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필름카메라의 매력 탐구하기. [기타]

글 입력 2019.01.20 00: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필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디지털 카메라가 막 출시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장에 나왔던 디지털 카메라들은 스마트폰 카메라에 익숙해져 있을 요즘 친구들이 보면 ‘이걸로 사진이 찍히긴 찍혀요?’ 할 법한 모습들이었다. 요즘 나오는 아이폰 두께의 서너 배는 족히 되는 두께에, 무게도 보통 무게가 아니었으니까.

비록 지금의 형태와는 좀 다르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출시되기 이전 혹은 출시 초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름 카메라를 썼다. 필자 역시 유치원 소풍날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된, 스물 일곱 컷 짜리 코닥 카메라를 챙겨갔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집집마다 현상한 사진을 부착하고 얇은 비닐로 덮어 놓는 두꺼운 사진 앨범도 있었다. 지금처럼 사진을 핸드폰 갤러리에 저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메라 시장에서 필름 카메라의 점유율은 점점 떨어졌다.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필름 값, 현상 값이 들 수밖에 없는 필름 카메라보다는 디지털 카메라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결국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에게 자리를 내어줬고, 두꺼운 사진 앨범의 자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갤러리가 대신하게 됐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그 기능이 확장되며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은 스마트폰의 기본 기능이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든 사진 촬영이 가능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스마트폰처럼 편한 촬영 기기가 있는 요즘 세상에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이렇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필자가 그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필름 카메라의 어떤 점에 사로잡히게 되었는지, 오늘은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아주 간단히 소개해 보려고 한다.


KakaoTalk_20190112_034903797.jpg
필름 카메라에 익선동 풍경을 담아봤다.


필름 카메라의 매력은 일단, 컷 수가 정해져 있다는 것에서 온다. 이것은 디지털 카메라와 필름 카메라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필름 카메라는 필름이 스물 네 컷 짜리면 스물 네 컷, 서른 여섯 컷 짜리 필름이면 서른 여섯 컷만 찍을 수 있다. 하프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컷 수의 두 배로 찍을 수 있지만, 어찌됐든 그 수가 유한하다. 디지털 카메라도 메모리에 따라 컷 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찍은 사진을 삭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름 카메라와 엄연히 다르다.

컷 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은, 사용자가 사진을 찍을 때 그만큼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면으로 찍은 사진을 돌려보며 삭제하거나 마음에 드는 사진만 골라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용자는 소중한 순간,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 정말 마음에 드는 순간에 셔터를 누르게 된다. 촬영과 삭제가 자유로운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순간을 사진 속에 ‘가둔다’는 느낌보다는 흘러가도록 두는 느낌이 더 강한 반면, 필름 카메라는 정말 소중한 순간을 추려내, 추억을 사진 속에 가두어 두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 필름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는 늘 진지해야 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사진을 찍을 때 꼭 신중하지 않더라도 결과물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었다면 백 프로 삭제했을 사진도, 막상 필름 카메라로 찍어 현상 해 보면 그만의 매력이 있다. 사진 한쪽 귀퉁이에 내 손가락이 빼꼼 찍힌 사진도 귀엽게 느껴진다. 필름 카메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는 즐거움을 담는다. 이처럼, 정해진 컷 수와 삭제 불가능한 특성은 필름 카메라를 아주 매력적으로 만든다.

더불어,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처럼 여러 필터들을 제공하지 않는다. 어떤 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필름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디지털 카메라보다 투박하고 어딘가 촌스러운 감성을 지울 수가 없다. 요즘 카메라 어플에서 필름 카메라의 느낌을 내는 필터를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디지털은 도저히 이 감성을 흉내낼 수 없는 것 같다. 약간 빛이 바랜 듯한 느낌, 전체적으로 색이 좀 진하게 입혀진 느낌, 특정 색감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느낌 등 필름 사진이 주는 그 감성들이 디지털에서는 잘 다가오지 않는다. 필름 자체가 표현하는 색채와 빛이 오묘하게 만나는 그 순간이 만들어내는 느낌은, 오직 필름 카메라에서만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 카메라와 다른 매력 포인트를 갖고 있다. 아직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본 적 없는 사람, 혹은 어플 필터로만 필름 카메라 감성을 느끼고 있는 사람에게, 필름 카메라 사용을 적극 추천한다. 잊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핸드폰 갤러리가 아닌, 필름에 저장해 보는 즐거운 경험을 모두가 한 번쯤 해 보았으면 좋겠다. 필름 한 롤을 다 찍기도 전에, 감성 포토그래퍼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보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