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KY캐슬, 뒤집기를 통한 바로잡기 [문화 전반]

드라마 'SKY캐슬' 리뷰
글 입력 2019.01.1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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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SKY캐슬’ 열풍이다. JTBC 사상 최고 시청률을 매번 갱신하는 것은 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만 되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 밤 11시, 결코 황금시간대라고 할 수 없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시, 뻔하지만 자극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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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상류층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주택인 ‘SKY캐슬’. 의대 교수, 법대 교수 등 화려한 직함을 달고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자랑하는 그들 사이의 최고 화젯거리는 늘 자녀의 대학입시다. 그들의 목표는 자녀가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는 것, 단 하나다. 먼저 서울 의대에 합격한 학생의 포트폴리오를 얻어내기 위해 파티를 열기도 하고, 최고의 입시 코디네이터라고 소문 난 선생님에게는 아파트 한 채 값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기도 한다. 과연 이런 행동들이 ‘유난’이고 ‘별 짓’일까? 유난이라는 남편의 말에, 주인공 ‘서진’은 이렇게 답한다.

“해야 붙어요. 해야. 해야 붙는다고요.”

입시, 정말 좋은 이야깃거리다. 이 과열 경쟁 사회를 단적으로, 그리고 그 무엇보다 단순하고 자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마 저렇겠어?’라는 반응보다, ‘저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겠다.’라는 반응이 다수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쉬운 소재인 만큼 어려운 소재이기도 하다. 자칫 잘못하다간 너무나 뻔한 교육 드라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러 번 사용된 소재기 때문에 전달할 만한 메시지도 단순해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입시를 단순하게 다루지 않는다. 모든 에피소드, 모든 스토리의 중심에는 늘 입시가 버티고 서 있다. 즉 단순히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소재 정도로 소비하지 않고, 입시 경쟁으로 파생되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꼬집으며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가정과 사회를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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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KY캐슬’에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모든 스토리의 주역이 여성, 그것도 ‘아줌마’라는 점이다. 자녀 캐릭터 중에서도 주된 스토리를 담당하는 캐릭터는 모두 여성이다. 물론 입시를 다루는 대다수의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주역은 엄마들이었다. 아이의 대학입시에만 눈이 먼 채 극성스럽게 아이를 닦달하다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든지, 아이를 위해서 눈물을 퐁퐁 쏟으며 자신을 희생한다든지 하는 모습들을 주로 비추었다. 그러나 ‘SKY캐슬’은 다르다. 이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대학은 중요치 않다’가 아니다. 적어도 이 작품 내에서 대학은 중요하다. 몹시 중요하다. 그렇기에 엄마들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을 보내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된 부모들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남편의 사회생활보다도 내 아이의 중간고사 성적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러한 장면을 절대 웃음거리로 소비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한 번 의문을 가져보자. 가정은 어째서 사회가 될 수 없는가? 왜 엄마들 사이의 네트워크와 소통은 사회생활이 아니라 티타임인가? 왜 아빠들의 비겁한 줄타기와 아부는 사회생활인데, 엄마들의 경쟁과 상부상조는 사회생활이 될 수 없는가? 이 작품에서 아빠들의 역할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들의 ‘사회생활’이 나오는 장면은 오히려 희화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엄마들의 네트워킹은 다르다. 누구와 밥을 먹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언제 전화를 하며 무슨 정보를 어디까지 나누는지 등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뼈가 실려 있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의문을 가져 보자. 가정은 사회생활이 될 수 없는가? 그렇다면 ‘SKY캐슬’ 속 엄마들의 네트워킹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작품의 매력은 이곳에서 나온다. 엄마들이 중심이 되고 가정이 중심이 되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충분히 진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왜 그들은 서울 의대에 목숨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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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비단 입시뿐이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표면적으로는 과잉 경쟁, 입시 비리 등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사회 전체를 비판하고 있다.

작품을 찬찬히 따라 가다보면 한 가지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왜 저들은 저렇게 서울 의대에 집착하는가?” 자녀가 더 좋은 환경에서, 아니, 내가 사는 만큼이라도 살게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서진’의 말로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가정이 붕괴되는 와중에도 명문대를 포기하지 못하는 부모들을 보다보면 또 고개가 갸웃해진다. 질문을 조금 더 넓혀 보자. “왜 우리 엄마는 내 대학, 내 취업에 이렇게나 집착할까?”

작품 속에는 다양한 엄마들이 나온다. 그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은 ‘승혜’다. 불문과를 졸업해 박사 학위를 수료했지만 아이들의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박사 과정 졸업은 포기한 인물이다. 그녀의 자녀가 허위로 대학을 다니는 척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한다.

“내 인생이 빈껍데기 같아요.”

주인공 ‘서진’도 경력단절 여성이다. 입시 코디네이터 ‘주영’은 워킹맘 자녀의 코디는 일절 거절한다. 이쯤에서 다른 의문을 가져 보자. “왜 엄마는 일할 수 없을까?”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소위 ‘배운 여성’이다. 그러나 본인의 능력을 직업적으로 발휘하여 경제적 보상을 받는 남성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결국 배운 여성들이 가정 안에 들어가게 되면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자녀 교육에 투자하고, 자녀의 경제적 성공을 보상으로 삼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엄마들의 집착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미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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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는 절대악도, 절대선도 없다. 모두가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헌신적이다. 작품이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청자는 어느 한 명에만 이입해서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를 따라간다. 각 캐릭터가 본인의 서사를 개연성 있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작품 전체의 힘이 강하다. 그리고 작품이 가진 메시지도 무겁다. 무거운 메시지를 단순하게 전달하지 않고 극적인 장치들을 이용해 아주 강렬하게 내던진다. 서사에 주제의식이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좋은 부모란 어떤 부모일까. 자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 해주는 부모? 자녀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부모? 성공과 행복은 과연 다른 말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하다면 애초에 이런 작품이 나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누굴 탓하랴. “해야 붙는” 세상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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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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