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9화: 대한민국은 지금, 금수저 혐오증?

골목식당 피자집이 욕을 먹는 진짜 이유
글 입력 2019.01.12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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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파동 피자집 사장이 해당 매장 건물주인의 자제라는 사실은 물증은 나왔으나 아직 공식 입장은 표명이되지 않은 ‘의혹’에 불과합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편의를 위해 기정사실처럼 기재함을 밝힙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청파동 피자집이 난리다. 음식에 대해 컴플레인을 걸자 ‘그건 개인 취향’이라고 말하거나 ‘먹어보지도 않고 그러느냐’며 도리어 핀잔을 주는 사장의 응대 태도는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뭐, 서비스직 종사자라고 마냥 웃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이해해보려고 했으나 생각해보니 저 분은 ‘사장’이었다. 알바도 아닌 사장 말이다. 업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책임지며 사장‘님’ 호칭을 듣는 사람으로서 청파동 피자집 사장의 태도는 분명 미숙했다.

그 결과, 모두들 아시다시피 이 분은 현재 먼지 나게(?) 털리고 있다. 시청자들은 ‘솔루션을 중단하지 않으면 안 보겠다.’, ‘기본도 안 된 인간한테 왜 도움을 주냐’며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분이 이토록 극심하게 까이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 분이 ‘건물주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9화: 대한민국은 지금, 금수저 혐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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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비판을 받는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불친절함’이다. 손님을 40분 가까이 기다리게 해놓고 대접하는 음식은 국물이 눌어붙은 정체불명 닭국수이고, 매장이 춥다는 손님에게 주방 안쪽은 덥다며 대꾸하는 태도는 분명 분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남기실래요, 그냥?’은 2019년 새해를 강타한 최고의 명대사 중 하나가 될 것이라 예상해본다. 이 분의 태도가 사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것은 ‘백종원ficial’의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에 불친절한 사장은 많고도 많다. 필자 역시 불친절한 서비스로 인해 기분이 상했던 적이 종종 있으며 피자집 사장에게 분노를 표했던 많은 시청자 분들께서도 다른 불친절한 사장을 한번쯤은 만나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자집 사장에게서 더욱 큰 불쾌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본인이 열심히 해보겠다며 프로그램에 신청해놓고선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일까?

다음은 1월 7일, 피자집 사장 황호준 씨께서 본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표명한 입장의 일부이다.


안녕하세요.

이번 골목식당 청파동 편에 출연 중인 황호준입니다. 우선 최근 방영되었던 회차에서 손님 응대와 업장의 위생 상태가 미흡하였던 점에 대하여 시청자 여러분에게 먼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

개업한지 석 달이 채 안되었을 때 촬영 섭외가 들어와서 여러 가지 면에서 서투른 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점에 대하여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하 생략)


이 글에서도 볼 수 있듯 피자집의 사장은 ‘들어온 섭외에 응한 것’이다. 즉 우리 매장 대박 나게 해달라며 사장이 먼저 프로그램의 제작진 측에 연락을 한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먼저 섭외를 요청한 것이다.

물론 사장이 이에 응했으며, 여기에는 열심히 해보겠다는 제작진과의 암묵적인 약속이 전제가 되어 있었을 테니 방송에서 비춰진 사장의 불성실한 태도는 분명 그의 잘못이다. 다만 단순히 불성실함 때문이라기에는 시청자들의 분노가 너무 거세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장사도 잘 안 되는데도 열심히 해 보려는 의지마저 없는 사장이 나온다면 뭔 저런 사람이 다 있냐며 한번 꿍얼대주고는 그저 그 매장을 찾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대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가해진다는 것은 분명 분노의 배후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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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청파동 피자집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일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잘 하고 싶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영세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헌데 피자집 사장은 잘하고 마음도 딱히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영세 상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장인만큼 이 틈을 건물주의 아들이 비집고 들어간다면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인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그 화살은 일반인 출연자가 아닌 제작진에게 돌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위에서도 언급되었듯 출연자는 제작진의 섭외 요청에 응한 것이다. 물론 제작진이 섭외를 하면서 ‘혹시 건물주 아들은 아니시죠?’라고 물어보고 다닐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굳이 책임을 돌려야 한다면 출연자에 대한 충분한 사전 조사를 하지 못한 제작진을 탓하는 것이 맞다.

결국 피자집 사장이 이 정도의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단지 불친절하고 불성실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건물주의 아들인데’ 불친절하고 불성실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만약 저 분이 반 지하에 살면서 라면으로 하루 세끼를 때우는데 저런 태도로 장사를 한다면 어떨까. ‘저러니까 안 되는 것’이라며 한심한 시선만 오갈 뿐, 지금처럼 대대적인 인신공격이 펼쳐지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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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집 사장은 분명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듯하다. 미국, 캐나다에서 수학한 유학파이며 요리 연구에 하루 온종일을 매달리는 냉면집 사장님과 달리 운동하고 봉사할 심리적 여유 또한 있다. 나름 워라밸이 잘 맞춰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네티즌의 대단한(!) 추적실력에 의해 그가 건물주의 아들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었다.

간절함이 보이지 않는 불친절한 태도가 그의 금수저 정체성과 연결되자 전국의 흙, 동, 은수저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아무리 간절해도 되는 것이 없어서 마침내는 대충 살겠다고 선언까지 해버린 애잔한 미생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장사 그까-이꺼 잘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라는 식의 태평한 태도는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 이제 금수저는 공공의 적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서 묻고 싶다. 정말 금수저는, 공공의 적인가?



정말 금수저는, 공공의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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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양경수


쉽지 않은 세상이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월급은 똑같은데 물가는 최저임금 상승을 탓하며 끝 간 데 없이 오른다. 치솟는 집값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그 와중에 청년실업률은 IMF 이후 최고 수준을 찍었다.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정말 미친 세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다수의 미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선사하는 가진 자들, 그 중에서도 특히 본인의 노력이 아니라 그저 ‘부모 잘 만난 덕에’ 잘 먹고 잘 사는 자들은 쉽사리 민중의 적으로 전락한다. 혹시 누군가를 상대로 ‘부모 잘 만나서’ 팔자 좋다며 뒷담을 씹어보신(!) 적 없으신지. 참고로 필자는 많다. 심술쟁이가 필자 한 명만은 아닐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것이 우리의 잘못이 아니듯이 금수저로 태어난 것 역시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물론 선천적 재력을 엄한 데 이용하는 행위는 당연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표적인 예시가 일부 기업가 자녀들의 몰상식한 행동이다. 기업은 개개인으로 이루어진 국가를 상대로 수익활동을 벌이는 집단이다. 즉 개개인이 존재해야 기업 역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데 그 상호적인 관계를 무시하고 개인에게 땅콩이던 물 컵이던 무언가를 냅다 집어던진 후 별다른 처벌조차 받지 않은 채 당당히 걸어 나오는 어떠한 인물들은 분명, 필히 비판받아야 한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청파동 피자집 사장은 ‘기업가’의 자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그냥 건물주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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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피자집 사장이 건물주의 아들이라는 지위를 남용해 다른 세입자에게 갑질을 선사했다면 이는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냉철히 이야기하자면 그는 그의 사유재산을 플랫폼으로 돈과 서비스의 교환을 시도하려던 손님들에게 퇴짜를 먹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이 방송 매체를 거치며 극대화되어 비춰졌을 뿐이다.

필자는 절대 피자집 사장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그와 일말의 연고조차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방송에서 비춰진 사장의 태도는, 솔직히 말해서 재수 없다. 굳이 찾아온 손님에게 저런 식으로 응대한다니. 만약 필자가 손님이었다면 닭 국수 국물을 엎어버렸을 것이다.

다만 그의 행실이 이 정도로 전 국민적인 인신폭격을 맞아야 할 정도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뿐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를 그저 하나의 놀잇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좋은 안주거리 정도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하게도, 그는 연예인이 아니다. 그는 일반인이다. 욕먹어도 간간히 TV에 얼굴 비추며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연예인과 달리 그는 방송 출연이 끝나면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계속해서 대중의 틈에 섞여 살아야 하는 일반인이다. 이 정도로 얼굴이 팔리고 이 정도로 욕을 먹었는데 그 분이 남은 생을 한국에서 보내실 수 있을까. 필자는 아마 힘들 것이라고 본다.

하여 필자는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금수저는 정말 공공의 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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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그림 양경수


분노의 화살이 날아가야 할 방향은 소수의 금수저들이 아니다. 그것은 흙, 동, 은수저가 금수저를 혐오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 구조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 옳다. 진짜 문제는 소득의 극심한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 채 어차피 노력해도 안 되기에 대충 살게 만드는 사회의 정책적 구멍에 있다. 정말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은 일개 개개인들이 아니란 말이다.
 
물론 개개인을 향해 분노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욱 감정적으로 편하긴 하다. 거대한 사회 구조는 이게 바뀐 건지 의문이 들 만큼 쉽사리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편한 길만을 고수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은 짜증나는 세상에서 평생을 살다 가야 할 것이다. 힘든 시기일수록 감정이 아닌 이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말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꿰뚫어볼 수 있는 냉철한 시선이 있어야 차츰 힘든 시기를 점차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쉽지 않은 세상이다. 필자 역시 쉽지 않은 미래를 꾸려나갈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분노하는 힘이 있다. 청파동 피자집 사장에게 쏟았던 어마어마한 분노의 에너지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 에너지의 방향을 조금만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바꾼다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라도 분명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결국 다 잘 될 것이다. 이는 필자 스스로를 다잡는 말이며, 당신들에게 건네는 위로이다. 그리고 속는 셈 치고 믿어보는 일말의 희망이다. 결국 다 잘 될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당신은 어떠신가. 아무쪼록 당신이 잘 사셨으면 좋겠다. 청파동 피자집 사장 뺨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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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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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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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햠
    •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제목만 보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람 하면서 들어왔는데, 끝까지 읽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저도 몰랐던 저의 분노가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방송에서 비춰진 사장의 태도는, 솔직히 말해서 재수 없다. 굳이 찾아온 손님에게 저런 식으로 응대한다니. 만약 필자가 손님이었다면 닭 국수 국물을 엎어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 너무 웃겨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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