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동화의 가면을 쓴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야기, <작은 곰>

글 입력 2019.01.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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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라는 가면을 쓴 채 보여주는 현실


<작은 곰>은 동화라는 가면을 통해 현실을 보여준다. <작은 곰>이라는 귀여운 제목과 동물들의 이야기라는 점은 읽는 이로 하여금 어떠한 동화스러운 분위기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이러한 우리들의 기대감을 보란 듯이 무너뜨린다.


첫 시작부터 나오는 엄마 곰의 비극적이지만 매우 현실적인 죽음, 그리고 어미의 죽음에 슬퍼할 시간도 없이 밀렵꾼으로부터 도망쳐야만 했던 작은 곰의 모습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어서 '동화'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작은 곰은 준비되지 못한 채 홀로 처음 보는 숲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런 작은 곰에게 숲 속의 모든 존재는 두렵게만 느껴졌다. 마치 준비되지 않은 채 냉정한 현실 속으로 내밀리는 수많은 어른들처럼 말이다.


이런 작은 곰이 숲 속에서 만나는 동물들은 매우 익숙하다. 이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현실 속 나의 경험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 때문일까,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동물들의 이야기가 그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나보다 더 약한 존재를 밟아야만 했던 새끼 딱따구리, 냉혹한 현실 속에서 막연한 미래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기에 순간의 쾌락과 즐거움을 즐기게 된 초식 동물들... 이들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슬프게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현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작은 곰>을 통해 현실의 잔혹함을 한층 더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동심'이라는 순수함이라는 붓으로 그려 나간 숲속의 모습은 그 어느 그림보다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동화에 기대하는 순수함과 아름다움과는 거리간 먼, <작은 곰> 속의 동물들. 이는 마치 어릴 적 가졌던 사회와 현실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 같았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 버린 우리는 슬프게도 동화 속 세상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어릴 적 보았던 동물들과 요정들이 나오던 동화 속 세상은 이제 마냥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세상은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현실의 냉혹함을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한 요즘은 이렇게 헛된 환상을 심어 주는 이야기들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더 찾게 된다.



현실의 잔혹함이 보여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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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작은 곰이 살아가기에 숲은 위험하고 냉정한 곳이었다. 모두가 각자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곳, 그곳이 바로 작은 곰이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었다. 작은 곰은 이 현실 속에서 겉잡을 수 없는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만, 살아남기 위해, 바다를 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 그리고 잔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작은 곰은 성장해 간다.


이 과정에서 작은 곰은 무섭고 악하게만 느껴진 다른 동물들만을 만난 것은 아니다. 작은 곰에게 바다의 존재를 알려 준 독수리, 배고픈 작은 곰을 호숫가로 안내해 준 공작새, 다친 작은 곰을 바다로 안내해 주고 나뭇잎을 찾아준 하얀 호랑이. 이들이 없었다면 작은 곰은 '바다'라는 꿈을 꾸지 못했을 것이고, 이를 향해 나아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의지할 곳 없는 숲 속에서 살아갈 이유와 목표인 '바다'가 없었다면, 작은 곰은 중간에 지쳤을 것이다.


<작은 곰>은 현실의 냉정함을 지독히도 잔혹하게 그림과 동시에, 작은 곰을 도와주는 담담한 도움의 손길들을 보여준다. 현실이 잔혹하게 느껴진 만큼, 순간의 도움들은 매우 크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작은 곰은 이 덕분에 잔혹한 현실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어두운 숲 속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바다'라는 막연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리고 결국엔 그 존재를 확인하는 작은 곰의 모습을 통해 나는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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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란 흔히 '어린이의 마음'을 바탕으로 쓰여진 문학작품을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화가 꼭 어린이들을 위한 장르 속에 갇힌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동심'을 각자의 내면 깊은 곳에 간직한 채 살아간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성장'을 해야만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이 되어야만 했고, 또 이를 위해서는 '동심'을 깊은 곳에 숨겨 두어야만 했다. 하지만 우리는 숨겨두었던 동심을, 우리들의 유년 시절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그 속에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둥 바둥하던 사이에 미처 살펴보지 못하고 지나친 상처가 있을 것이다.


이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는 것은 어깨에 난 상처를 돌보지 않고 어두운 숲 속을 계속 걸어가는 것과도 같다. 아물지 않은 상처 위에 소독약을 바르는 것은 꽤나 쓰라리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를 돌보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면, 우리는 이 거친 현실이라는 숲 속에서 걸어 나와 바다를 보지 못할 것이다.


<작은 곰>은 이렇게 정신 없이 현실을 살아가느라 무심하게 지나쳐 버린 나의 유년 시절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작은 곰>은 다친 작은 곰에게 나뭇잎을 건네 준 하얀 호랑이처럼, 나의 유년 시절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네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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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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