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읽히지 않는 책과 읽히지 않는 인생 [공연예술]

뮤지컬 <호프>
글 입력 2019.01.20 21:4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월 17일에 관람하였으며 스포 있습니다.


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는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


호프 포스터.jpg
 


뮤지컬 호프와 카프카 원고

뮤지컬 <호프>는 소설가 카프카 원고 반환 소송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카프카는 친구 막스에게 모든 원고를 태워달라고 유언했지만, 막스는 카프카 글을 세상에 알렸다. 남은 원고를 막스 비서인 에스더에게 주면서 학술기관에 증여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에스더는 이를 어기고 딸에게 유산을 남겼고 이후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주인공 호프도 요제프 클라인의 미발표 원고의 소유권을 두고 이스라엘 국립도서관과 오랜 재판을 하고 있다. 호프는 '이 동네 미친 여자'라고 불리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녀에게 말한다. "관심받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 마세요" 뮤지컬 <호프>는 재판의 결과에 중심을 두지 않고, 왜 오랜 소송을 할 수밖에 없는지 호프와 그녀의 엄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유언을 어겼으니 잘못된 거라고 말하는 사이에서도 뮤지컬 <호프>는 왜 그랬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그녀의 삶

"들어주면 되잖아요"

호프가 지난 자기가 겪은 고통을 말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감정을 잘 표현해내어 그녀의 삶을 공감했고 안타까웠다. 듣지 않았을 땐 몰랐지만 그녀의 삶을 알게 되고 그녀의 삶을 들어보니 그녀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소유권을 두고 싸우고 있는 이 원고는 엄마가 전쟁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인 베르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지킨 원고다. 원고를 맡기면서 베르트가 함께 고향으로 돌아오자며 약속했기 때문에. 당시 어딘가로 떠나자는 엄마의 말에 마냥 신났던 어린아이 호프는 자신이 아닌 원고만 보는 엄마가 서운했지만 표현하지 않았다. 호프가 어른이 될 때까지 엄마는 원고를 품에 두기만 했다. 오랜 시간이 흘러 엄마와 베르트를 다시 만났지만 베르트는 결혼했다며 그녀에게 잘 살라고 말했다. 힘들게 원고를 지켜온 엄마를 알기 때문에 호프는 그 상황이 속상하지만 엄마는 호프를 밀어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고향에 가고 싶었는데, 이제 돌아갈 곳마저 없어졌다. 엄마는 전쟁과 사랑에 상처 받으니 오히려 원고를 더 놓을 수 없게 된다.

"그 돈이면 우리 모두 행복해질 수 있어"

호프는 우연히 골목에서 카텔을 만났다. 그도 전쟁 속에서 부모님을 잃었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총으로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원고를 카텔에게 말하자 카텔은 요제프 클라인 작품이 재평가되면서 원고의 값이 올랐다며 경매에 판매하자고 한다. 행복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경매장에 갔지만, 행복해지고 싶다는 그녀의 희망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으면서 끝난다. 원고 때문에 어린 시절이 힘들었는데 어른이 돼서도 원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엄마처럼 되어가고 있어"

모든 것이 원고 때문에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 호프는 원고가 없어도 호프 자체로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엄마 곁을 떠난다. 훗날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호프는 엄마 품이 가장 따뜻했다는 걸 알게 된다. 엄마의 유언과 원고를 보며 호프는 죄책감에 어두운 곳에서 혼자 살면서 원고에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호프는 살기 위해 원고를 지켰고, 살기 위해 원고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돈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엄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무도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며 원고 소유권만 궁금해했다. K는 호프의 아픔을 누구보다다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다. 중간부터 느낄 수 있지만 K는 호프가 만들어낸 원고다. 호프는 자신을 스스로 가두면서도 스스로의 아픔을 들어주길 바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지막에 K는 호프에게 말한다. "늦지 않았어, 이제 네 이야기로 네 인생을 만들어" 호프가 이번엔 정말 자신에게서 벗어나 진짜 인생을 살기를 응원한다.



이제 곧 알게 될 희망

"희망? 그딴 거 배운 적 없어서 몰라"

겉으로 보이는 결과와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가 사람들을 울렸다. 호프는 힘들었다고 수없이 말하고 싶었지만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질타받으며 오랜 시간 동안 재판을 이어왔다. 재판이 끝나 원고의 소유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그동안 원고를 지켰던 엄마도 자신도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릴까 봐 두려워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신을 인정하고 싶어서 원고를 지키려 했다. 희망을 배운 적이 없다는 그녀는 마음의 벽을 만들어 혼자만의 세상에서 갇혀 살았다. 마지막에 그녀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을 때 눈물이 나왔다. 드디어 벗어났구나. 이제 무거웠던 마음을 내려놓고 드디어 희망을 알게 되겠구나.

호프의 삶에서 우리 모습도 볼 수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면서 현재의 행복보다 이 경쟁에 뒤쳐져선 안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을. 아마 호프의 삶에서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더 슬펐던 것일지도 모른다. 방향을 잃은 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매번 고민하는 내 모습을.



<호프> 정보

뮤지컬 <호프>는 1월 20일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올리고, 3월 28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다시 공연을 진행한다. 많은 사람들이 <호프>를 봤으면 좋겠다. 우리도 버리지 못하는 원고를 꺼낼 수 있길 바라며.



송다혜.jpg
 

[송다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33165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5.11, 22시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