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리가 부자가 되려면, 영화 '버블 패밀리' [영화]

이러나 저러나 부동산뿐?
글 입력 2019.01.2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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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영화를 극장에서 본 기억이 많지 않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독립영화 자체가 적어서가 하나요, 주어지는 정보가 적다보니 관심 가진 일도 적기 때문이 둘이요, 보려고 해도 상영하는 영화관이 적기 때문이 셋이요, 그나마 가까운 영화관도 하루에 한두편만, 그것도 조조나 심야로 극단적인 시간차를 보이기 때문이 넷이었다.


그래서 아트인사이트에서 최초의 독립 영화 전용 상영관인 인디스페이스를 소개했을 때 무척 반가웠다. 우선은 덕분에 독립영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서 였다. 독립 영화를 전용으로 상영하는 이 특별한 장소를 나처럼 이곳을 몰랐던 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이유였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앞으로 상영될, 어쩌면 넓은 스크린 위에 안착할 기회를 잡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영화들이 기다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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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영원히 부자일 거 같던 우리 집은, 망했다.


순식간에 고층 건물이 올라가던 1980년대, 소규모 건설업, 소위 '집장사'를 하던 나의 부모님은 도시 개발의 붐을 타고 '중산층'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모든 것이 거품처럼 사라졌다. 한 방 터뜨려 재기하겠다는 부모님은 15년 째 월세 집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대책 없는 부모님이 미웠던 나는 집을 떠났다.


순식간에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2010년대, 어느 날, 비가 새는 월셋집에 살던 내게 부모님의 월셋집이 원룸으로 재건축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오고 노심초사하는 나와 달리 부모님은 기약 없어 보이는 부동산 투자에만 관심을 보인다.


거품이 꺼져도 결코 지지 않는 욕망의 도시 서울 잠실의 아파트 왕국에서 무너지는 월셋집까지 마가네 세 식구의 롤러코스터 같은 거주기가 펼쳐진다!


*


영화 '버블 패밀리'는 마민지 감독과 그의 가족들이 직접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 14회 EBS 국제 다큐 영화제에서 국내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급속한 경제적 변화들을 겪었던 한국의 부동산 시장 아래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을 한 가족의 역사를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보여준다. 감독의 나레이션과 부모님과의 인터뷰 식 대화, 옛날 방송 영상과 지도, 사진, 홈비디오 등이 적절하게 삽입되어 시대적 상황 이해를 도왔다.


수많은 변화를 겪으며 우리 역사가 앞으로만 흘러왔듯,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 안에 타고 있는 감독은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는 것. 전문 배우나 성우가 아닌게 티가 나는 다소 딱딱한 감독의 나레이션은 이 영화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인식시킨다. 이제는 소싯적 무용담 같이만 느껴지는 부모님의 찬란했던 성공기가 지나가고, 남은 것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미련 혹은 희망 뿐인 집에서 나왔던 마감독. 그는 결국 가진 부동산이 없기 때문에 나가는 월세가 부담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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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호황기 속에 건설사를 운영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던 집안은 IMF라는 바늘이 버블을 터트려버린 후 땅바닥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는 그 길을 쳐다도 안볼 만도 한데, 부모님은 여전히 부동산 투자를 통한 재기를 꿈꾼다. 당장 전세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데다 빚이 있고 좋은 투자 정보를 알아도 막상 땅 살 목돈이 없는 처지에 이는 너무 허황되어 보인다. 딸은 그런 부모가 그저 답답하다.


하지만 막상 어머니가 마련해 놓은 자신의 이름으로 된 땅을 밟아보며 어딘가 안도감을 느끼는 마감독의 모습은 부동산 버블이 꺼져버린 현재도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대박이나 로또 당첨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나 역시도 영화를 보며 혹시 우리 부모님은 나를 위해 사놓은 땅이 없으신가 생각했으니 말이다. 허황되고 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데, 그 길이 없는 사람이 부자가 되기 위한 몇 안되는 방법 중 하나라는 현실. 이런 상황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것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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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 장면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저 넓은 서울 땅에 나 한 몸 누울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되새김질했다.



[박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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