.

영화의 내용을 쉽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의 가족은 한때 잘 살았다. 부동산으로 돈을 왕창 벌었기 때문이다. 헌데 IMF가 터졌다. 나라도 망했고 집도 망했다. 그 여파는 현재까지 남아 허름한 빌라에서 세 가족과 고양이 한 마리가 힘겹게 모여 살고 있지만 주인공의 부모님은 재기를 위해 여전히 부동산만 기웃거리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런 부모님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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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서 우리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 엄마 역시 부동산을 좋아(?)하신다. 한때 부동산으로 돈을 벌기 위해 여기저기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니셨다. 하지만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엄마는 스트레스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도 하셨고, 밤잠을 설치기도 하셨다. 그 시절의 엄마는 한 마디로 날선 바늘 같았다! 그리고 그 결과. 엄마는 꽤 많은 수익을 남기셨다. 짜잔- 이상으로 엄마의 성공 신화였다.

그 시절 나는 엄마가 그렇게 괴로워하면서까지 부동산에 목숨을 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나가서 알바를 하는 것이 속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부동산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떳떳하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되지 않았고, 앉아서 돈을 벌고자 하는 놀부 심보라고 생각도 했다. 경제력을 가진 기성세대의 욕심 때문에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세대가 집을 얻기 힘든 것이라고 생각했고, 해서 부모님의 행위를 지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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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모님 역시 어쩔 수 없었겠다-는 생각이 영화를 본 후 들었다. 두 자녀의 대학 학비만으로도 3달에 600-700만원 가까이가 들어간다. 거기에 가족의 생활비, 집 관리비,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양하는 데 들어가는 돈에다가 부모님의 노후 준비 비용까지 합한다면 아빠 한 명이 벌어오는 돈으로는 정말 택도 없었다. 애초에 엄마가, 그것도 오랫동안 경력이 단절되어 있던 여성이 어디 나가 알바라도 뛴다고 해서 충당할 수 있는 액수 자체가 아니었다. 답은 부동산밖에 없었다.

결국 부모님은 앉아서 돈을 벌겠다는 놀부 심보로 부동산을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부동산이 당장 필요한 목돈을 벌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 참여 GV가 이어졌다. GV 도중 나왔던 말 한마디가 내가 이 작품에서 느낀 여러 가지 생각을 함축하고 있었다.

“거품경제와 IMF로 인한 후유증을 한 가정이 오롯이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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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국민 개개인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굳이 따지자면 국가의 재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관련 부서들과, 잘못된 상황판단을 한 소수의 고위 공직자들에게 책임이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국민 개개인의 탓이 아닌 나라와 상황의 잘못인 것이다. 헌데 한국은 나라와 상황의 잘못으로 인해 불어난 국민의 짐을 함께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 보호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모순이 있는 처사였다.

영화 속 감독의 내레이션처럼 ‘우리는 경제의 흐름에 이리저리 휩쓸릴 수밖에 없다.’ IMF 사태 당시를 비롯해 장기적인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지금까지, 국민 개개인은 거대한 경제의 흐름에 별 수 없이 휩쓸려왔다. 상황이 이런데 도와주는 이는 없고 일단 살아남긴 해야겠으니, 그리고 기왕 사는 거 조금이라도 잘 살아보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부려보고 싶으니 손을 대는 것이 부동산이다.

결국 문제는 부동산을 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넉넉하게 살고 싶으면 부동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재기를 위해 부동산을 기웃거리는 주인공 부모님의 모습이 우습고 답답하면서도 마냥 우스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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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 가정의 역사를 통해 국가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짚어낸다. 감독님께서는 GV때 ‘미시사를 통해 거시사를 볼 수 있도록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말씀하셨다. 말씀드리자면, 그 기획의 목표는 명확히 달성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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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마민지

- 출연: 노해숙, 마풍락, 마민지

- 제작: 쌍마픽처스

- 공동제작: 나파필름즈

- 국내 배급/홍보마케팅: 무브먼트

- 해외 배급: 시소픽쳐스

- 개봉: 2018년 12월 20일

- 등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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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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